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11월24일에 시작된 유엔군의 크리스마스 총공세는 중공군의 역습에 걸려 유엔군의 총퇴각, 즉 1.4 후퇴로 돌변한다. 맥아더 유엔군 사령관은 이 '완전히 새로운 전쟁'을, 중국으로 擴戰하는 계기로 삼으려 한다. 중국 수복의 꿈을 꾸고 있던 그에게는 위기로 위장한 好機이기도 하였다. 갈리아 지방을 정복, 총독이 되었던 로마의 시저처럼 맥아더 또한 '일본 통치의 시저'를 넘어 모택동을 몰아내고 아시아의 시저가 될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된 것 같았다. 문제는 워싱턴을 어떻게 설득하여 중국 본토 공격으로 끌고 가느냐였다.

11월28일 밤 맥아더는 한국전선의 두 지휘관인 서부 담당 8군 사령관 워커 중장과 동부 담당 10군단장 알몬드 소장을 도쿄로 불러 야간 회의를 열었다. 다음 날 새벽 1시30분에 끝난 회의에서 맥아더는 8군은 평양으로, 10군단은 함흥으로 후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미 합참은 맥아더의 후퇴 계획을 승인하면서 逆(역)제의를 하였다. 즉, 8군과 10군단이 후퇴하다가 폭이 가장 좁은 평양~원산 선에 도달하면 양측을 가로로 연결하는 방어선을 치는 게 어떻겠느냐는 것이었다. 맥아더는 즉각 반대하였다. 병력을 분산시키게 되므로 兩軍(양군)을 각기 해안 교두보(8군은 부산, 10군단은 흥남)로 후퇴시키면서 방어선을 치든지 철수할 준비하는 게 낫겠다고 했다. 맥아더는 한반도 철수, 즉 한국 포기 카드를 꺼낸 것이다. 합참은 12월3일 맥아더의 제안에 찬동하였다. 그러면서 “지금은 귀하가 지휘하는 군사력의 보존이 가장 중요한 고려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맥아더는 합참에 대만의 국부군을 투입하도록 허가해달라고 요청하였다. 다른 증원군을 기대할 수 없는데다가 대만이 중공군의 침공을 받을 가능성이 없어졌으므로 한국전에 동원하여도 문제가 없다는 논리였다. 합참은 트루먼 대통령, 마셜 국방장관, 애치슨 국무장관의 일치된 의견을 반영, 이를 거부하였다. 蔣介石(장개석) 군대의 투입은, 세계적 영향력을 끼치게 될 것인데, 우선 영연방 국가가 반대하고 나설 것이 틀림없어 연합전선에 틈이 생길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합참은 트루먼 대통령의 허락을 받아 전선의 실황을 파악하기 위하여 육군참모총장 콜린스를 보내기로 하였다. 콜린스는 12월4일 도쿄에 도착, 맥아더를 잠시 만난 뒤 북한 지역으로 비행, 후퇴작전을 지휘하던 워커와 알몬드를 찾았다. 콜린스가 한국에 있을 때 워커의 8군은 평양에서 철수, 질서 있게 남하하고 있었다.

유엔군은 남진하는 중공군과는 거의 교전을 하지 않은 채 서둘러 후퇴하고 있었다. 알몬드의 10군단 소속 미 해병 1사단과 육군 7사단은 중공군의 포위망을 뚫고 함흥~흥남으로 후퇴중이었다. 알몬드는 흥남 교두보를 상당 기간 안정적으로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였다. 콜린스는 워싱턴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유엔군의 상태가 나쁘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도쿄로 돌아온 그는 주미 대사관에서 12월6일 맥아더 사령관과 깊은 대화를 나눴다.

