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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변 핵단지 內 시설

1992년 5월4일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제출한 ‘최초보고서(Initial Report)’에서 16개소의 핵관련 시설을 보고했다. 이들 시설의 명칭과 용도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IRT-2000 연구용 원자로(제1호 원자로): 1963년 6월 소련에서 도입하여 1964년도에 완공한 연구용 원자로로 10% 저농축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하며, 경수를 냉각제로 사용한다. 최초 열출력은 2메가와트였으나 자체 기술로 1973년에 4메가와트, 1998년 다시금 8메가와트로 출력을 증가시켰다. 북한은 이 시설에서 1965년도에 처음으로 핵분열 실험에 성공했으며, 1975년도에는 천연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하여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5메가와트 실험원자로(제2호 원자로): IRT-2000 연구용 원자로 운영으로 축적된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의 핵시술자들이 비밀 해제된 설계도를 참고하여 자체 설계한 실험용 원자로(흑연감소로)이다. 1956년 영국이 최초로 개발한 ‘Calder Hall'형을 모방했다. 이 원자로를 가동하면 핵무기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을 포함하고 있는 사용후 핵연료가 생산된다. 북한의 5메가와트 원자로는 수소폭탄 제조에 필요한 삼중수소와 플루토늄 확보에 핵심적인 시설이다.

▲50메가와트 원자력발전소(제3호 원자로): 1985년 착공하여 1995년도에 완공예정이었으나 1994년 10월 美北 제네바합의에 따라 동결(공사 중단)된 원자력 발전시설이다. 1960년대 초 프랑스가 플루토늄 생산용으로 만든 원자로인 ‘G-2’ 원자로를 모델로 한 것으로 5메가와트 실험용 원자로와 같은 흑연감속로이다.

▲방사화학실험실(핵재처리공장):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하여 핵무기급 플루토늄을 추출해내는 시설이다. 1992년 사찰을 통해 IAEA는 이 시설이 재처리 시설이라고 결론지었다. 1994년 10월 美北 제네바합의에 따라 시설이 동결되어 폐연료봉 8000개가 영변 핵시설에 보관됐다. 북한은 2002년 말 핵동결 해제를 발표하고 IAEA 사찰단을 추방했다. 이후 2005년 8월 8000개의 폐연료봉을 인출하여 핵연료를 재처리했다. 북한은 이 시설을 ‘12월 기업소’라고 한다.

▲핵연료가공공장(핵연료봉 제조시설): 채광된 우라늄 원석을 분쇄하여 불순물을 제거한 천연우라늄을 원자로에 넣어 연소시키기에 편리하게끔 핵연료봉을 제조하는 공장이다. 1987년부터 가동하여 여러 차례에 걸쳐 원자로에 넣을 만큼의 연료봉을 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핵연료 저장시설: 정련공장에서 가져온 천연우라늄과 핵연료 가공공장에서 만든 핵연료봉 등을 저장하는 시설이다.

▲0.1메가와트 임계시설: 핵분열 연쇄반응시 핵분열수가 증가하지 않고 동일하게 일정수준의 핵분열이 지속되는 상태를 연구하는 시설이다. 출력은 0.1메가와트이다.

▲액체 핵폐기물 저장소(일명 ‘빌딩500’): 이 건물은 방사화학실험실로부터 약간 떨어진 북측에 위치하고 있는 2층 건물(은폐작업으로 1층으로 보임)로 1989년 이전에 완공한 건물이다. 이 건물 내부(지하)에 소규모 실험용 핵재처리 시설이나 핵폐기물(사용후 핵연료) 저장 시설이 있을 것으로 의혹을 받아왔다.

▲액체 및 고체 핵폐기물 저장소: 이 시설은 50메가와트 원자로와 방사화학실험실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1976년부터 사용되어 온 핵폐기물 저장탱크이다.

▲신(新)핵폐기물 저장소: 이 시설은 고체 핵폐기물 저장소 건너편에 있는 시설로 IAEA 사찰팀이 영변 핵단지에 도착하기 직전인 1992년 8월에 급조한 핵폐기물 저장소이다.

▲동위원소 생산가공연구소: 북한은 1970년대 중반부터 플루토늄과 우라늄에 관한 기초연구를 실시하는 연구소이다. 이 시설에는 7개의 '핫셀(Hot Cell)'과 ‘글로브 박스(Glove Box)’가 존재한다. 1975년 IRT-2000 연구용 원자로에서 인출한 사용후 핵연료를 이 연구소에서 그램(g) 단위의 플루토늄을 최초로 추출했다고 1992년 IAEA 사찰팀에게 시인한 바 있다. 그러나 동위원소 생산가공연구소는 IAEA에 제출한 최초보고서에서 누락됐다. 

