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언론과 국회의원들은 紙面과 청문회를 통하여 공직자에게 '당신의 허물은 당신이 가장 잘 아니 고백하라'고 압박한다. 아무리 그렇게 해도 대부분의 공직자들은 몇 시간 뒤면 밝혀질 사안에 대하여서까지 거짓말을 한다. 인간은 과연 자신의 과오를 공개적으로 고백할 의무가 있는가? 全, 盧 두 전직 대통령이 비자금 사건과 5.18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던 1996년 초 月刊朝鮮이 故金南洙 주교(당시 수원교구장)를 인터뷰했던 기사 내용이 생각난다. 金 주교는 이렇게 말했었다.

'인간은 인간에게 자신의 허물을 밝힐 의무가 없습니다. 자기를 보호할 의무란 '사랑의 질서'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인간은 하나님을 제일로 사랑해야 하고 그 다음은 자신입니다. 인간은 자신을 사랑해야 하기에 남에게도 자신의 허물을 밝히라고 양심 고백을 강요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묵비권이 있잖아요. 물론 자기 죄를 하나님께는 밝혀야죠. 인간사회나 하나님의 법이나 언제나 도망갈 구멍은 만들어놓는 법이죠. 성경을 잘 보면 항상 도망갈 데가 있어요. 그 線만 넘으면 잡질 않아요. 예를 들면 공동묘지에선 사람을 잡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로마의 박해시대에 수많은 신자들이 지하 공동묘지에 모여 살았어요. 로마군인들은 그 안에 기독교도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잡지를 않은 거예요. 이런 개념도 사라진 인간사회는 인간다움을 상실해가는 시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 종교인의 입장에서는 '잘못을 밝히라'는 자세보다는 그런 일을 하나님께 맡기는 자세를 취해야 합니다.'

나라마다 공직자가 공개하여야 할 비밀의 범위가 다르다. 영국과 미국은 가장 많은 공개를 요구한다. 언론은 公人의 돈문제와 異性관계까지도 드러낸다. 프랑스, 일본 등은 異性문제에 대하여는 관대한 편이다. 일본 언론은 술에 대하여도 너그럽다. 최근 재무장관이 G-7 회의에 참석하였다가 술에 취하여 기자회견을 하였을 때도 보도하지 않았던 것이 일본 언론이었다. 외국언론이 먼저 보도하고 YOUTUBE에서 동영상이 퍼지자 비로소 보도하여 장관은 사임하였다. 한국에서도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기자들과 만나 술을 마시면서 심한 言動을 하였다가 이 사실이 보도되어 곤욕을 치른 경우가 더러 있었다. 1990년대 이전에는 일어나지 않았을 사건이다.

인간사회가 무조건 투명하다고 좋은 것은 아닐 것이다. 비행기의 안전만 생각한다면 모든 승객들에게 옷을 벗게 하고 나체로 비행기를 타도록 하면 된다. 아무리 公職者라도 그런 식으로 裸體化할 순 없는 것이다. 사회의 안전과 私生活의 보호 사이에 어떤 線을 그을까? 이는 그 사회의 교양수준이 결정할 것이다. 너그러움과 엄격함을 어떻게 조화시키는가 하는 것은 개인과 국가의 중요한 고민꺼리이다. 남에게 양심고백을 강요하는 사람의 양심은 누가 檢證하는가도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