맥아더는 자신의 요구 사항(만주 폭격, 중국 해안 봉쇄, 장개석 군의 투입, 증원군 파견)이 받아들여지면 한국을 지킬 수 있으나 거부되면 전멸을 피하기 위하여 유엔군을 일본으로 철수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사실상 兩者擇一(양자택일)을 요구한 셈이다. 중국 본토를 때릴 것이냐 한국을 포기할 것이냐. 맥아더는 중공군이 38선을 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유엔이 중재하는 휴전을 수용할 수 있다고도 했다. 맥아더는 회담을 끝내면서 재차 “상당한 증원군이 오지 않으면 유엔군을 한국에서 빼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콜린스는 맥아더에 반론을 제기하지는 않았지만 한국 전선을 시찰한 소감에 근거하여 속으로는 증원군이 오지 않더라도 중공군이 유엔군을 한반도에서 밀어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는 판단을 하였다.
맥아더가 11월 하순 이전엔 중공군 戰力을 과소평가하다가 이제는 과장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이 회의에서 맥아더는 콜린스에게, 부산까지 이어지는 9개의 단계적인 방어선 지도를 보여주면서 금강이나 낙동강 방어선에서 유엔군의 주력인 미 8군이 압도적인 중공군의 공격에 직면하게 되면 철수를 결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12월8일에 귀국한 콜린스의 전선 시찰 보고를 받은 합참은 트루먼 대통령의 허락을 받아 미 8군의 단계적인 후퇴 계획을 승인하고 흥남에서 10군단을 최대한 빨리 철수시키도록 지시하였다.

한편, 맥아더는 중공군의 개입을 예상하지 못하고 무모하게 북진하면서 ‘크리스마스까지 전쟁을 끝냈겠다’고 호언장담한 데 비판이 쏟아지자 독자적인 언론 플레이로 반박에 나섰다.
그는 12월 초 주간지 유에스 뉴스 엔 월드 리포트 편집자들과 한 인터뷰, 그리고 UP 통신의 휴 베일리에게 보낸 電文(전문) 메시지를 통하여 자신을 변호하였는데 이것이 세계 언론에 보도되어 트루먼 대통령을 자극하였다. 맥아더는 “만약 우리가 중공군을 공격함으로써 저들의 능력과 의도를 파악하지 않았더라면 중공군은 모든 자원을 동원, 비밀리에 戰力을 증강시켜 우리를 파멸시켰을 것이다”고 주장하였다. 맥아더는 워커 사령관이 한 말을 빌어와 “유엔군의 북진은 우리가 함정에 빠지는 것을 막아주었다”고 했다. 그 뒤로 맥아더는 크리스마스 공세를 ‘전면적 공격’이라고 하지 않고 ‘대규모 수색전’이라고 부르기 시작하였다. 중공군의 전력을 파악하기 위한 수색에 왜 全軍(전군)을 투입하였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잡지 편집자들이, 상부에서 만주의 중공군 기지에 대한 공격이나 달아나는 중공군에 대한 추격권을 제한한 데 대하여 질문하자 맥아더는 문민통치하의 군인으로선 절대 할 수 없는 발언을 하였다.
“戰史上(전사상) 선례가 없는 엄청난 핸디캡이다.”
그는 UP에 보낸 전문 메시지에서도 만주의 군사기지를 폭격하지 못하게 한 조치를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나중에 트루먼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이렇게 썼다.
“그때 맥아더를 해임하였어야 한다는 생각도 한다. 내가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그가 공세에 실패하였기에 해임 당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기 때문이다.”


12월5일 트루먼 대통령은 애틀리 영국 수상과 회담하는 가운데서 잠시 시간을 쪼개어 행정부 소속 군인과 공직자들에게 말조심을 하라는 지침을 내린다. 외교 군사 정책에 대한 대외적 발언을 할 경우엔 국무부나 국방부의 사전 허락을 받으라는 내용이었다. 맥아더를 겨냥한 지침이었다.
12월9일 맥아더는 마치 이 지침을 시험이라도 하듯이 합참에 ‘이건 발표해도 좋으냐’고 물었다. 내용인즉, 미국 정부가 자신에게 정치적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아 중공군의 개입을 예상하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취지의 발표문이었다. 합참은 대통령의 지시에 위배된다면서 발표를 금지시켰다.

