'보수'를 대체할 새로운 단어를 고민할 때이다.
언어는 특정사회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다.

죄형법정주의(회원)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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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특정사회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다.
 
 

특정 사회와 문화속에서 특정 언어를 쓰므로 인해서 받는 뉘앙스는 자신의 몸속에 녹아 들어 유사한 단어가 주는 느낌을 미세하게 감별한다. 예를 들어보자. 미국에는 'honor' 란 단어가 있다. 한국에서는 '명예'란 단어로 해석한다.
한국에서 '명예를 지킨다'란 말을 하면 지금 이말을 듣는 본인의 느낌은 어떤가? 그리고 뭐가 처음으로 생각나냐고 물으면 10명이 제각각 다른 답을 할 것이다. 지금 스스로 한번 생각해 보고 본인이 제일 먼저 떠올렸던 것을 아래에 덧글 달아 보면 자신과 일치하는 대답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다. 나는 명예란 한국 단어에 연상되어 금방 떠오르는 것이 없다. 그러나 내가 영어로 'honor' 란 단어를 떠올리면 연상되는 이미지가 바로 생긴다. 미국인들도 영어로 'honor' 를 말한다면 상당수는 내가 떠올리는 이미지를 먼저 연상하는지 나는 모른다. 그런데 아마 그럴거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honor'는 미국 문화속에서 내가 처음 느꼈기 때문이다.

우리사회는 '체면'은 중요하지만 '명예'가 중요한 사회가 아니어서 체험적으로 명예란 단어가 우리국민들 의식속에 녹아 있지 않다. 하지만 미국은 'honor'를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이고 이 단어가 대변하는 특정 이미지 몇개가 일반 국민들 마음속에 보편적으로 녹아있기 때문에 이 단어를 말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것들이 몇개로 축약될 것이다. 우스운 이야기지만 'honor'를 우리 영어사전에서 뜻을 찾아보면 명예란 뜻도 있지만 체면이라고도 해석해놓았다. 한국인은 한국말로 단어를 사용해야 그 뉘앙스를 더 정확히 느낄 것이다.

내가 체감적으로 느끼기에 대한민국 정치판에서 보수란 단어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은 불과 20년밖에 안되었다. 박정희정권까지는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란 프레임으로 정치세력을 나누었고, 전두환때도 우파 주도여서 보수란 단어를 쓸 일이 없었다. 제6 공화국 들어서면서 노태우집권할 때까지도 보수란 말이 정치판에서 별로 주목을 못끌었다. 김영삼때 문민정부하면서 김영삼에게 팽당하였던 김종필이 자민련 세우며 선거판에서 처음으로 '보수' 기치를 내세우며 돌풍을 일으켰다. 그리고 DJ와 연합하며 1997년 대선에서 DJP 연합정권을 세우며 김종필의 보수란 단어가 정치권에서 본격적으로 떠오른 기억이 있다. 그런점에서 보수란 단어를 선점하여 안정감 주는 이미지로 재미본 김종필은 능력있는 정치인이다.

예전부터 있던 단어라도 김종필이 이 단어를 처음으로 정치판에서 널리 쓰기 시작할 때는 그 단어가 일반 국민에게 주는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2017년은 보수란 단어가 느낌이 안좋다고 다수 국민이 느끼면 그 느낌은 한국어를 쓰는 한국인만이 느낄 수있다. 영어로 어떤 단어를 찾아서 번역해도 한국인이 '보수' 단어를 들을 때 현재 한국어로 발음하는 '보수'란 의미의 느낌이 들지 않는다. 왜? 언어는 살아서 움직이는 생물이고 사회적인 약속이며, 또한 그 사회의 문화는 자신의 언어로만 절실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보수란 단어는 사용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줄어 20년만에 대체 단어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한국말로 말하는 같은 단어라도 세월이 흐르면 뜻이 바뀌기도 하고 느낌도 달라진다. 40~50년 전쯤으로 돌아가자. '택시운전수' 란 단어를 한국에서 쓰면 느낌이 어땠나? 별로 이상하지 않았다. 지금은? 느낌이 안좋다고 그 단어는 한참전에 없어지고 '택시기사'란 말을 쓴다. 미국은 40~50년전에도 taxi driver 이고 지금도 taxi driver 란 단어를 쓴다. 같은 단어라도 그 단어가 주는 느낌이 특정 사회에서 달라지면 새로운 대체 단어가 생기는 방향으로 변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언어는 사회적인 약속이다.

보수란 단어가 주는 의미와 느낌이 다수 한국인에게 바뀌었다면 원래 의미의 '보수'를 더 잘 대변하는 대체 단어를 선택하여야 할 것이다. 이것은 정당이 이름을 바꾸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언어의 뜻이 달라져서 특정 개념 전달을 바로 잡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보수가 거듭나는 것은 이것과 별개로 당연히 해야할 일이고.

[ 2017-05-23, 10:09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미투데이미투데이  요즘요즘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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