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생인 盧泰愚, 金復東, 鄭鎬溶씨처럼 명문고교 출신도 아니고 성적이 뛰어나지도 않은 全씨가 정규육사출신 장교들의 리더가 될 수 있었던 데는 그의 기질 이외에 朴대통령의 비호라는 조건이 있었다. 朴대통령은 군장성 시절부터 노태우(盧泰愚), 손영길(孫永吉), 권익현(權翊鉉)씨 등 정규육사출신들을 총애하였다. 全斗煥장교는 최고회의의장 민원비서관이 된 인연으로 일찍부터 권력의 핵심부와 인연을 만들 수가 있었다. 그때 최고회의 의장 비서실장은 뒤에 사돈이 된 박태준(朴泰俊), 비서실장 보좌관은 윤필용(尹必鏞)씨였다. 朴의장의 경호를 맡고 있던 박종규(朴鐘圭), 차지철(車智撤)은 뒤에 全斗煥의 후견자 또는 상관이 되었다. 이런 인연으로 해서 全斗煥씨는 영관장교 때부터 「청와대를 자주 출입할 수 있는 사람」으로 알려져 선배장교들도 호락호락하게 대할 수 없는 사람이 돼 있엇다. 全씨는 그러나『고朴대통령의 정치입문 권유』를 거절했었다고 한다. 朴의장은 全씨에게 국회의원 출마를 권유했었다는 얘기인 것이다.

 그 무렵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全斗煥은 상관을 만나면 청탁하고 나오고, 金復東은 싸우고 나오고, 盧泰愚는 좋은 말하고 나온다.' 
 全斗煥이야말로 「육군에서 청탁이 가장 많은 장교」로 알려지게 되었다. 자신에 대한 청탁이 아니라 동기생과 정규육사 후배, 특히 하나회 출신 장교들을 위한 승진·전보 등 인사청탁이었다. 全보안사령관은 1979년 12월12일 오후에 그 긴장된 시점에서도 申鉉碻당시 총리 내정자를 찾아가 전역하게 된 후배장교의 일자리를 부탁했을 정도였다. 全씨는 尹必鏞, 姜昌成, 車圭憲 등 군내의 정치적 영향력이 뛰어난 장성들에게 『형님!』이라고 부르며 넉살좋게 접근하여 용돈을 달라고 하기도 하고 인사부탁도 하는 등 보통 장교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사통팔달의 행동반경을 보였다. 

 군대와 같이 公私구분이 명확해야 하는 조직에서 『형님!』이란 말을 즐겨 썼다는 것은 全씨의 의식구조를 잘 드러낸다. 자신이 거느린 집단을 위한 인사청탁은 필연적으로 다른 집단에 피해를 주게 되고 軍의 기강과 단결을 저해하게 된다.

 국군보안사령관 시절에 全斗煥소장은 鄭昇和 육군참모총장에게 육군 지휘관들에 대한 여러 가지 인사정보를 올렸다고 한다. 鄭씨에 따르면 그 정보라는 것이 주로 자기 편을 유리하게, 경쟁자를 불리하게 만드는 모략정보라 묵살했다고 했다. 그래서 全斗煥씨에 대한 평가는, 평가자가 어떤 집단에 속했느냐에 따라 판이한 것이다. 全씨는 朴대통령과 朴鐘圭경호실장의 위광을 업고 있었을 뿐 아니라 자신이 육군참모총장 수석부관, 공수여단장, 청와대경호실 작전차장보, 보안사령관 등 요직을 거쳐 하나회를 키울 수 있는(군대에서 키운다는 것은 승진과 요직 안배를 뜻한다)위치에 있었다. 12·12사태가 全씨의 승리로 끝날 수 있었던 것은 수도권 부대의 요직에 하나회 인맥이 깔려 있어 육본의 적법한 명령을 무력화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車실장을 견제