1950년 12월 하순, 중공군이 서울로 접근하고 있을 때 워커 8군 사령관을 태운 지프가 서울 북방에서 한국군 6사단 트럭에 받혀 즉사, 후임에 육군 참모차장 매튜 리지웨이 중장이 임명되었다. 미국인들이 암울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던 이 시기 합참과 맥아더 사이엔 한국 포기 문제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12월29일 합참은 마셜 국방장관과 애틀리 국무장관, 그리고 최종적으론 트루먼 대통령의 동의를 받아 작성된 새로운 작전 지침을 맥아더에게 보냈다.
<유엔군의 임무를 수정해야 할 세 가지 조건이 생겼다. 첫째는 맥아더 사령관의 평가대로 중공군은 선택만 하면 유엔군을 한국에서 몰아낼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이나 유엔 소속 국가로부터 의미 있는 수준의 증원군을 기대할 수 없다. 미국 국가 지도부는 한국은 (소련 등 국제공산주의 세력과의) 主戰場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 따라서 귀관이 콜린스에게 설명한 대로 단계적인 방어선에 따라 전투를 하면서 후퇴하다가 금강 방어선에서 중공군이 우세한 戰力을 집결시켜 유엔군을 압도할 것 같다고 판단하면 유엔군을 일본으로 철수시키도록 지시를 내리게 될 것이다. 귀관의 주된 임무는 일본의 방어임을 감안하여 철수를 시작할 경우의 조건들에 대하여 의견을 제시하여주기 바람.>
맥아더는 12월30일 답신을 보내는데, 끈질기게 기존 주장을 반복하면서 “요구사항을 들어주든지 유엔군의 전멸이나 철수를 감수하라”고 압박하였다.

<우리의 능력으로 택할 수 있는 보복 전략은 중국 해안 봉쇄. 함포사격과 공중 폭격으로 중국의 군수용 산업 시설 파괴, 대만 군대의 한반도 투입, 대만의 군대가 중국에서 陽動(양동)작전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중국이 침략전쟁을 할 수 있는 능력을 不具化시켜 아시아를 구할 수 있다. 우리의 이런 군사적 보복이 소련으로 하여금 大戰을 일으키도록 할 것이라는 주장은 어디까지나 추측의 영역이다. 만약 중국에 대한 보복을 가하지도 않고 한국에서 철수한다면 일본을 포함하여 아시아 사람들에게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중공군은 한국에서 해방되어 한국보다 더 중요한 지역에서 작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증원군을 보내주지 않고, 대만 군의 활용이나 활동에 대한 제한을 계속하며, 중국의 군사적 잠재력에 대한 공격을 금지하고, 그리하여 한국에서 중공군이 집중할 수 있도록 내버려둔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합참의 지침은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맥아더는 낙동강 방어선에 수비 병력이 투입될 때까지는 철수 결정을 미뤄야 한다고 합참에 건의하였는데 합참은 “철수 여부에 대한 최종적 결정은 8군이 데이비드선 방어선에 이를 때 이뤄져야 한다”고 명시하였다. 데이비더슨 방어선은 부산 북방 30마일에 연한 것으로 1950년 여름에 8군 공병감이 제안하였던 선이다. 합참이 나서서 구체적인 전술 방침에 대하여 맥아더에게 명확한 지침을 내린 것은 이게 처음이었다.

1951년 1월9일 합참은 맥아더의 12월30일자 電文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電文을 보냈다.
<중국에 대한 해안 봉쇄는 유엔의 동의를 받아야 하므로 시간이 걸린다. 봉쇄는 홍콩에 큰 영향을 주므로 영국과 협의하여야 한다. 중국 본토에 대한 포격은 중공군이 한국 바깥에 있는 미군이나 유엔군을 공격할 때만 허가될 것이다. 대만 군대는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없으므로 한국전선에 투입시킬 수 없다. 한반도에서 철수하는 것이 병력과 물자의 심각한 손실을 막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일본으로 철수해도 좋다.>

