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고사키 우케루(孫崎享) 前 일본 외무성 고위 관료가 쓴 《日本の情報と外交》를 읽고 있다. 이 책의 著者는 영국·미국·소련·이라크·이란 대사관 근무를 거쳐 외무성 국제정보국장을 지냈던 인물이다. 孫崎享의 저서 가운데 일부는 국내에 번역되어 소개되어 있다.

《日本の情報と外交》에는 그가 영국 유학 과정에서 알게 된 MI5와 MI6관계자들과의 대화 내용이 일부 소개되어 있다. 저자는 1976년~1978년 기간 동안 영국에 유학해 국제정세를 분석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영국 정보기관이 어떻게 국제정세에 관여해왔는지를 아래와 같이 살펴볼 수 있었다고 한다.

《영국은 국제정세를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한 영국의 대응도 매우 엄격하다. 영국 정보기관의 냉혹함을 엿볼 수 있는 한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1999년 3월24일 이후 78일 동안 나토(NATO)군은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를 공격했다. 1998년 세르비아의 치안부대 등이 서방의 지원을 받아 코소보 해방군의 침투작전을 개시했다. 이 과정에서 텔레비전 방송국, 도로, 다리, 공장, 주택, 관청 등의 非군사시설이 피탄당했다.

이 시기 우연히 영국의 나토 관계자와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는 내게 “비군사시설이 폭격의 대상이 된 이유를 알고 있느냐”고 질문을 했다. 나는 그에게 “오폭 아니냐”고 답변했다. 그랬더니 그는 “틀렸어”하고 말했다. 그리고는 아래와 같이 답변했다.

“세르비아는 발칸지역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 중 하나이다. 다시금 이 지역의 패권국가가 되려고 하고 있다. 이는 영국의 이익에 배치된다. 영국은 세르비아가 다시금 패권국가가 되는 것을 막아야 했다. 이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가 관건이었다. 영국의 군사작전은 이 문제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세르비아의 군사시설을 파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는 의도적으로 非군사용 도로, 다리, 그리고 공장을 폭격했다. 세르비아는 전쟁 이후 이를 원상으로 복귀시키려 들 것이다. 민간의 피해가 크면 클수록 군사부문의 회복은 곤란하게 된다. 이를 위해 영국은 세르비아의 민간자원을 공격했다”

제2차 대전 종결 직전 미국은 독일과 일본의 마을을 철저히 공습했다. 군사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마을들이 목표물이 되어 이를 철저히 파괴했다. 표면상으로는 전쟁의지를 약화키기 위한 것이라고 알려져왔다. 그러나 당시 나치(NAZI)와 일본군부는 일반시민의 감정과 관계없이 전쟁을 지속시키려했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보통의 도시를 폭격했을까? 영국군의 세르비아 폭격 이유를 듣고 나니 알게됐다. 종전 후 자원을 非군사 부문의 회복에 집중시키기 위함이었다.》

김필재(조갑제닷컴) spooner1@hanmail.net

유고내전 당시 영국군 전차부대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