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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이란은 중국의 지원과 묵인 하에 긴밀한 군사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북한과 이란의 군사 협력관계는 그동안 별개의 문제로 다뤄져왔다.

북한과 이란은 국제 사회의 감시망을 피해 중국의 항구와 영공을 통해 대량파괴무기(WMD)의 이전 및 이를 제조하기 위한 각종 데이터를 공유해왔다. 2014년 사망한 이스라엘 출신의 中東전문가 배리 루빈(Barry Rubin)은 줄곧 국제 사회의 감시망을 피해 중동 지역에 WMD를 확산시키는 주요 국가로 북한을 지목했었다.

북한은 이란 등 중동국가에 WMD를 확산시켜 국가재정 확충, 주체사상의 국제적 확산, 북한군 현대화 및 한반도 공산화 통일을 추구해왔다.

이란의 경우 북한의 WMD개발에 사용된 연구개발(R&D) 자원을 일괄적으로 인수해 자국의 군사력을 증강시켜왔다. 이 과정에서 이란이 고도화한 WMD 기술은 다시금 북한에 제공되어 결국 중동과 동북아의 군사경쟁을 야기하고 있다.

북한과 이란은 1973년 공식 외교관계를 수립했으며, 1985년 이란과 탄도 미사일 기술을 상호 지원하는 내용의 ‘탄도 미사일 개발 협정’을 체결했다. 이 협정의 주요 내용은 이란이 북한의 미사일 개발에 자금을 지원하고, 북한이 생산한 스커드-B 미사일의 구매에 이란이 우선권을 갖는다는 것이었다. 이 협정에 따라 북한은 이란에 스커드-B 미사일의 조립·생산 공장을 건설해주고 유지·보수 등을 위한 기술을 지원했다. 1987~1988년 기간 동안 북한이 이란에 수출한 스커드-B 미사일만 100여 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란·이라크 전쟁(1980~1988년)이 끝난 뒤에도 북한과 이란은 정치 군사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특히 전쟁 이듬해인 1989년 양국 간 교류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졌다.

북한과 이란은 1989년 1월 ‘경제 및 과학기술 협조를 위한 공동위원회 창설에 관한 합의서’와 ‘경제기술협제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한 뒤 각 부분의 대표단을 활발하게 상호 파견했다. 이란에서는 혁명근위대 참관단(1989년 4월), 정부 경제대표단(5월), 외무성 제1부상(8월), 국회대표단(11월), 군사대표단(12월)이 방북했다. 같은 해 북한은 친선대표단(2월), 정부 무역대표단(4월), 최고인민회의 대표단(7월), 외교부 대표단(12월)을 이란에 파견했다.

1989년 5월에는 하메네이 당시 이란 대통령이 방북하여 김일성과 여러 차례 회담을 한 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이란회교공화국 사이의 공동콤뮤니케’를 채택·발표했다.

양국은 이 때 ‘외교부 사이의 협조와 관한 합의서’와 ‘경제 및 과학기술협조를 위한 공동위원회 제1차 회의 회담록’을 채택했다. 1989년 12월에는 이란 군사대표단이 북한을 방문해 군사 분야 이외에 군수산업 분야에서도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란 군사대표단 단장이었던 모센 레자이(Mohsen Rezaie) 혁명수비대 사령관은 12월3일 열린 연회에서 “우리(이란과 북한)는 이번에 자립적 군수공업 건설, 정치 및 문화 분야에서 이룩한 경험 등을 나누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같은 달 7일 열린 군중집회에 참석해 “양국은 방위분야에서 협조를 강화해야 한다”며 “우리가 힘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제국주의자들이 팽창주의 야망을 버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자주적인 나라 정부들은 방위분야에서 굳은 단결을 이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 북한과 이란은 ‘상호방위협력협정’을 체결했다.

당시 오진우 인민무력부장과 함께 협정을 체결한 모센 레자이 사령관은 1994년 아르헨티나에서 발생한 이스라엘-아르헨티나 친선협회(AMIA) 폭탄테러(85명 사망)에 개입한 혐의로 인터폴 수배인물이자 이스라엘 모사드의 암살 대상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란 군사대표단의 방북에 대한 북한 군사대표단의 답방은 이듬해인 1990년 11월 하순에 이뤄졌다. 북한 군사대표단의 단장을 맡은 오진우 인민무력부장은 이란 회교혁명근위대 총사령관을 11월24일과 25일 각각 만나 단독회담을 진행했다. 당시 회담을 통해 북한과 이란은 ‘군사협력의정서’를 교환했다.

