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좌파 세력은 계급투쟁론 및 제국주의론의 시각을 가졌거나 영향을 받아 親北, 親中, 反美, 反韓의 경향을 띤다. 북핵, 북한의 인권 문제, 그리고 사드 배치에 관한 이들의 행태는 從中, 反美的이다. 문재인 정부가 이를 따르면 한국은 국가정체성과 국가 진로를 놓고 심각한 갈등을 겪게 될 것이다. 從中사대주의냐, 親美自主냐?
 계급투쟁론이나 제국주의론은 21세기 정보화 세상에 맞지 않는 낡은 분석 틀이다. 초점이 맞지 않은 안경이다. 외교는 國益을 중심으로 해야 하는데 관념의 유희를 벌이면 한국을 迷兒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 동북아 정세가 북핵 문제에 있어서 현상타파로 움직이는 가운데 줄서기를 잘못하여 失足하면 한국은 핵폭탄을 맞든지 중국과 북한에 종속되든지 국가분열로 內戰的 상황이 조성되든지 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 아찔한 순간을 지나고 있다. 

 이런 전환기에 판단을 정확하게 하여 위기를 탈출한 이가 스페인의 프랑코이다.    

 1940년 10월23일, 히틀러는 외무장관 립벤트로프와 함께 열차편으로 스페인과 인접한 프랑스 해안 도시 앙더(Hendaye) 역으로 갔다. 스페인의 프란시스코 프랑코 총통과 회담을 갖기 위해서였다. 당시 나치 독일은 宿敵 프랑스를 6주 만에 항복시키고 영국을 공격하고 있었다. 나치 독일의 팽창이 피크에 달한 시점이었다. 프랑코는 내전 때 독일의 도움을 받아 좌파 세력을 일소하고 권력을 잡았다. 히틀러는 프랑코를 설득, 스페인이 참전하도록 할 셈이었다. 당시 세계는 영국이 버틸 수 없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특히 일본군은 독일의 勝勢를 믿고 독일과의 협력을 강화, 미국에 맞서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프랑코의 계산은 달랐다. 고립된 영국이 해군력에 의지하여 결코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 히틀러의 참전 설득을 어떻게 하든지 피해야 한다는 결심을 했다. 그는 심리전을 썼다. 일부러 회담장인 앙더 역에 늦게 도착하였다. 히틀러를 역 플랫폼에서 기다리게 했다.
  
  히틀러 전용 열차의 살롱 카에서 벌어진 회담에서 프랑코는 히틀러의 신경을 건드리는 작전을 썼다. 그는 내전 때의 지원에 감사하고 독일의 편에 설 각오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히틀러는 영국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자랑하였다. 여기에 프랑코가 토를 달고 나왔다. 영국은 절대로 항복하지 않을 것이며, 본토가 점령되면 캐나다로 가서라도 싸울 것이라고 했다. 프랑코는 독일 편에 서서 참전할 각오는 되어 있는데, 시기와 조건이 문제라고 했다. 내전으로 경제가 망가져 많은 물자가 필요하고 무기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가 제시한 참전 조건으로서의 원조 요청 규모는 독일이 부담하기엔 너무나 컸다.

 프랑코는 고의로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한 것이다. 프랑코는 여기에 멈추지 않았다. 스페인이 참전할 경우 북아프리카에 있는 프랑스 식민지의 상당 부분을 스페인에 넘겨주어야 한다고 했다. 히틀러는 며칠 뒤 프랑스의 남부를 다스리는 비시 정부의 지도자 페탕을 만나 협조를 구할 참이었다. 프랑스 식민지를 스페인에 양도하면 페탕의 협조를 받을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식민지 정부가 영국에서 출범한 프랑스 망명 정부(드골이 지도자)로 넘어갈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히틀러는 프랑코의 제안을 거부하고, 영국령 지브랄톨을 빼앗아서 넘겨주겠다고 했다. 프랑코는 빼앗는다면 독일 도움 없이 하겠다면서 거절하였다. 몇 시간을 끌어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화가 난 히틀러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기도 하였다. 그럴 때마다 프랑코는 립 서비스로 맞섰다.
  
  회담은 소득 없이 끝났다. 히틀러는 회담장을 나오면서 독일어로 “이 자식하고는 아무 일도 안 되겠어”라고 중얼거렸다. 프랑코는 자신의 외무장관에게 “어디서 공짜로 먹으려고”라면서 불평하였다. 히틀러는 며칠 뒤 이탈리아 독재자 무솔리니를 만난 자리에서 “프랑코와 다시 회담을 하라고 하면 차라리 생 이빨 서너 개를 뽑는 게 낫겠다”고 했다.
  
  스페인은 2차 대전 때 중립을 지켰다. 독일 편에 섰다면 스페인은 戰犯 국가가 되고 프랑코는 사형에 처해졌을 것이다. 戰後 프랑코는 냉전을 이용, 親美 노선에 편승, 國體를 유지하면서 경제를 발전시켰다. 자신이 죽은 뒤엔 王政복고를 통한 입헌군주제로 가도록 준비하였다. 외교를 잘못하면 나라가 망하고 잘하면 불리한 상황에서도 活路를 찾을 수 있다는 교훈을 주는 에피소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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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은 프랑코가 사망한 지 30년, 후안 카를로스 1세가 즉위한 지 30년이 되는 해였다. 후안 카를로스 王에 대한 지지도 조사가 발표됐는데 79%였다. 카를로스 王은 프랑코의 産物이다. 프랑코는 후계자로 스페인 부르봉 王家의 왕자인 카를로스를 찍어두고 자신의 死後엔 스페인이 立憲군주제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11세인 카를로스 왕자를 직접 후계자로 교육시키기 시작했다. 1969년 7월 22일에는 프랑코가 지켜보는 가운데 카를로스 왕자를 장래의 국가원수로 선포하는 의식을 치렀다. 1975년 11월 20일에 프랑코가 죽자 37세의 카를로스 王이 등장하여 스페인의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뒷받침했다.
  
  1981년 2월 23일 민주화에 반대하는 군부 쿠데타 시도가 있었을 때 카를로스 왕은 직접 군사령관들을 설득하여 이 기도가 실패하도록 했다. 카를로스 왕과 소피아 왕비는 소탈하고 겸손한 모습으로 스페인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영국, 네덜란드, 일본, 스페인과 같은 立憲君主制(입헌군주제) 국가는 국가의 정통성과 정체성의 상징, 국민통합의 ‘정신적 중심’에 王을 놓고서 수상 이하 내각은 실무 정치를 주관한다. 정쟁 때문에 국가가 분열되고 국민들이 內戰상태로 빠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