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明博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엔 고급 정보가 많다. 특히 중국의 주석 및 총리와 나눈 대화가 흥미롭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에게 “한반도 통일 후 미군은 현재 주둔하고 있는 위치에서 더 북쪽으로 올라가지는 않을 것입니다”고 말했다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미국과 협의한 다음 전한 메시지인지 특유의 즉석 발언인지 알 수 없지만 너무 가볍게 우리의 전략적 카드를 보여준 것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학자들이 세미나에서 하는 이야기와 대통령이 하는 이야기는 다르다. 주한미군이 통일과정에서 북한지역에 진출할 수 있다는 태도를 취해야 중국으로부터 받을 것을 받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2012년 1월 9일, 정상회담이 끝난 뒤 후진타오 주석과 함께한 국빈 만찬 자리였다. 통상적으로 중국 지도자들은 공산당에서 승인한 준비된 발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공식 정상회담 자리에서는 속 깊은 대화를 나누기 어렵다. 그동안 중국 頂上들과 나눈 의미 있는 대화는 대부분 비공개석상에서 이루어졌다. 이날 만찬장에서 후진타오는 먼저 중국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중국 경제가 발전하고 있지만 중국 인민의 생활수준과 복지수준은 아직도 낮다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뒤이어 남북한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후진타오에게 한반도 통일 문제를 이야기했다.
 “통일이 되면 한·중 양국은 1200킬로미터(1300킬로미터인데 당시 잘못 알고 발언했다)의 국경을 마주하는 가장 가까운 나라가 됩니다. 그렇게 되면 누구도 한·중관계를 방해할 수 없습니다.”

 내 발언은 한국에 의한 한반도 통일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으로 그동안 중국에서는 금기시되는 내용이었다. 과거 한·중 정상 간의 대화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이야기였다.

 “한반도 통일 후 미군은 현재 주둔하고 있는 위치에서 더 북쪽으로 올라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나는 통일 후 한반도에 주둔하는 미군 문제도 이야기했다. 이 발언은 두 가지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하나는 통일 후에도 한반도에 미군이 주둔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며, 다른 하나는 통일 한국이 미군을 현재보다 더 북쪽에 주둔시키지 않도록 중국의 입장을 배려할 것이라는 의미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중국 정상과 한반도 통일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금기시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후진타오는 내 이야기를 별다른 반박 없이 듣고 있었다. 2012년 1월 10일, 원자바오 총리와 회담이 있었다. 회담을 마치고 우리는 조어대 만찬장에 마주 앉았다. 이 자리에서는 북한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오갔다.

 “저는 북한의 젊은 지도자(김정은)에 대해 잘 모릅니다. 북한 내부 사정이 좀 복잡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에 대해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아무리 과격한 말을 해도 접촉과 대화를 견지해주시기 바랍니다.”

 당시 북한은 김정일 사망 이후 김정은으로의 권력 이양을 서두르면서 對南 비방에 몰두하고 있었다.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자는 원자바오의 말은 이를 두고 이야기한 것이었다. 원자바오가 김정은을 ‘젊은 지도자’로 표현한 것도 이례적인 일이었다.

 “중국이나 한국이나 때가 되면 정권이 바뀌고 사람이 바뀝니다. 원자바오 총리와 저는 비슷한 또래입니다. 내년이면 우리 둘 다 은퇴합니다. 우리는 늙고 은퇴하는데 북한은 젊은 사람이 권력을 잡았습니다. 앞으로 50~60년은 더 집권할 텐데 참으로 걱정입니다.”

 김정은도 김정일처럼 죽을 때까지 집권할 텐데 우리에게 참고 인내할 시간이 있겠느냐는 뜻으로 나는 대답했다.

 “그렇지만 역사의 이치가 그렇게 되겠습니까?”

 원자바오가 의미심장한 답변을 했다. 중국 지도자가 북한의 장래를 두고 ‘그리 오래 참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의미의 발언을 한 것으로 나는 이해했다. 2008년 취임 초에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만 해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미 동맹은 냉전의 잔재’라고 폄훼했다. 한·미 동맹을 위협으로 간주하는 것은 지난 수십 년간 중국이 갖고 있던 생각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한·미 동맹을 강화하면서도 한·중 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을 설득하자 중국이 이를 어느 정도 받아들인 게 아닌가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중국 지도부는 한·미 동맹을 아직도 불편하게 여길지언정 그 존재를 기정사실로 인정하게 됐다. 한·중 관계의 가장 큰 난관에 대한 중국의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나는 이를 중국의 의미 있는 변화로 받아들였다.

