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하네다 공항에서 대참사가 일어날 뻔하였다. 오늘 12시 40분쯤 서울로 이륙하기 위하여 활주로를 달리던 대한항공 보잉 777기의 왼쪽 엔진 날개에서 화재가 발생, 조종사는 이륙을 중단, 소방차가 출동, 불을 껐다. 승객과 승무원 319명은 긴급 대피, 인명 피해는 없었다. 승객과 승무원은 비상 슬라이드로 탈출, 활주로 인근 안전 장소로 대피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사고기는 離陸을 위해 활주로를 3분의 1정도 달리다가 갑자기 속도를 늦췄고, 이어 왼쪽 엔진에 불이 붙었다고 한다(마이니치 신문).

도쿄 소방청은 12시44분쯤 항공기 왼쪽 날개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접수해 소방차와 소방대원, 경찰기동대 등 100여명을 긴급 투입, 불을 껐다고 밝혔다.

이륙하기 위하여 활주로를 달리는 비행기는 일정 속도(V1)를 넘어서면 무조건 이륙하여야 한다. 일정 속도(대형기의 경우 시속 300km 전후) 이상에선 급제동 해도 활주로를 벗어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기는 이륙속도 以前에 엔진 이상을 발견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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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가을, 내가 목격한 점보의 이륙상황

기름과 화물과 승객 무게를 합쳐 355t인 보잉 747 SUD는 괴조(怪鳥)처럼 김포공항에 앉아 있었다. 기수(機首) 부분은 새 주둥이와 흡사하다. 새의 눈에 해당하는 곳에 안경 모양의 창이 나 있다. 그곳이 조종실이다. 나는 조종실에 들어섰을 때 탄광의 막장을 연상했다. 동굴의 끝과 비슷한 밀폐공간의 벽면과 천장엔 수천 개나 될 것 같은 계기판, 표시등, 스위치, 손잡이, 숫자판 따위가 빽빽이 박혀 있었다. 차가운 기계의 눈망울들이 나를 질리게 했다.

조종실은 좁다. 두 평 남짓할까. 앞에 두 개의 조종간이 있고 그 정면엔 좌우 대칭으로 계기판, 스위치가 똑같이 배열되어 있다. 왼쪽이 機長, 오른쪽이 부기장 자리다. 자리를 바꿔 앉을 필요 없이 어느 쪽에서라도 조종을 할 수 있다. 부기장 뒷자리가 항공기관사 차지. 그의 앞, 즉 오른쪽 壁面을 따라 엔진, 전기계통의 계기판이 뒤덮고 있었다. 機長 뒤로 두 의자가 비어있다. 나는 機長 바로 뒤편 의자에 앉았다.

孟東燮(맹동섭) 기장과 부기장, 항공기관사는 「기계적으로」 분주했다. 컴퓨터 비행계획서와 대조하며 관성항법장치(INS)에 항로상의 여러 통과 위치를 입력하고, 입력된 숫자를 서로 체크하는 것이 기장과 부기장의 가장 중요한 작업이다. 입력된 항로정보대로 INS는 300여 명이 탄 점보를 허공으로 끌고 갈 것이다. 숫자판을 두드리는 조종사의 손가락 끝은 건물도면을 그리는 설계사의 손이다.