 全씨는 장교시절에도 돈을 잘 끌어대고 잘 나눠주는 사람이었다. 말하자면 일종의 정치자금을 만들 능력이 있는 장교였다는 얘기다. 全씨의 장인 李圭東씨는 육군 경리감 시절부터 부동산에 일찍 눈을 떠 남산 근방에 땅을 사 두었다. 全斗煥씨의 친구장교들에게도 땅을 사도록 하여 재산을 늘려주기도 했다고 한다. 장인 李씨의 도움으로 全斗煥장교는 돈을 꽤 쓸 수 있는 형편이었고 그가 역임한 요직이 또한 그러하였다. 그러나 全씨가 축재를 한 것 같지는 않다. 돈을 만들어 친구나 부하들에게 분배하는 데 아주 신이 났던 사람이었다. 하나회가 아무리 정치지향적이라 해도 한국의 장교집단은 전통적으로 개혁의지가 강해 부정축재하는 장교는 절대로 리더가 될 수 없는 분위기였다. 全씨가 돈을 만질 수 있는 장교였다는 것은 하나회와 같은 사조직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흔히 尹必鏞씨(전 수경사령관)를 全斗煥, 盧泰愚씨 등 하나회 출신 정치 장교들의 代父라고 부르는데 이는 잘못된 시각이다. 尹必鏞소장이 거세된 1973년경에는 全斗煥씨를 중심으로 한 정규육사출신 장교단이 확실한 세력을 형성하여 尹소장 같은 이를 필요로 하지 않는 단계에 있었다. 오히려 거꾸로 尹소장이 孫永吉참모장 등 하나회 출신을 부하로 두어 그들의 도움으로 朴대통령의 신임을 받겠다는 측면이 있었다고 한다. 尹必鏞사건은 하나회 수사로 발전하여 한때 全斗煥, 盧泰愚씨 등도 곤경에 빠졌다. 朴대통령은 姜昌成국군보안사령관에게 수사를 지시할 때 『全斗煥이 나한테 찾아와 한 이야기가 있으니 그를 먼저 만나보도록 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姜사령관은 全준장을 불러 『尹소장에 관한 정보가 있느냐』고 물었는데 全준장은 『말할 것이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朴대통령에게 보고했더니 『내 앞에서는 그러더니 딴 소리 하는군』이라고 말하더란 것이다. 하나회 출신 장교들이 된서리를 맞아도 이 조직의 지도자인 全斗煥씨가 무사할 수 있었던 것도, 그에게까지 수사의 손길이 미치기 전에 대통령이나 朴鐘圭씨가 제동을 건 덕분일 것이다.

 全斗煥소장이 車智撤경호실장 밑에서 행정 및 작전차장보로 있었다고 해서 全소장을 車실장 계열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이는 크게 잘못된 분석이다. 全소장은 車실장 밑에 있으면서도 朴대통령으로 연결되는 독자적인 채널을 갖고 있었고, 車실장의 전횡에 고분고분 수긍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1979년초 盧載鉉국방장관과 鄭昇和육군참모총장이 보안사령관으로 全斗煥소장을 추천한 것도 車실장을 견제하기 위함이었다. 鄭씨는 『車실장이 군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여 우리는 그것을 막아 줄 인물로서 全斗煥사단장을 생각하게 되었다. 全소장이 朴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있는 데다 기가 세어 車실장에 눌려지내지 않을 인물로 보았기 때문이다』고 했다.

구국의 일념?

朴正熙소장에 의한 5·16군사 쿠데타는 朴正熙의 내면세계에서 20년간 끈질기게 다져지고 시도되고 좌절되었다가 다시 살아난 집념의 실천이었다. 朴소장은 총구로부터 나온 권력을 어디에다 쓸 것인가에 대한 뚜렷한 복안을 갖고 있었고, 그것을 18년 동안 일관되게 추진하였다.

