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아래는 지난 1일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이상민 연구원이 발표한 4차 핵실험 관련 소논문(제목: 제4차 북한 핵실험의 기술적 평가 및 추가 핵실험 전망>의 일부 내용이다.  

<향후 핵실험은 고농축우라늄(HEU: Highly Enriched Uranium)을 사용한 핵실험이 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제1차(2006년)와 제2차(2009년) 핵실험은 플루토늄(Pu)을 핵분열물질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제3차(2013년) 핵실험은 현재로서 사용 핵물질의 확인이 제한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제3차 핵실험부터 HEU를 사용했을 개연성이 높다. 그 이유는 HEU가 대량으로 확보된다고 가정했을 때 Pu형과 HEU형을 모두 개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며, 핵개발자들의 입장에서는 증폭핵실험 등 제4차 핵실험 이후를 염두에 두었을 때 하루빨리 HEU형으로 전환하는 것이 유리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추가적인 확보가 제한되는 Pu보다는 안정적인 확보가 가능한 HEU를 사용한 핵무기를 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도 그럴 것이 북한이 과거 30년 이상 약 40~50kg만을 확보할 수 있었던 Pu에 비해 HEU는 1년에 20~30kg 이상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HEU는 핵실험이 필요 없는 것으로 인식하고 지금까지의 모든 핵실험이 Pu에 기반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다른 이유를 차치하고라도 증폭기술을 접목할 경우에는 최소 한 차례 이상의 핵실험이 필요하다. 북한이 주장하는 수소(폭)탄을 개발하기 위해서 증폭기술은 핵실험을 통해 확인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핵에 관한 이론이 모두 공개되고, 정교한 모델링과 시뮬레이션(modeling & simulation)을 가능하게 해주는 슈퍼컴퓨터가 개발되었다 하더라도 복잡한 구조의 수소폭탄의 개발은 증폭기술의 관문을 넘어야 하며, 이론과 시뮬레이션만으로는 실제 핵실험을 통한 기술적 진전을 대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만일 핵실험을 통해 증폭기술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소폭탄 핵실험을 무리하게 추진했다가 실패한다면 그 원인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증폭핵실험부터 다시 시작해야만 한다. 김정은의 핵개발에 대한 기대 심리 충족과 실패했을 경우의 처벌에 대한 두려움의 발로에서 북한의 핵개발자들은 단계를 뛰어넘는 무리한 핵개발 추진보다는 안전하고 성공률이 높은 핵개발을 선호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증폭기술을 적용한 HEU 기반의 핵실험을 지속적으로 실시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면, 왜 더 이상 불필요할 수도 있는 Pu의 추가 생산을 위해서 낡고 위험하며 2008년에 이미 불능화시킨 5MWe 흑연감속로를 2013년 8월 말에 재가동한 것일까에 대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수소폭탄의 핵융합 과정에 소량의 Pu가 필요하므로 남아 있는 Pu는 수소폭탄 핵실험 및 제조를 위해 사용할 것으로 추정되며, 추가 생산되는 Pu도 그러한 목적에 사용하거나 해외로 빼돌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나중에 언급될 것이지만, 5MWe 흑연감속로는 Pu 생산 이외에 삼중수소 생산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시설이다.

어찌되었건, 여기서 생산되는 핵물질은 핵분열과 핵융합 모두에 필요한 것으로서 북한은 자신들의 핵개발에 필요한 양만큼을 계산하여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고 남거나 핵개발에 필요한 자금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이러한 물질의 해외 판매를 통해서 그 재원을 충당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