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변에 위치한 북한의 5MWe 흑연감속로는 舊소련에서 제공된 연구용 원자로의 운전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의 핵기술자들이 비밀 해제된 설계도를 참고하여 자체 설계한 실험용 원자로이다. 이 원자로는 1956년에 영국이 최초로 개발한 ‘Calder Hall’형을  모방한 것이다.

2008년 6월27일 북한이 영변 5MW 원자로의 냉각탑 폭파 쇼(?)를 하고 있는 모습.

1980년 7월 개시된 북한의 5MWe 원자로는 사용기간이 길고, 북한에 풍부한 천연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5MWe 흑연감속로는 수소폭탄 제조에 필요한 삼중수소와 플루토늄 확보에 핵심적인 수단이다.

삼중수소는 반감기(半減期, 약12년)가 짧기 때문에 안정적인 삼중수소의 공급처가 필요하다. 약 12년이 지나면 삼중수소의 양이 반으로 줄어들게 되므로 한번 확보했다고 해서 쌓아두고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교체를 해야 한다.

삼중수소는 수출통제 품목이기 때문에 밀수가 제한적이며, 매우 고가이므로 북한의 입장에서는 해외 조달보다 자체 생산에 유리할 수 있다. 북한에서 삼중수소를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은 1965년 완공된 IRT-2000 연구용 원자로와 5MWe 흑연감소로 뿐이다.

북핵 전문가인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이상민 연구원은 2016년 2월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보고서에서 2013년 8월28일 재가동을 시작한 5MWe 흑연감속로가 2년간 가동을 하고 지금쯤 핵연료봉을 인출하고 있거나 이미 완료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렇다고 하면 북한은 2016년 1월 실시한 4차 핵실험에서 5MWe 원자로를 통해 확보한 삼중수소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가능성에 대해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이상민 연구원은 “많은 대북전문가들이 예상했으며 북한 스스로도 핵실험 가능성을 내비치던 2015년 10월10일 노동당 창건일이라고 하는 상징성을 무시하고 3개월이나 늦게 핵실험을 단행한 이유가 신선한(?) 삼중수소의 확보가 지연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핵실험과 핵무기 제조를 위해 5MWe 흑연감속로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가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핵실험 주기(3년)와 5MWe 흑연감속로 재가동(준비 1년+가동 2년) 주기(3년)가 일치한다면, 이 둘의 관계에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삼중수소는 수소폭탄 제조에 필수적이고 반감기를 고려하여 주기적인 교체가 필요하다. 때문에 삼중수소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가 발생하게 된다. 5MWe 흑연감속로는 북한에게 너무나 효용성이 높은 핵심시설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필수적이라 하겠다.      

정리/김필재(조갑제닷컴) spooner1@hanmail.net

북한 영변의 주요 핵시설 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