全斗煥씨는 달랐다. 백담사의 全씨는 『준비도 경험도 없이 대통령이 되었다』느니 『어쩌다가 보니 대통령이 되었다』는 말을 자주 하고 있다. 12·12사태는 全씨 그룹이 군내의 헤게모니를 잡기 위한 것이 1차적 목표였다. 12·12사태에서 5·17계엄확대조치까지는 그들이 정치의 전면에 나서느냐 마느냐로 망설이던 모색의 시기였다. 당시 군부의 분위기는 3金씨에게는 정권을 줄 수 없다는 쪽이었다. 그렇다고 崔圭夏 당시 대통령의 지도력을 신뢰하지도 않았다. 朴正熙소장처럼 뚜렷한 목표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정권을 장악한 것이 아니라 全씨 그룹은 정권을 맡길 세력이 마땅치 않으니 우리가 나서야겠다는 식의 발상이었던 것이다. 정승화 계염사령관 연행 과정에서 발생한 武力충돌과 광주민주화운동 등 流血사태는 건넌 다리에 불을 지른 격이 돼 全씨 그룹으로 하여금 정권장악을 위해 일로매진 하도록 재촉하였고, 한계를 느낀 崔대통령의 퇴진이 全씨에게 大權을 안겨다 준 것이었다. 이상은 全씨의 권력의지보다는 상황전개가 그를 대통령으로 앉히는 데 더 큰 작용을 했다는 관점의 분석이다.

1985년 민정당 대표이던 盧泰愚씨는 당원교육특강에서 이런 秘話를 털어놓은 적이 있다.

『총재각하로부터 전화가 와서 집으로 좀 와 주었으면 한다고 했다. 연희동 집에서 만났다. 매우 침통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는데, 「오늘 최대통령의 부름을 받고, 말씀을 듣고 왔다. 10·26이후의 대소사건을 정리·회고하면서 대통령이 취한 조치 등에 대해서 반성하며, 망망대해에 대한민국이라는 배가 모진 태풍 속에서 바다 깊이 빠져 들어가고 있다면서, 선장으로서는 오래 전에 능력이 다했음을 느껴왔다고 하더라」고 했다. 「원로 등과의 의논 등을 통해서 본인(최대통령)은 이 배를 구출할 수 없음을 느끼고 당장 全장군 당신에게 맡길 수밖에 없게 되었다. 하늘의 뜻이니 받으시오」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이 얘기를 들으니 「하늘이 캄캄했다」고 全총재께서 얘기하시더라.

「노장군! 우리가 정권이 탐이 나서 이렇게 목숨을 바쳐왔소? 그건 아니잖소」 나도 그 이야기를 들으니 눈앞이 캄캄했다. 밤새 논의하며 울기도 많이 울었다. 술 두어 병 마시며, 나도 몸이 떨려 왔다. 물론 10·26이후 「최규하 대통령이 약하다. 그래도 모실 수밖에 없다」고 많이 얘기해 왔었다. 다음날 아침, 全장군이 崔각하를 다시 만나 「원로와 다시 상의, 다른 길을 모색해달라」고 요청했다. 그후 3, 4일 지나서 후퇴할 수 없는, 벗어날 수 없는 올가미가 全장군에게 떨어졌다. 崔각하는 상의를 했던 원로들의  뜻도 확고부동하다고 밝혔다. 지금 정권처럼 출발한 정권은 세계역사에 없다. 이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에 대해서 全대통령과 많은 논의를 했다. 「구국의 일념」외에 뭐가 있었느냐는 결론을 내렸다.』

 하나회 출신의 현직 3성장성은 『지금도 나는 생생하게 全斗煥장군이 대통령이 되지 않으려고 버티던 모습을 기억할 수 있다. 군인보다도 일부 정치인, 언론인, 종교인들이 더욱 간절하게 전두환 장군에게 大權을 맡아 달라고 빌었다는 것을 나는 증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런 주장과 정반대의 주장이 있다. 신군부가 최규하 대통령에게 김정렬 전 총리를 보내 대통령직 사퇴를 종용하였다는 유력한 증언이 있다.

