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시기 공산권 정보를 분석했던 美 정보기관 소속 분석관들은 舊소련의 붕괴 가능성을 예측하는데 실패했다.

미국의 국가정보학 권위자인 Mark M. Lowenthal 콜럼비아 대학 교수는 著書 'Intelligence'에서 냉전 막바지 “소련이 거의 붕괴에 가까워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분석했던 미국 분석관이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로웬탈은 두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첫째, 美 정보기관 내 소련 분석관들은 자신들의 생계의 터전이 사라질 것에 대해 우려를 했고, 소련이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약해졌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미국의 정보 분석관들은 소련의 붕괴를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또한 소련 정부의 잔악함을 감안했을 때 상상하기 조차 싫은 폭력적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높았으면 높았지, 평화적 붕괴는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했다.

둘째, 냉전시기 미국의 정보분석관들은 고르바초프의 인격에 대해 정확히 분석하는데 실패했다. 당시 미국의 정보분석관들은 고르바초프의 개인적 성향을 파악하는데 실패했으며, 오로지 정책 문제(군비통제, 앙골라, 아프간 문제)에 대한 접근법을 파악하는데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이러한 미국 정보기관의 정보실패(Intelligence Failure)는 냉전 이후에도 계속됐다.

일례로 CIA는 9.11 테러 직후 ‘이라크에 대량 살상 무기(WMD)가 있다’고 백악관에 보고했다. 물론 이 정보는 이후 완전히 틀린 것으로 드러났다.

CIA는 한국전쟁 당시 중공군 개입을 막판까지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중공•북한군에 밀려 아군이 부산까지 내려간 뒤에는, CIA 요원이 실수로 부산 영도 앞바다에서 이승만 대통령을 사살할 뻔 했다. CIA 요원이 비밀리에 한국인 북파 공작원을 수천 명을 훈련시키는 해역에서 李 대통령이 사전 통보 없이 뱃놀이를 했기 때문이다.

CIA는 한때 인간정보 수집을 등한시하며 첨단기술로 방향을 틀어 수십 억 달러에 달하는 첩보 위성과 도청 장치를 개발했다. 그 결과 소련과 동독 고위층의 사정을 파악하는데 실패하여 舊소련 해체와 베를린 장벽 붕괴를 막판까지 예측하지 못했다.

특히 CIA가 역사적인 두 사건의 예측을 실패한 내용은 국가정보학 등의 학문에서 자세히 다뤄지며 두고두고 씹히고 있다.

참고로 정보기관의 정보분석관들은 정보보고서를 작성할 때 ‘A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거의 단정적으로 말한 뒤, 이에 대한 주석을 달아 ‘아니라는 전문가도 있다’는 식으로 자신들의 설명책임을 벗어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김필재(조갑제닷컴) spooner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