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2년 舊소련 과학자들은 미국의 과학자들과 함께 뉴멕시코의 산디아 국립실험소(Sandia National Laboratores)에 모여 비밀회합을 가진 적이 있다. 목적은 EMR(電磁氣放射, Electro-Magnetic Radiation)로 인한 생리학적 위험과 안전 문제에 관한 것이었다.

당시 소련의 과학자들은 모든 실험 자료를 공개해 서로 교환하고 안전수치를 제정하자고 미국의 과학자들에게 제의했다. 2차 대전이후 오랫동안 '인공 지진(地震)병기'를 연구했던 소련의 EMR 연구 자료는 미국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깊이가 있었다.

미국의 과학자들은 그러나 적국인 소련의 경고를 믿지 않았다. 이후 소련의 과학자들은 한 차례 더 미국 과학자들과 회합을 가진 뒤, 미국의 과학자들을 설득하려 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들의 주장을 묵살했다. 결국 소련은 미국을 설득하는 것을 포기하고 산디아 회합 이후 모스크바 주재 美대사관에 EMR 전자기파를 조사(照射)하기 시작했다. 미국이 이 사실을 눈치 챈 것은 1962년에 와서였다. 미국의 CIA는 밀톤 자렛 박사를 고용, 이 문제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내막을 알게 된 CIA는 소련 당국에 중지할 것을 요청하거나 EMR을 막아 자국 외무성 직원을 보호한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비밀에 부치고 대사를 포함한 대사관 전 직원을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 그리고 이들의 신체가 EMR에 노출된 결과를 살펴보기로 결정했다.

CIA는 영국 정보기관인 MI6와 함께 이 작전을 ‘판도라 작전’이라고 명명하고, 비밀리에 직원들의 소련주재 미국대사관 직원들의 건강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자렛 박사는 여러 개의 EMR 주파수가 미국 대사의 사무실을 집중적으로 겨냥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판도라 작전’은 약 10년 동안 지속됐다. 美정보당국은 구소련이 미국 대사관에 조사(照射)한 EMR의 세기와 영향력이 아주 미약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1976년 ‘보스턴글로브’지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스토셀 대사는 눈에 출혈이 있었으며, 백혈병의 일종인 류케미아에 걸렸다. 그리고 역시 소련의 EMR에 노출됐던 스토셀 대사의 전임자 보렌 대사와 톰슨 대사가 암으로 사망했다.

참고로 미국과 러시아의 전자기 무기는 현재 원거리에서 인간의 ‘심리조종’까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가 눈에 보이는 세계보다 훨썬 더 광대하고 깊은 법이다. 그래서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는 눈에 보이는 세계를 늘 지배하기 마련이다.

첨단과학-군사기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살기 어려운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김필재(조갑제닷컴) spooner1@hanmail.net
  
[용어설명] 전자기방사(電磁氣放射, Electromagnetic Radiation): 전기 및 자기장의 진동으로 인해 생성되는 방사로 광속도로 전파된다. 감마방사, X선, 자외선, 가시광선, 적외선 및 레이더파, 무선파를 포함한다. 

[관련자료] 러시아 정보기관의 요인 암살 방법

영국 망명 뒤 사망한 리트비넨코. 1. 1978년 불가리아 反체제 인사인 게오르기 마르코프가 런던 워털루 브리지 근처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중 한 남자가 다가와 우산으로 찌르고는 택시를 타고 사라졌다. 며칠 후 사망한 마르코프를 부검한 의사들은 미세한 금속 파편들이 그의 허벅지에 박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파편들은 우산 끝에서 주입된 것으로 생화학 무기에 사용되는 맹독성 물질 리신(ricin)을 함유하고 있었다. 2. 1990년대의 자유 시장경제 체제하에서는 사업가들이 암살자의 표적이 됐다. 모스크바의 기업가 이반 키벨리디는 1995년 사인이 밝혀지지 않은 채 숨졌다. 나중에 경찰은 화학무기에서 추출된 것으로 보이는 독성물질이 그의 전화기에 묻어져 있음을 발견했다. 3. 2000년 푸틴 집권 이후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암살이 다시 시작됐다. 2000년 영국으로 망명해 줄곧 러시아의 푸틴 정권을 비판했던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는 ‘폴로니움-210’에 노출되어 사망했다. 그는 죽기 전 런던의 식당에서 모 이탈리아인을 만나 식사한 뒤 귀가하자마자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했다. 2003년에는 언론인이자 의회 의원으로서 부정부패 사건을 조사 중이던 유리 쉐췌코치킨이 고열과 심한 구토 증상으로 입원한 후 2주 만에 사망했다. 살갗이 벗겨지기까지 했던 그의 죽음은 독살로 추정됐지만 입증은 되지 않았으며, 러시아 당국은 그의 의료기록을 기밀로 처리했다. 4. 2004년 9월 푸틴의 신랄한 비판자였던 여성 언론인 안나 폴리트코브스카야는 비행기에 앉아 당시 초등학생 1,200명을 억류하고 있던 체첸 테러범들을 설득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비행 중 차를 한잔 마신 그녀는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결국 그녀는 의식을 회복했지만 2년 후 자신의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총을 맞고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