 대통령 자리가 고마와서…

全대통령 당시의 한 수석비서관은 『全대통령은 자격 없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다고 미안해하는 듯했다. 그래서 열심히 노력한 것이다. 그분의 잘못은 잘하려다가 경험 미숙으로 그렇게 된 것이지 처음부터 못된 짓 하려고 작심했던 것은 아니다』고 했다. 대통령으로서의 全斗煥씨를 이해하려면 그가 대통령이 될 때 느꼈던 미안함, 죄책감, 그리고 고마움이 뒤섞인 심리를 파악해야 한다. 全씨는 『소급법은 절대로 만들지 않겠다』 『내 재임기간에 절대로 계엄령을 펴지 않겠다』 『하루도 더도 덜도 않고 물러나겠다』는 말을 자주 했었다. 이것은 그런 미안감에서 우러나온 자신을 향한 다짐이었던 것이다. 全 전 대통령은 단임실천과 물가안정에 대해서는 7년 동안 변함없이 「우직한 순정」을 바쳤고 이것으로써 全씨는 역사로부터 일정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대통령직에 대한 준비가 없었던 全씨는 대통령이 된 뒤부터 배워가면서 대통령직을 수행하였다. 全씨는 백담사에서 그때를 회고하면서 『모든 것이 처음 당하는 일이어서 답답했다』는 표현을 썼다. 全씨는 대통령에 취임한 뒤 각계 전문가들을 불러 가정 교사식의 강의를 들었다. 농업문제를 강의했던 모 학자에 따르면 全대통령은 비서관을 불러 앉히고는 『자네도 같이 듣지. 굉장히 재미있는 거야』라면서 소년 같은 호기심을 보이더라고 했다.

全씨는 예컨대 『GNP가 뭐요?』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모르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숨김없이 그대로 드러내 보이는 그를 두고 李炳注씨는 『일찍이 만난 적이 없는 파격적인 인간형이다』면서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이다』고 평했다. 全대통령은 백지상태에 그림을 그려 가는 기분으로 國政운영학을 배웠는데 김재익(金在益)경제수석비서관이 이 백지에 그린 물가안정이란 그림을 全씨는 한 번도 지우지 않았다고 한다. 金씨는 아웅산 폭발사건으로 갔지만 全대통령의 머리 속에서는 계속 살아 있었다는 얘기다. 全대통령은 비서관들에게 『볼펜은 국가재산이니 집에 가져가서는 안 된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결재서류를 올릴 때 큰 글자를 쓰면 『종이가 아까우니 글씨를 작게 쓰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100 촉 電球가 전기를 낭비한다고 60 촉 짜리로 바꾸어 달도록 한 적도 있었다.

쉽게 결정, 쉽게 번복

全대통령은 어느 날 의전수석비서관에게 『내가 무슨 무쇠덩어리인가? 나도 좀 쉬어야지, 日程대로 하다가 보니까 밥 먹을 틈이 없어』라고 짜증을 부리기도 했다. 全대통령은 아침 7시30분부터 관계자들을 불러 보고를 받는 등 극성이었다. 朴대통령은 한 번도 허둥대거나 서두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고 한다. 항상 몇 달 앞까지의 행동계획을 갖고 미리 미리 대처하기에 늘 여유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일부러 자신만의 시간을 많이 내 명상을 하거나 어떤 문제를 깊게 생각하고 메모하여 관계전문가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탁견을 내기도 하였다. 全대통령은 늘 허둥대고 쫓기는 듯 바빴다는 것이다. 김병훈(金炳薰) 당시 의전수석의 표현을 빌면 『全대통령은 잠자는 시간 8시간을 빼고 하루에 16시간씩 근무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으로서 全斗煥씨의 한 단점을 「말 많은 것」이라 지적한 사람들이 많았다. 원로 목사들을 불러놓고는 『종교라는 것은…』하는 식으로 설교 아닌 설교를 하는 판이었다. 군지휘관 시절부터 이런 습관이 있어 부하들이 결재 받는 데 애를 먹었다고 한다. 보고를 하면 중간에 말참견을 길게 하고, 다 듣지도 않고 자신의 의견을 먼저 내버리는 식이었다.