 2012년 3월 26일,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청와대에서 한·중 정상회담이 열렸다. 당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임박한 때였다. 후진타오 주석이 말했다.

 “중국은 북한이 위성 발사 계획을 발표한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북한이 위성 발사를 포기하고 경제개발과 민생 개선에 집중하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 때와 비교하면 매우 달라진 태도였다. 중국이 북한의 민생 개선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나는 취임 초부터 중국에 북한의 민생과 인권에 신경 써야 한다는 점을 누차 강조해왔다. 중국이 이를 받아들여 북한의 민생 문제를 정상회담에서 거론한 것이다.

 이 같은 중국의 변화는 북한이 2012년 12월과 2013년 2월에 걸쳐 연이어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더욱 가시화했다. 중국은 과거와 달리 신속하고도 강력하게 유엔 안보리의 對北 제재 결의안에 협력했다. 내 임기 동안 후진타오와 열두 번, 원자바오와 아홉 번, 도합 중국과 스물한 번의 정상회담을 가졌다. 多者회의까지 합하면 서른아홉 번이나 중국 頂上을 만났다. 우리 역사상 가장 활발한 한·중 정상교류가 이루어진 시기였다. 나는 한·중 관계를 진화시키고자 했고 실제로 중국은 내 임기 5년 동안 크게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나의 임기 마지막 날인 2013년 2월 24일, 후진타오의 특사가 주석 친서를 가지고 청와대를 방문했다. 몇 달 후면 후진타오도 10년 임기가 끝나는 상황이었다. 나는 그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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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원산선 문제('프리마돈나의 추락'에서 뽑음)

한국전쟁의 전개과정을 보면 쌍방이 비슷한 방식으로 실수와 성공, 그리고 起死回生을 했음을 알 수 있다. 인천상륙작전으로 起死回生한 유엔군과 한국군 측은 오만해진 맥아더의 치명적 誤判으로 중공군의 기습을 허용한다. 이번엔 중공군과 북한군이 起死回生하여 재공세를 펴고 유엔군과 한국군은 다시 벼랑으로 몰린다. 
  맥아더는 北進할 때 미8군을 주력으로 하는 서부군과 미10군단을 주력으로 하는 동부군으로 나눴다. 서부군은 평양-신의주-압록강을 향해 진군했고 동부군은 원산에 상륙한 이후 동해안을 따라 北上했다. 8군과 10군단 사이엔 너비가 거의 80km나 되는 무방비 지대가 있었다. 이 산악지대로 중공군이 들어와 8군과 10군단의 양측방을 치게 된다. V자형의 進擊은 중공군의 대공세를 부른 바보 같은 布陣이었다.
 
   毛澤東이 彭德懷에게 지시한 최초의 작전방침은 수세적이었다.
   <북쪽 산악지대에 방어진지를 구축한다. 敵軍이 평양-원산선을 고수하고 더 이상 北上하지 않으면 우리도 평양, 원산을 공격하지 않는다.>
   평양~원산 선에서 방어선을 치면 평안북도와 함경도 지역은 북한군의 聖域이 되지만 한반도의 핵심 지역은 한국 관할이 되므로 공산당이 버티지 못하였을 것이란 가상도 할 수 있지만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북한군의 聖域이 중국과 陸續되어 있어 중국의 지원이나 개입이 자유롭게 이뤄졌을 것이다. 반대로 미군은 한국에 장기 주둔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한국군 혼자의 힘으로 평양~원산 경계선을 지켜낼 수 있었을까?
 
 1950년 10월  유엔군의 北進속도는 너무 빨랐다. 중공군이 압록강을 건넌 19일에 유엔군은 평양을 점령했다. 彭德懷는 신의주를 포기할 생각까지 했다. 그는 6개월내의 작전지침으로서 북부의 일부 산악지대와 중국과의 통로를 확보하는 것조차 보증하기 어렵다고 毛에 보고했다. 맥아더에 못지 않은 군사적 천재성을 지닌 毛澤東은, 8군과 10군단 사이에 있는 80km의 間隙(간극)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이를 이용, 大迂廻 (대우회)전략을 쓸 수 있겠다고 본 것이다. 방어전 계획을 機動戰 개념으로 바꾼다. 적을 먼저 공격한 다음 戰局의 주도권을 잡은 뒤 상황을 봐가면서 추가 공세를 준비한다는 것이었다.