1월10일자 電文에서 맥아더는 합참을 또 다시 물고 늘어진다. <내가 지휘하는 병력으로는 한국과 일본을 동시에 방어하기에는 불충분한데, 한국 철수를 결심하는 기준으로서 ‘심각한 손실’이란 매우 주관적이므로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또 한국전에서 싸우는 군인들이 왜 시간벌기를 위하여 목숨을 바쳐야 하는지를 설명해줄 정치적인 근거를 제시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다. 맥아더는 그리하여 한국 철수의 책임을 워싱턴 쪽으로 돌려놓으려 하였다. 그는 한국을 지킬 것인가, 포기할 것인가는 지역 사령관의 능력을 넘어서는 가장 높은 수준의 국가 대사라고 규정하였다.
맥아더는 절묘한 문장으로 電文을 마감하였다.
<내가 앞서 지적한대로 나의 지휘부에 가해진 비상한 제한과 조건 하에서 한국에서 군사적 위치를 고수하기란 불가능하지만 더 중요한 정치적 고려가 그렇게 요구한다면 유엔군은 완전히 파멸될 때까지 시간의 구애 없이 버티어낼 수도 있다.>

맥아더는 다시 한 번 “내 요구를 받아주든지 전멸이냐 철수냐를 결정하라”고 들이댄 것이다. 중국으로 전쟁을 확대하지 않으면 한국에서 철수가 불가피하다면서도 철수 결정의 책임을 워싱턴에 떠넘긴 것이다. 마셜 국방장관은 이 電文을 읽고는 고민에 빠졌다. 그는 나중에 “그때가 최악의 순간이었다”고 회고하였다. 애치슨은 “맥아더는 최고사령관에게 불충한 사람이고 구제불능이다”고 평하였다. 트루먼은 나중에 이렇게 논평한다.
“극동군 사령관은 국가안보회의와 합참이 결정하고 내가 승인한 행동 방침이 실현 불가능하므로 우리가 한반도에서 쫓겨나든지 무시무시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보고한 셈이다.”

트루먼 행정부는 맥아더의 압박에 넘어가지 않았다. 합참은 1월12일 "귀관이 한국 철수를 명령하여야 할 상황에 대한 조건과 시간에 대한 추정을 보고하라"고 지시, 공을 다시 맥아더에 넘겼다. 13일엔 트루먼 대통령이 맥아더에게 친서를 보냈다. 이 편지에서 대통령은 韓國戰에 대한 '우리의 국내적, 국제적 목표' 10개를 나열하면서 왜 한국전을 확대시킬 수 없는가를 자상하게 설명하였다. 그는 소련과 대결해야 한다는 더 큰 목표를 위하여는 한국전으로 동맹국 사이의 단합을 깨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1월18일 맥아더는 한국전선을 시찰하고 온 콜린스 육군참모총장과 반덴버그 공군참모총장을 만났다. 맥아더는 8군이 한국에서 교두보를 확보하여 무기한으로 버틸 능력이 있지만 한국에서 철수하는 문제는 군사적 고려가 아닌 정치적 판단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할 문제라고 강조하였다.

맥아더와 워싱턴이 한국 포기 문제를 놓고 한 달 간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는 사이 리지웨이 사령관이 8군의 사기를 끌어올리더니 반격으로 전환, 중공군을 북쪽으로 밀어내기 시작한다. 워싱턴을 압박하던 맥아더의 비관론은 戰場에서 일순간에 부정되고 말았다. 리지웨이의 성공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사람은 맥아더였다. 1월19일 콜린스와 반덴버그는 한국전 출장 보고를 함참과 마셜, 그리고 트루먼 대통령에게 하는데 8군에 대하여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요지였다. 워싱턴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콜린스는 이렇게 회고하였다.
"지난 11월 이후 처음으로 워싱턴에선 유엔군이 한국에서 쫓겨날 것이라는 비관론이 잦아들었다. 한국에서 철수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지 않게 되었다. 리지웨이 장군이 홀로 공을 인정 받아야 할 극적인 轉換이었다."
워싱턴에서 맥아더는 권위와 함께 신용을 잃게 된다. 이것이 위대한 생애의 종말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