이를 통해 북한과 이란의 대량파괴무기(WMD) 협력관계는 더욱 긴밀해져,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북한의 노동 미사일을 기반으로 한 이란의 샤하브(Shahab) 계열 미사일 개발에 양국이 협력하기에 이른다. 북한의 노동, 대포동-1호, 대포동-2호 미사일은 각각 이란의 샤하브-3, 샤하브-4, 샤하브-5/6 미사일의 원형이 됐다.

양국은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사정거리 5000~6000km의 대포동-2호(개발완료)와 샤하브-6(개발 중)의 개발도 함께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이란이 ‘사피르-2’ 로켓을 발사한 지 두 달이 후인 2009년 4월5일 대포동-2호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와 관련, 일본의 <산케이신문>은 美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당시 이란 대표단 15명이 직접 북한에 입국해 로켓 발사 작업에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북한과 이란의 WMD 개발 협력 관계는 1990년대 이후 아래와 같이 이어져 왔다.

▲이란의 軍 관계자들은 1993년 5월 북한의 노동 미사일 테스트를 참관했다. ▲1994년 1월 조명록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의 군사대표단이 이란을 방문해 ‘신군사·핵협력 강화협정’을 체결했으며, 이란은 북한으로부터 50억 달러 상당의 미사일을 구입하겠다는 계약을 맺었다.
▲북한군 관계자들은 1991년, 1998년 두 차례에 걸친 이란의 ‘샤하브-3’ 미사일(북한의 노동미사일과 유사) 테스트를 참관했다. ▲북한은 2006년 7월 실시된 대포동-2호 발사 실험에 이란 관계자들을 참관시켰다. ▲이란의 고위급 망명자인 Ali Reze Asghari는 이란이 북한의 시리아 핵개발 프로그램 참여에 자금을 제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2009년 태국 정부가 지대지 미사일 등 35톤 규모의 북한산 무기가 실린 항공기를 적발했는데 행선지는 이란이었다. ▲이란 대표단(7명)은 2009년 5월 북한의 제2차 핵실험을 참관했다. 당시 이란 대표단의 방북은 북한의 초청에 따른 것으로 대표단은 약 1주일간 머물렀다. ▲이란의 과학자들은 2013년 2월 행해진 북한의 제3차 핵실험을 직접 참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이란은 2012년 11월 핵실험을 현장에서 지켜보겠다는 의향을 북한에 타진했고, 이 대가로 수천만 달러를 중국 위안화로 지급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이란은 북한의 핵실험을 “앞으로 자체 지하핵실험을 시행하기 위한 기술을 곧바로 획득할 중요한 기회”로 간주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4년 11월 유발 스타이니츠(Yuval Steinitz) 이스라엘 정보부 장관은 “이란은 북한의 핵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고, 북한은 이란에 미사일 기술과 인력을 전수했다”는 이란·북한 WMD 주고받기를 제기했다. ▲美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2016년 1월17일 탄도미사일 개발에 관여했던 이란 기업·개인 11곳을 신규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며,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도운 이란인 3명을 포함시켰다. 이들은 이란 군수업체인 ‘샤히드 헤마트 산업그룹(SHIG)’의 임원 2명과 이란 군병참방위부(MODAFL)의 간부 1명이었다. SHIG의 무역 담당 임원인 사예드 자바드 무사비는 북한의 조선광업개발회사 직원들과 직접 협력했던 인물이다. OFAC는 SHIG가 액체연료 추진탄도 미사일과 우주발사체의 지상 실험에 쓰이는 밸브·전자장비·측정장비를 조선광업개발회사를 통해 북한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또 SHIG의 임원 세예드 미라흐마드 누신과 MODAFL의 부책임자인 사예드 메흐디파라히는 북한의 80톤급 로켓 추진체 개발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고 OFAC는 밝혔다. 두 인물은 직접 평양을 방문해 미사일 부품 도입 협상을 주도했다.

김필재(조갑제닷컴) spooner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