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북한 : 개혁 개방이냐? 쇄국 강압이냐?
북한의 급변 사태를 자유 민주 통일 강대국 대한민국 건설로 이끌어가야

이춘근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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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개혁 개방을 할 수 없어 쇄국 강압의 길을 택하게 될 북한 체제는 김정일의 죽음과 함께 사실상 급변 사태로 진입했다.'

1. 들어가는 말

북한 중앙 방송은 작년 12월 19일 정오 특별 발표를 통해 김정일이 17일 아침 열차 속에서 죽었다고 발표 했다. 발표 자체가 엉성하기 짝이 없기 때문에 김정일이 정말 어디서, 언제, 왜, 어떻게 죽었는지 정확히 알 길이 없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김정일이 죽었다는 것이다. 김일성이 죽은 이후부터 17년 동안, 실질적으로 권력을 행사한 기간을 다 치면 대략 30년간 북한을 철권 통치한 독재자가 죽은 것이다.

북한을 연구하고 관찰하는 많은 전문가들은 김정일의 죽음이 초래할 북한이 어떤 모습일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왔지만, 그 견해는 다양하고 분분하다. 혹자는 북한 사회의 속성상 주민 폭동이나 반발은 상상할 수 없고 결국 김정일에 의해 낙점을 받은 김정은 정권이 안착 할 것이라고 본다. 또 다른 견해는 김정은은 김정일이 장악했던 수준의 권력을 장악할 수 없고 결국 북한은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상반된 주장들은 각각 자기 나름대로의 근거에 의해 뒷받침 된다.

정치 상황을 예측 한다는 것은 자연과학 현상의 예측과 같을 수는 없다. 인간 행동에는 심리학적, 철학적 변수가 들어가기 때문에 인간들의 정치적, 사회적 행동을 예측 한다는 것은 언제라도 어려운 일이다. 특히 북한처럼 많은 것이 비밀에 쌓여 있는 정치 집단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더 나아가 우리가 북한의 미래에 대해 연구하고 분석하는 것이 단순한 지적인 유희에 끝나서는 절대 안 된다는 문제가 있다. 우리는 북한의 미래를 마치 강 건너 불 구경하 듯 쳐다 볼 수는 없다. 우리는 북한의 미래를 단순히 예측할 것이 아니라 북한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뇌해야 한다. 우리가 북한을 연구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우리나라를 위해서, 그리고 북한의 폭정아래 신음하며 굶주리는 우리 동포들을 구원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목적의식 아래 우리는 북한을 정확히 분석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 정확한 분석은 올바른 대북 전략의 방안을 알려 줄 것이다.

2. 개혁개방이 불가능한 김정은 정권은 폐쇄, 강압 정책으로 붕괴할 것

김정일이 사망한 후 한 달 정도 지난 시점에서 김정은은 표면적으로는 권력을 장악한 듯 보인다. 자신의 할아버지 김일성의 외양을 흉내내고 있다. 북한 주민들의 김일성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기 위한 발상인지 모르나 부질없는 짓이다. 김정일 흉내를 내기 위해 이 부대 저 부대 군부대를 방문 하는 모양이지만 나이가 몇인지도 정확히 밝히지 않은 애송이 앞에 머리를 조아리는 늙은 장군들의 본심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마침 김정일의 후계자로, 비록 한때나마 북한 권력의 핵심에 있었던 장남 김정남이 김정은이 권력을 안정적으로 장악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비꼬았다. 그는 더 나아가 3대 세습은 웃기는 일이라고까지 말했다. 중국에 거주하던 김정남은 2010년 여름 김정은에 의해 살해 위협마저 당한 바 있었다.

당시 김정남의 암살을 막은 중국 정부는 북한에게“중국 땅에서는 (김정남 제거가) 절대 안 된다.”며 엄중 경고했었다. 아무리 어머니가 다른 형제라 하더라도 형까지 죽일 생각을 했다니 김정은이 보유한 권력이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를 그대로 알 수 있는 일이다.

필자는 김정은이 권력을 안정적으로 장악할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하고자 한다. 우선 권력을 행사한 경험이 없으며, 김정일과 달리 김정은의 권력을 적극 지지해 줄 수 있는 혁명 1세대가 없으며, 국제사회가 더 이상 북한의 부랑아 행동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특히 북한의 경제 파탄이 해결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들이 김정은 권력이 안정화 될 수 없는 이유들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 주민들의 경제 상황이다.

김정은이 물려받은 가장 골치 아픈 상황 중 최악은 무엇보다도 북한의 열악한 경제 상황이다. 지난 60년 이상 조선 노동당이 부르짖은‘흰쌀밥에 고깃국’을 아직도 북한 주민들에게 먹이지 못하는 거지같은 국가를 물려받은 것이다. 북한을 거지와 같은 나라라고 말 할 수 있는 일이 2012년 벽두에 벌어졌다.

2011년 12월 중순, 김정일이 죽기 불과 1주일 전 북경에서 미국과 북한 간 작은 합의가 하나 있었다. 미국은 북한주민들의 열악한 경제 사정을 감안, 노인들과 어린이들을 위해 비스킷, 영양제 등을 한 달에 2만 톤씩 1년 동안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다가 김정일 사망으로 인한 장례식 등으로 더 이상의 회합이 지연되었다. 장례를 마친 김정은은 미국 측에게 비스킷이나 영양제 대신 쌀이나 옥수수로 줄 수 없느냐고 요구했던 것이다. 미국은 이를 거부했다. 군용으로 전용 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김정은이 권력을 물려받은 후 첫 번째 대미정책이 미국이 이미 주기로 약속한 비스킷과 영양제를 쌀 혹은 옥수수로 바꿔 달라는 요청이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지만 김정은의 행동이 마치‘거지의 행동’과 같은 것이었다는 사실이 바뀌지 않는다.