全대통령은 가족계획을 「하나 낳기」를 목표로 하여 추진하도록 총리에게 지시한 적이 있었다. 보사부에서 펄쩍 뛰었으나 대통령의 뜻을 바꾸게 할 사람은 없었다. 이때의 보사부차관은 全씨의 합수본부장 시절 국군 서울지구통합 병원장이던 김병수(金秉洙)씨였다. 全대통령의 집무방식을 잘 아는 金차관은 대통령을 면담, 이렇게 설명하였다. 『하나 낳기 운동을 하면 첫째 절대 고용인력이 줄어 경제개발에 지장이 있습니다. 둘째 남아선호사상으로 남자가 많아져 장가들기가 어렵게 됩니다. 셋째, 인구가 줄면 전쟁은 누가 합니까?』 全대통령은 金차관이 세 번째 이유를 들자 흠칫하더니 자신의 지시를 즉각 철회하더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全대통령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용어선택과 취향으로써 설득을 한 덕분에 먹혀든 것이었다. 全대통령이 결정도 쉽게 하고 번의도 쉽게 한 것은 그의 성급함과 순진함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全씨는 자신의 재임기간 중 광주사태의 상처를 치유하지 못했던 것이 오늘의 상황을 불렀다는 판단도 하고 있는 듯하다. 한 민간인은 全斗煥대통령에게 『鄭昇和씨가 외롭게 지내고 있는데 한 번 불러서 위로를 해주시지요』라고 했다고 한다. 全 당시 대통령은 『저도 그러고 싶은데 대통령이란 자리가 뭔지 내가 그분을 만나면 이상하게 해석하는 말이 퍼집니다. 제가 그분을 부를 게 아니라 물러난 뒤에 찾아뵈어야지요』라고 말하더란 것이다. 광주사태와 12·12사태 피해자에 대해서 全씨가 힘을 갖고 있을 때 이렇다 할 사과나 보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은, 全씨의 변명이야 어떻든, 인간으로서 그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집단은 애지중지하면서 그로 인하여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는 무심해하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미행하고 도청하고 감시하여 증오심만 증폭시킨 그 응보가 全씨를 백담사로 보낸 것이었다.

대면했을 때 「사람 좋아 보이는」 全씨의 그런 인간됨은 그의 집단에만 적용되는 모습이었다. 「사람 좋은」 全씨가 지휘한 국군보안사는 鄭昇和총장을 연행, 서빙고 수사분실에서 물고문을 시켰다. 鄭씨는 그 순간 『6·25때 죽지 못하고 부하 손에 이런 꼴을 당하는구나 생각하니 혀를 깨물어 죽고 싶었다』고 했다. 全씨는 鄭씨를 재판에 걸어 옥살이를 시킨 뒤에도 全대통령의 정보기관은 鄭씨를 미행, 도청하였고, 국방부는 軍籍에서 삭제하고 퇴직금도 제대로 주지 않았다.

鄭씨는 張世東 경호실장이 명절에 부하를 보내 위로의 뜻을 전한 적은 있었다고 했다. 全씨는 국회증언에서 12·12사태를 설명하면서 「사태의 수습」이라는 표현을 썼다. 사실은 全씨측 부대가 국방부, 수경사, 특전사를 북괴군 수뇌부 공격하듯 작전개념으로 유혈점령 함으로써 많은 사상자를 냈다. 특전사령관 비서실장은 피살되고 정병주(鄭炳宙) 특전사령관은 피격돼 개 끌려가듯 연행됐고, 수경사에 있던 하소곤(河小坤) 육군본부작전참모부장은 사령관실로 들이닥친 부하의 총격으로 가슴에 총상을 입었으며, 국방부장관실은 공수부대원들의 집중사격을 당했다. 鄭炳宙씨는 팔에 총을 맞고 병원에서 나온 뒤 은둔생활을 하다가 지난해 변사체로 발견되었다. 그의 喪家에는 과거 그의 직속부하였던 全斗煥, 盧泰愚씨 쪽에서 사람을 보내지도, 화환을 보내지도 않아 死後의 화해도 이루어지지 않은 느낌이었다.