  1950년 10월25일은 한국 현대사의 한 분기점이 되는 날이었다. 서부전선에서 청천강을 넘어 북진하던, 유엔군(美8군 주력)이 중공군을 만난 것이다. 중공군은 8군에 배속된 한국군 3개 사단(1, 6, 8사단)을 골라서 기습했다. 미8군의 동쪽 측면을 맡았던 한국군 2군단 소속의 제6, 8사단이 타격을 받고 무너지면서 미군의 측면이 노출되었다. 중공군은 미군을 배후에서 포위하기 위하여 迂廻(우회) 기동을 시작하였다. 위협을 느낀 워커 8군 사령관은 신의주 남쪽 25km 지점까지 진출하였던 미 24 사단의 1개 연대와 영국군 여단에 후퇴 명령을 내렸다. 美 제1기병 사단과 2사단이 북진, 중공군의 南下를 저지, 11월5일 전선은 군우리 부근에서 안정되었다. 다음 날 중공군은 북쪽으로 물러나 산악지대로 사라졌다.

 10월25일 아몬드 장군이 지휘하는 미10군단이 맡은 동부전선에서도 한국군 3사단은 청진호 남쪽에서 중공군의 공격을 받았다. 미 해병 1사단이 달려와 11월2일부터 한국군을 지원하는 사이에 중공군은 7일 무렵 북쪽으로 사라졌다.
 서부와 동부전선에서 40여 명의 중공군이 포로로 잡혔다. 신문을 해보니 여러 부대가 참전하였음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맥아더 사령관, 워커 8군 사령관, 아몬드 10군단장은 중공군의 대규모 참전을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였다. 11월2일 유엔군 사령관의 정보참모인 윌로비 소장은 참전 중공군의 규모를 1만6500명으로 추정하였다. 실제로는 서부전선에 18만, 동부전선에 12만 명 등 총30만 명의 중공군이 들어와 있었다. 엄청난 과소평가를 한 셈이다.

 11월3일 美 합참은 맥아더 사령관에게 중간 戰況(전황) 평가를 요구하였다. 맥아더는 11월4일 답신에서 '중공군이 본격적으로 개입하였다고 단정하여선 안 된다'는 견해를 피력하였다. 맥아더는 그러나 11월5일 지금까지의 낙관론에서 크게 벗어나는 행동을 한다. 예하 스트레트마이어 공군 사령관에게 총력을 다하여 압록강의 철교를 비롯한 공장, 수송수단, 도시, 마을을 폭격하라고 명령한 것이다. 만주와 북한을 연결하는 압록강 철교를 폭격할 때는 북한 측 부분만 타격하라고 지시했다. 이런 지시는 중공군이 대규모로 개입하였다고 보고 대응하는 것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폭격기들이 발진하기 직전, 워싱턴의 미 합참이 개입하였다. 트루먼 대통령은 딘 에치슨 국무장관과 로버트 A. 로벳 국방차관 등의 건의를 받아들여 폭격 계획을 수정할 것을 지시하였다. 합참은 韓滿국경선에 해당하는 압록강~그 남쪽 5마일(약8km) 지역帶에 대한 폭격을 금지시켰다. 이에 발끈한 맥아더는 합참에 일종의 항의 電文을 보내는데 그 내용이 충격적이었다.

 그때까지 대규모 중공군의 본격적 개입 가능성을 부인해오던 맥아더는, '압록강 다리를 통하여 대규모 인력과 물자가 쏟아져 들어오고 있어 내가 지휘하는 부대를 궤멸시키려 하고 있다'면서 '敵軍의 증강을 저지하는 유일한 길은 다리를 부수는 것이다'고 했다. 그는 '이 폭격계획이 연기되는 시간만큼 미군과 유엔군의 피로써 代價를 치르게 될 것이다'는 표현까지 했다. 그러면서 '나는 이 상황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없으니 이 문제를 대통령에게 보고하여 달라'고 압박하였다.

 브레들리 합참의장은 고향에 가 있던 트루먼 대통령에게 맥아더의 이 電文을 전화로 읽어주었다. 대통령은 맥아더가 하자는 대로 해주라는 뜻을 전하였다. 합참은 압록강 다리 폭격을 허락하면서 중공군의 개입 규모를 낮게 평가하였던 4일자 보고와 달라진 점을 지적, 해명을 요구하였다.    
 맥아더는 윌로비 정보 참모의 최신 추정치에 근거, 4만 명의 중공군이 북한지역에 들어왔고, 35만 명이 만주에서 대기중이라고 보고하면서 '이들이 개입하면 후퇴할 수밖에 없을 것이지만 공세를 통하여서만 敵의 戰力을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이 맥아더의 보고도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것이었다. 중공군의 실제 전개 병력(약30만 명)을 8분의 1 정도로 줄여 평가해놓고는 '그러나 진짜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붙어서 싸워 봐야 알겠다'는 식의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던 것이다. 나중에 브레들리 함참의장은 후회한다. '그때 합참이 한국전의 지휘권을 확실하게 장악, 맥아더를 엄격하게 다뤘어야 했다'는 것이다.