▲영변 핵물리학 연구센터: IRT-2000 원자로와 5메가와트 실험용 원자로 시설을 포함한 영변의 구룡강 서측에 대규모의 건물들이 밀집되어 있는데, 이 시설들이 모두 원자력과 관련된 핵물리학을 연구하는 센터이다. 이곳에는 핵개발 계획을 진행·감독하는 지도기구들도 이곳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폭시험장: 영변 핵물리학 연구센터 지역 북쪽의 넓은 공지에 고폭시험장이 있다. 또 5메가와트 실험원자로의 남측에도 고폭시험을 실시한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이 그동안 미국의 첩보위성으로 확인되어 이곳에 지하 고폭시험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영변 핵단지 外 시설

▲준임계시설(평양): 핵분열 연쇄반응시 핵분열 수가 점차 적어져서 핵분열이 감소되는 현상을 연구하는 시설로 평양 김일성군사종합대학 내에 있다.

▲우라늄정련공장(2개소: 평산·박천): 광산에서 채광한 우라늄 광석은 먼저 우라늄 정련공장에 보내진다. 정련공장에서는 여러 가지 불순물이 섞여 있는 우라늄 광석의 불순물을 제거한 후 화학적 처리를 통해 75% 순도의 천연우라늄으로 분리하여 우라늄정광을 만드는 공장으로 평산과 박천에 위치하고 있다. 평산공장은 1990년부터 가동하여 연간 20만 톤의 우라늄 정련능력이 있으며, 박천공장은 1982년에 가동하여 1992년까지 약 10년 동안 350톤의 우라늄을 정련했다. 북한의 우라늄 광산은 순천, 박천, 신포, 평산, 옹기, 흥남 등에 산재해 있다.

▲200메가와트 원자력발전소(태천): 1989년 태천에서 건설하기 시작한 200메가와트 흑연로는 1996년 완공예정이었으나, 1994년 제네바합의로 건설이 동결됐다. 천연우라늄을 핵연료로 사용하는 이 원자로는 현재 버려진 상태로 연간 220kg 전후의 플루토늄 생산이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3) 미확인 핵의혹 시설

1992년 IAEA에 신고된 핵관련 시설 외에 미확인 핵관련 시설이 북한 전역에 산재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면 평안남도 평원에 있는 핵기폭장치 시험장, 함경남도 김책에 있는 지하 원자력연구소, 평안북도 지하 핵연구시설, 평안남도 개천의 지하 핵연구시설, 함경북도 화성의 핵실험시설, 평안북도 대관의 핵저장고 등이다. 이외 시설 외에 현재까지 韓美정보기관이 파악하고 있거나 언론 등에 보도되고 있는 북한의 비밀 우라늄농축 의혹시설 등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천마산 의혹 시설: 평안북도 대관군에 조선노동당의 5기계공업국 예하의 천마산 우라늄제련시설이 있는데, 이 지역에서 우라늄 농축을 위한 비밀활동이 있을 것으로 의혹받고 있다. 이는 1999년에 중국에 망명한 여단장급 북한군 장성 이춘선의 증언에 기초한 것이다.

▲하갑 지하 의혹 시설: 자강도 희천시 갑현동에 조선노동당 5기계공업총국 예하의 핵관련 시설이 있으며, 이 시설들은 고농축우라늄 생산, 플루토늄 생산이나 저장, 고폭실험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온정 구역 레이저 연구소: 평양시 온정 구역 과학동에 내각의 과학원 산하에 레이저 연구소가 있는데, 여기에서는 레이저 관련 연구활동을 하고 있으며, 특히 레이저에 의한 입자분리와 우라늄 농축관련 연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레이저에 의한 입자분리는 그 기술이 어려워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다.

▲평안북도 박천군, 태천군 지하 의혹 시설: 조선노동당 5기계공업국 예하에 박천 핵관련 시설이 있다. 이 시설은 플루토늄 재처리나 저장, 혹은 우라늄 농축활동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의혹을 받고 있으나, 관련 증거 등이 제시되지 않았다. 평북 박천 및 태천 지역에는 우라늄 저장시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따라서 인근에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을 개연성이 있다.

▲양강도 김형직군 영저리 우라늄 농축 의혹 시설: 노동당 5기계공업총국 예하 소속의 핵의혹 시설로 고농축 우라늄 생산 의혹 시설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건설이 시작되어 미사일 기지로 파악되었으나 최근 우라늄 농축시설로 의혹을 받고 있으며, 미국 정부에서 한국 측에 의혹시설로 통보한 바 있다.

▲방현공군기지 우라늄 농축 의혹 시설: 미국의 정책 연구기관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2016년 7월21일(현지시간) 금창리 방현공군기지 내 항공기제작소에서 소규모 우라늄 농축시설로 의심되는 장소를 찾아냈다고 밝혔다. 소련제 전투기 미그기를 재조립하기 위해 1960년대부터 운영된 방현공군기지 항공기제작소는 영변 핵시설에서 45㎞ 떨어져 있다.

북한은 그동안 영변에만 핵시설이 존재한다고 주장해왔다. 따라서 이곳에 핵시설이 있는 게 맞다면 북한은 영변 이외의 장소에서 별도로 우라늄을 농축했고, 확보한 농축우라늄도 그동안 알려진 것보다 많을 가능성이 높다.

정리/김필재 spooner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