이 점보는 그렇게 설계된 항로를 따라 로스앤젤레스까지 자동으로 날아간다. 점보 가운데서도 최신형인 747 SUD는 가장 개량된 INS를 달고 있었다. ANS라고 불리는 이 관성 항법장치엔 일일이 통과점을 入力하지 않고, 통과점들이 미리 찍혀 있는 항로정보 디스크를 집어넣으면 된다. 숫자의 入力 착오에 의한 사고를 막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세 승무원은 계기 점검에 들어갔다. 정해진 순서에 따라, 서로 「콜 아웃」을 하고 복창하면서 계기작동 상태를 체크해 갔다. 그 사이 손님을 태우고 있는 객실쪽에서 뻔질나게 걸려오는 전화가 뿌우뿌우 소리를 내고, 계기등이 깜빡이며, 계기의 신호음이 뚜루룩, 빵, 뿌우 다양하게 울었다.
출발 직전의 機長 브리핑은 승무원들이 수백 번 들어온 것으로 離陸 절차와 계기 작동 및 점검에 대한 똑같은 말의 되풀이다. 그래도 분위기는 엄숙했다. 孟기장은 하대하는 말로써 차분하면서도 권위 있게 부기장과 기관사에게 이륙 절차를 설명한 뒤 당부의 말을 덧붙였다.
『내가 혹시 잘못 지시할지 모르니, 그때는 주저하지 말고 지적해 주게.』
기장의 권위에 눌려, 부기장이나 기관사가 기장이 잘못하는 걸 뻔히 보면서도 가만히 있는 바람에 대참사가 난 경우는 세계 항공기 사고의 원인분석에서 자주 발견되고 있다. 그래서 조종실 내의 민주적 분위기와 원활한 대화가 사고예방의 바탕이라 한다.


355t의 이륙

안경을 쓰고 늘 잔잔한 미소를 띠어 교수 같은 孟기장은, 점보를 32번 쪽 활주로의 출발선에 갖다 대어놓고 활주 전의 마지막 브리핑을 하는 자리에서도 『이륙포기를 해야 할 사태가 생기면 속도가 붙기 전에 즉각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3000m가 넘는 활주로가 우리 앞으로 쭉 뻗어 있었다. 1985년 10월23일 오후 5시26분. 활주로의 중앙선에 機首를 일치시킨 점보기 조종실 안엔 잠시 정적이 감돌았다. 활주로의 저쪽 끝은 흐린 날씨에 부옇게 가려져 있었다.
이윽고 기장은 엔진 4개의 파워를 올리기 시작했다. ‘쇠에’ 하는 엔진소리가 급격하게 높아져 갔다. 孟기장은 밟고 있던 브레이크를 놓았다. 점보는 滑走를 시작했다. 기관사는 큰소리로 읽어갔다.
『40, 50, 80…』
활주개시 31초 뒤 기관사는 『브이 원(V1)!』이라고 소리쳤다. 속도가 155노트, 즉 시속 287km에 달했다는 신호였다. 이 V1 속도가 나기 이전엔 이륙을 포기할 수 있다. 브레이크를 밟고 또 엔진을 全速 後進시켜서 비행기를 활주로 상에서 멈추게 할 수 있다.

V1속도 이후엔 엔진이 한두 개 마비되더라도 일단 떴다가 도로 내려야 한다. 비상사태 때 이륙을 포기하느냐, 강행하느냐의 순간적 판단은 권투선수가 펀치를 내밀듯 조건반사적으로 돼야 한다. 이를 위해 조종사들은 피나는 반복훈련을 받는다. V1 9초 뒤 기관사는 『로테이트(Rotate)!』라고 고함쳤다. 孟기장은 거의 동시에 조종간을 잡아당겼다. 355t의 機體는 스르르 땅을 떠나갔다. 이륙속도는 時速 300km. 점보는 하늘에 정비례선을 그리듯 비스듬히 상승해 갔다. 구름이 무서운 속도로 다가왔다가 스쳐지나갔다. 이륙 2분 뒤 점보는 벌써 구름층을 뚫고 새파란 창공으로 치솟아 올랐다. 이륙 4분쯤 뒤 고도가 6000피트(약 1900m)에 이르자 기장은 항법스위치를 수동에서 INS로 돌렸다. 비행기의 조종을 INS에 인계한 것이었다.

핸드백만한 3대의 INS는 이제부터 점보를 강릉→나고야→일본 동해안→태평양→로스앤젤레스 코스로 끌고 갈 것이다. 제주도-백두산을 다섯 번 왕복하는 거리다. 점보가 巡航자세에 들어가자 비로소 조종실의 긴장도 약간 풀렸다. 孟기장은 나에게 설명을 해주는 여유를 보였다. 이륙 후 3분, 착륙 전 8분대에 사고가 가장 많다고 해서 「마의 11분」으로 불린다. 이 시간대를 벗어난 안도감에서 나는 꽉 쥔 손바닥의 땀을 바지에 문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