 11월8일 79대의 B-29 폭격기와 300대의 F-80 및 F-51 요격기가 출격, 신의주와 압록강 다리 등을 폭격하였다. 소련의 미그 16과 미국의 F-80이 최초로 제트기끼리의 공중전을 벌였다. 이날 합참은 맥아더에게, 중공군의 출현으로 인하여 기존의 전쟁 지침을 재검토하여야 할 상황이 되었다고 알려주었다. 맥아더는 민감하게 반응하였다.
 그는 북한군을 무찌르고 한반도를 통일하라는 유엔의 지침(10월7일자)을 약화시키면 '우리 군의 사기가 완전이 무저질 것이고 특히 한국군은 反感으로 총부리를 돌릴지도 모른다'고 경고하였다.    

 11월9일 트루먼 대통령 직속의 국가안보회의(NSC)는 기존의 전쟁 목표(한반도의 통일)를 수정하지 않고 맥아더 사령관이 자유롭게 작전을 하도록 허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딘 에치슨 국무장관은 나중에 '이로써 대재앙을 향한 進軍을 멈출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쳤다'고 반성하였다. 그는 '군인들과 관료들이 모두 무언가 잘못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하였으나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대목에서 실수를 하였다'고 했다.  
 맥아더는 최후의 공세를 준비하면서 낙관적인 전망을 하였다. 11월17일 그는 무초 주한 미국 대사에게 '개입한 중공군은 2만5000명에서 많아야 3만 정도이다'면서 미 공군력 때문에 더 이상의 병력을 (압록강을 넘어) 보내지는 못하였을 것이라고 했다.

 11월 초 압록강 다리에 대한 폭격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30만 이상의 중공군이 들어왔다는 사실에 비추어보면 맥아더의 誤判은 그 정도가 너무나 심하다. 무초는 국무부에 '맥아더 장군은, 총력을 동원한 공격으로 10일 안에 중공군과 북한군을 제거할 것이라고 말하였다'고 보고하였다.
 11월7일 영국군 참모총장 슬림 원수는 영국 합참회의에서 이런 견해를 밝혔다.
 <유엔군은 한반도에서 가장 좁은 지역(注: 평양-원산선)을 선택하여 방어진지를 구축해야 한다. 유엔군의 현재 포진은 너무 넓어 방어하기가 쉽지 않고 한국군은 중공군의 첫 공격에 무너질 것이다. 그렇게 하면 중공군도 압록강 남쪽에서 머물면서 협상에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

 11월14일 미 국방장관 마셜의 보좌관이던 제임스 H. 번스 소장도 장관에게 긴급 건의를 하였다. 합참, 국방부, 국무부의 지도층 인사들이 즉시 도쿄로 가서 맥아더 사령관과 함께 전략을 재검토하여야 한다는 요지였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가 피하려고 하는 세계 대전에 말려들 위험성이 있다'고 강조하였다. 마셜은 워싱턴의 고관들이 도쿄까지 날아가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국무부의 고위층에 우려를 전할 것을 지시하였다. 번스가 딘 러스크와 필립 제섭을 만났더니 두 사람도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고려하겠다는 정도에 그쳤다.

 맥아더의 최후 공세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마지막 회의가 열린 것은 11월21일이었다. 미 국방부에서 열린 최고위급 회담엔 마셜 국방장관, 애치슨 국무장관, 브레들리 함참의장, 콜린스 육군참모총장, 그리고 트루먼 대통령을 대리한 해리먼 대사가 참석하였다.  영연방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본격적 개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점을 중점적으로 논의하였다. 참석자들은 걱정만 할 뿐 맥아더의 야심 찬 공세를 중단, 또는 수정하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군부 지도자들은 戰域 사령관의 판단을 존중하는 미국의 전통을 들어 개입을 꺼려 하였고 국무부 고관들은 '군에서 알아서 해야 할 일이다'는 태도였다. 합참은 이날의 토의 내용을 정리하여 맥아더에게 보냈는데, 그가 電文을 읽은 것은 한국에서 '크리스마스 작전' 명령을 내린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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