기자는 3년 전 12·12사태 피해자들을 취재하면서 그들과 그들의 측근으로부터 全斗煥그룹에 대한 인간적인 증오감을 물씬 느낄 수 있었고 언젠가는 全씨가 보복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절로 갖게 되었는데 그 시기는 예상보다 빨랐다. 全씨가 대통령직의 수행에 바빠 이런 피해자들을 직접 돌봐줄 시간이 없었다면 그 측근이 알아서 할 수 있었을 텐데 全씨 측근에는 才士와 충복은 많았지만 원숙한 인격을 가진 사람은 적었던 모양이다. 

대통령이란 자리의 무게는

인간 全斗煥으로 좁혀 이야기한다면 全씨가 대통령이 된 것은 그의 인격에는 좋은 영향을 끼쳤던 것 같다. 하나회의 리더로서 군내의 패권을 잡는 수준의 일에 관심을 쏟아 두목형의 인간으로 굳어 있었던 全씨는 국가의 지도자가 되면서 난생 처음으로 과거의 집단이기주의적 사고 방식을 초월하는 시각을 가지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대통령중심제하의 대통령은 워낙 엄청난 자리이기에 그 자리의 중압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李承晩, 朴正熙, 全斗煥 세 사람뿐일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이도 있다. 朴正熙, 全斗煥 두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수행하였던 한 경호실 간부 출신은『대통령이 되면 가정문제라든지 개인적 利害관계를 저절로 초월하게 되는 것 같더라. 인간이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자리에 올랐으므로 그때부터는 역사를 늘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나는 대통령이 개인적 축재를 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도 대도 趙世衡을 그 자리에 앉혀 놓아도 재물에는 신경이 쓰이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朴正熙대통령은 『한강물이 넘치는지 안 넘치는지는 둑 위에서 보아야 안다』라는 말을 했다. 이것은 대통령 자리의 넓은 시야를 이른 것이다. 넓게 보게 되니 자질구레한 개인욕심은 초월하게 된다는 얘기겠다. 全씨의 경우는 재물에 대한 개인욕심은 초월한 것 같은데 친인척의 문제에 대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었다. 金炳薰 전 의전수석비서관은 『대통령의 책임감과 총리의 그것은 천지 차이다. 총리는 책임진다고 물러나면 되고, 때로는 대통령에게 떠넘기면 되지만 대통령 위에는 국민과 하늘뿐이다. 대통령은 그 인간으로서가 아니라 자리 때문에 자나깨나 나라 걱정하게 돼 있다. 가뭄 때 잠을 못 이룬다는 말이 절대로 헛소리가 아니다』고 했다. 다른 비서관 출신 인사는 『바보가 대통령이 되어도 秀才가 되게끔 돼 있다. 관심과 지식은 비례하는 법이니까』라고 했다.

全씨가 일해재단을 만든 이유중의 하나는 대통령으로서 익힌 노하우를 썩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지난 86년 11월에 金日成 사망설 첩보가 들어왔을 때 다른 장관·참모들은 즐거워했으나 全대통령은 웃지 않고 골똘한 생각에 잠기더라고 했다. 全대통령은 『휴전선의 對南 방송은 원래 거짓말을 전문으로 하는 것이니 거기에 너무 혼을 빼앗기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그 자리에 있었던 한 측근은 『대통령으로서는 死後 대책을 생각하느라고 즐거워할 수만은 없었을 것이다』면서 장관과 대통령의 심리가 다름을 강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