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정찰위성이 북한의 영변에서 건설 중인 사용 후 핵연료봉 재처리 시설을 촬영한 시기는 1985년 이었다.

이에 앞서 1984년 가을 북한은 정치·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한 가지 법안이 최고인민회의를 통과했는데, 그것은 바로 ‘합영법’이었다.

이 법은 해외에 거주하는 재외 북한 주민들로부터 出資(출자)를 모집, 북한 국내에서 사업을 일으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합영법은 김일성의 직접 지시 하에 시작된 외화도입 정책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해외 거주 재외 북한 주민의 대부분은 사실상 일본에 거주하는 조총련계 사람들을 의미했다.
 
북한에서 사업을 할 수 있게 된 조총련계 기업인들은 일본의 자재를 모아 북한으로 보내 공장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이들에게 북한의 값싼 노동력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1987년 들어 조총련계 기업이 북한에 지은 공장만 87개소에 달했으며, 여기에 300억 엔 가량의 건설투자 비용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으로 평양소맥분가공공장, 평양맥주공장, 평양제약공장, 평양피아노공장, 모란봉합영공장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들 공장이 북한의 군사정책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던 이유는 조총련계 재일 기업인들과 북한과의 합영사업이 실제로는 북한의 군사 인프라를 키우는데 전용됐기 때문이다.

당시 북한의 경제 상황은 누가 봐도 파국으로 치닫고 있었다. 동시에 김일성은 북한 군사장비의 노후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이를 일거에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해낸 것이 바로 군사산업 육성책이었다. 북한은 80년대 중반 이후 중국과 국경을 접한 자강도 산악지대 곳곳에 비밀 지하 공장을 건설했다.

북한은 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제1차 산업과 경공업이 대부분으로 외부에 보여줄 만한 산업시설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떤 연유로 거대 지하 공장들이 세워지게 됐을까?

북한이 핵과 미사일 등의 대량파괴무기(WMD) 개발에 박차를 가하던 시기와 맞물려 일본의 조총련이 소유하고 있던 토지와 건물이 擔保(담보)로 사용됐다는 사실이 시간이 흘러 사실로 밝혀졌다...(계속)

김필재(조갑제닷컴) spooner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