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고천황(推古天皇) 1년(593)] 여름 4월 경오삭(庚午朔) 기묘(己卯)일, 구호풍총이(廐戶豊聰耳, 우마야도노 도요토미미=성덕태자) 황자(皇子)를 세워 황태자(皇太子)로 삼았고, 이에 더하여 섭정(攝政)을 맡겨 각종 정무를 모두 위임하였다.1) ……(중략)…… 또한 고구려의 승려 혜자(慧慈)로부터 불교[內敎]를 익히고, 박사(博士) 각가(覺哿)로부터 불교 이외의 학문을 공부하였는데, 아울러 모두 통달하였다.(『일본서기』권22, 「추고천황」 1년)

'헌법17조(憲法十七条)'는 일본의 고대영웅 성덕태자(聖徳太子, 한반도계 도래인의 후예, 572년~621년)가 제정한 일본 최초의 성문법이다. 604년에 완성된 헌법17조는 성덕태자가 漢文學을 익힌 뒤 만들었다고 한다.

성덕태자(중앙인물)

성덕태자는 내전(內典)으로 불리는 불전(佛典)을 고구려 승려 혜자(慧慈)로 부터 배웠으며, 불교 이외의 서적인 외전(外典)을 백제의 학자 각가(覺哿)로 부터 배웠다고 한다.
 
慧慈는 성덕태자에게 “수(隋)나라는 관제가 정비된 강대한 나라로 불법을 독실하게 보호하고 있다”고 전했으며, 그에게 《법화경(法華經)》을 강독했다고 한다.

불교에 입문한 성덕태자는 慧慈를 스승으로 삼아 5계를 받고 웅응정사(熊凝精舍)를 짓고, 불교를 보급했다.

慧慈는 성덕태자의 부음이 전해지자 재(齋)를 올려 명복을 빈뒤, 이듬해 음력 2월5일에 자신도 죽으리라 예언했다고 한다. 실제로 그 날 慧慈 자신도 열반에 들어갔다.

헌법17조는 중국으로부터 전래된 漢字를 일본식으로 바꾼 것으로 儒敎와 佛敎 사상을 일본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정리한 것이었다.

성덕태자는 小野妹子(오노노 이모코) 등 수많은 유학생들을 중국으로 파견해 적극적으로 중국 문화를 받아들였다. 성덕태자는 수(隋) 나라에 사신으로 보냈는데 국서(國書)에 “해 돋는 곳의 천자가 달 보이는 곳의 황제에게 문안한다”는 내용을 넣었다고 한다.

여기서 ‘日出’과 ‘日沒’이 수양제(隋煬帝)로 하여금 화를 내게 했다고 하는데, 중국의 상표문(上表文)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성덕태자의 ‘실수’였다(?)고 현대 일본인들은 해석하고 있다. 

참고로 일본의 법륭사(法隆寺)에 전해 오던 성덕태자의 초상화는 백제 아좌태자(阿佐太子, 572년~645년, 위덕왕의 아들)가 그린 것이다. 이 작품은 원래의 그림을 후대에 모사(模寫)한 것으로, 원본은 1949년의 대화재로 불타 없어졌다. 

김필재 spooner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