사실 국가로서의 북한이 사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개혁 개방을 하면 된다. 북한 주민들에게 적정 수준의 식량을 공급하는 일은 아마도 개혁, 개방과 더불어 당장 해결 될 수 있는 문제다. 북한 주민들을 먹이기 위한 쌀값이 그다지 비싼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2011년 3월 김일성대학 출신의 경제학자로써 현재 대한민국 통일 교육원 원장으로 재직하는 조명철 박사는 2010년 한 해 동안 김정일, 김정은이 자신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 사용 했던 돈을 계산 한 후, 그 돈으로 주민들을 먹여 살릴 식량을 샀다면, t당 500달러 수준인 태국산 쌀 87만t 을 수입했을 것이며 이는 북한의 연간 식량 부족분을 모두 메울 수 있는 분량, 2400만 북한 전 주민의 3개월 치 식량이자 취약계층 600만 명의 1년 치 식량에 해당한다고 주장한 바 있었다.

개혁 개방을 하면 북한이라는 나라가 살 수 있게 된다는 것은 김일성도 김정일도 그리고 김정은도 알고 있는 아주 분명한 사실이다. 북한의 관료들이 중국식 개혁 개방을 해야 한다고 건의했을 때 김일성은‘우리는 중국과 달리 종심이 얕다’고 대꾸했다. 즉 중국은 자본주의가 도입되더라도 이를 흡수하고 적응할 수 있는 종심이 깊지만 북한의 경우 자본주의, 개혁 개방의 물결이 밀려오면 그대로 망해 버릴 것이라는 우려다.

그대로 망해 버릴 것은 북한이라는 나라가 아니라 김일성 정권을 의미한다. 김정일도 중국을 보고 천지개벽이라고 감탄했지만 북한은 개혁개방을 통해 천지개벽하기 이전에 김정일 정권이 끝장 날 것이라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았기에 끝까지 폐쇄, 강압 정책을 유지하다가 죽은 것이다.

김정일이 진짜 사랑했던 아들은 김정남이었다. 그렇지만 김정남이 자신이 권력을 장악하면 북한을 개혁 개방하겠다는 말을 했다가 정권에서 밀려나 이역을 배회하고 있다는 말도 들릴 정도로, 김정일은 개혁개방이 북한 정권에게 얼마나 맹독(猛毒)인지를 잘 알고 있다. 김정일이 장남 대신 막내인 김정은을 택한 이유는 김정은이 자신의 정책을 가장 잘 답습할 인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정일의 정권을 물려받은 김정은은 사실상 김정일의 아바타나 마찬가지다. 김정은은 태생적으로 개혁 개방을 엄두 내지 못할 것이다.

김정은은 먹을 것이 없어 북한을 탈출하려던 북한 주민을 사살하는 것으로 자신의 업무를 시작했다. 정권을 물려받은 지 불과 몇 주 밖에 안 되는 시간 동안 들려온 김정은의 정치적 조치들은 김정은이 개혁, 개방은커녕 폐쇄, 강압정책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임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김정은이 1월 초순 내린 북한에서의 외화 사용 금지조치가 그 단적인 예가 된다.

3. 우리의 대책

김정은이 개혁 개방하지 않을 것임은 물론, 그는 김정일의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고자 노력 할 것이다. 김정일 최고의 업적을 강성대국의 필수 요소인 핵무기 개발에 두고 있는 김정은이 핵무기를 폐기할 리 만무하다. 북한 군 고참 병사들의 나이에 불과한 젊은이지만, 대장 동지라고 불리는 김정은이 할 수 있는 일은‘대장놀음’일 것이다. 연평도 포사격은 김정은이 대장이 된 후 제일 먼저 벌였던 일이다.

북한의 관영 언론들은 연평도 포사격을 찬양하며 김정은이 포사격의 명수인 것처럼 추켜세운 바 있었다.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것이 오로지 무력 도발 뿐 인 김정은 정권은 미래가 없다. 북한 주민들에게 먹을 것을 제공할 묘수가 전혀 없는 김정은이 얼마나 오랫동안 도발을 자제 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김정은의 도발은 연평도나 천안함 사건처럼 그냥 지나가지 않을 것이다.

아시아 태평양에서 세계의 미래가 결정 될 것이며 미국은 아시아 태평양 한복판에 있어야 할 것이라고 선언한 미국은 주한 미군 공군력을 대폭 증강시키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대한민국정부 역시 김정은의 도발에 대해 2010년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지 않을 것이다.

세계 여론을 주도하는 명품 잡지인 영국의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 지는 2011년 12월 31일자 사설에서“김정은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최악인 나라(북한)의 정권 교체계획이 세워져야 한다. 단지 정권교체를 희망하고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김정은이 영원히 살아남을 수 는 없다. 어떻게 그를 교체 할 것이냐에 관한 논의는 - (동북아시아) 지역의 안정을 위해서 뿐 만 아니라 북한의 잊혀진, 그리고 처절한 삶을 살고 있는 인민들을 위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가 유념해야할 금과옥조 같은 말이 아닐 수 없다. 스스로 개혁 개방을 할 수 없어 쇄국 강압의 길을 택하게 될 북한 체제는 김정일의 죽음과 함께 사실상 급변 사태로 진입했다. 북한의 급변 사태를 자유 민주 통일 강대국 대한민국 건설로 이끌어가야 하는 것이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부여된 역사적 사명이 아닐 수 없다.

이춘근 박사

* 이 글은 북한연구소가 간행하는「北韓」誌 2012년 2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 2012-02-01, 09:55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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