世界戰史를 읽어보면 시간에 대한 강박관념이 전쟁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시간에 쫓기는 쪽에서 '지금 치지 않으면 나중에 우리가 당한다'고 생각, 선제공격을 하거나 적의 공격이 임박하였다고 판단, 미리 때린다. 혹은 '시간이 우리 편이다'고 안이하게 생각하여 공격의 찬스를 놓쳤다가 당하는 경우도 있다. 전쟁은 시간의 게임이다. 승리의 3대 요건으로 기습, 속도, 집중을 치는데 모두 시간과 연관되어 있다.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날지 모른드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것도 시간의 문제이다.  

*1941년 12월 일본은 미국 태평양 함대 사령부가 있는 진주만을 기습하였다. 그해 여름 미국은 일본의 중국 및 인도지나 침략을 문제 삼아 對日 석유 禁輸 조치를 취하였다. 일본은 전략물자인 석유의 거의 全量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다. 특히 미국계 석유회사를 통한 수입물량이 70%나 되었다. 금수 조치로 석유비축량이 줄어들기 시작하였다. 그때까지 開戰에 소극적이던 해군도 강경론으로 돌았다. 일본 군부가 석유가 바닥 나기 전에 미국을 치고 기름이 나오는 인도네시아를 점령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사로잡혔던 것이다.

*1939년 여름, 독일의 히틀러도 비슷한 판단을 하였다. 독일이 맨먼저 군비증강을 시작, 전투기와 탱크를 多量 생산하기 시작하였지만 프랑스와 영국은 늦었다. 독일이 오스트리아, 체코를 병합해 나가자 두 나라도 군비증강에 박차를 가하지 시작하였다. 히틀러는 시간을 끌면 독일의 優勢가 계속 유지될 수 없다고 판단, 그 해 9월 폴란드로 쳐들어가 2차 대전의 단초를 열게 된다.

*1941년 6월22일 히틀러의 독일군은 불가침 조약을 무시, 소련으로 쳐들어갔다. 히틀러는 1940년 6월 프랑스를 점령한 뒤 영국을 폭격하였으나 굴복시키는 데 실패하였다. 미국이 독일에 대한 선전 포고 없이 노골적으로 영국을 지원하는 것을 본 히틀러는 1942년엔 미국이 영국 편을 들면서 참전할 것이라고 보았다. 히틀러는 미국의 막강한 경제력이 敵 편으로 투입되기 전에 소련을 쳐서 석유 등 전략 물자를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을 한다. 일본은 독일군이 파죽지세로 소련군을 무너뜨리면서 진격하는 데 고무 받아 1941년 12월 진주만을 기습, 미국과 開戰한다. 미국은 독일에 선전포고를 하지 않았는데도 히틀러는 일본이 미국의 해군력을 태평양에 묶어두는 사이에 영국의 수송선단에 대한 잠수함전을 전개할 기회가 왔다고 판단, 며칠 뒤 미국에 선전포고를 하였다. 이로써 소련과 미국을 동시에 敵으로 돌렸고 이는 독일과 일본 및 이탈리아의 패망을 예약하였다. 시간이 자기 편이 아니라는 강박관념이 무리에 무리를 거듭하게 한 것이다.  

*1914년 7월 독일군은, 세르비아에 선전 포고한 오스트리아에 대하여 러시아가 총동원령을 내리는 것을 보고 전쟁을 결심한다. 독일군의 전쟁계획인 슐리펜 플랜은 최대한 먼저 철도를 이용, 병력을 서부전선에 집결시켜 프랑스 군을 무찌른 뒤 남은 병력을 동부 전선으로 돌려 러시아를 치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시간이 중요하였다. 독일군의 전략이 먹히려면 프랑스나 러시아보다 먼저 총동원령을 내려야 하는데 러시아가 선수를 친 것이다. 조급해진 독일은 러시아에 총동원령 취소를 요구, 불응하자 선전포고를 한 뒤 벨기에를 거쳐 프랑스로 쳐들어 가 제1차 대전을 시작하였다. 영국은 벨기에가 당하는 것을 보고 독일에 선전 포고한다. 슐리펜 계획은 벨기에를 통한 공격을 전제로 하여 짜여졌다. 군사적 필요성이 외교적 고려를 누른 것이다.

*1939년 가을 히틀러가 主力을 폴란드 침공에 돌렸을 때 獨佛 전선에 배치된 병력은 2대 1로 프랑스가 우세했다. 프랑스 98개 사단 對 독일 43개 사단. 사단의 질에서도 프랑스가 앞섰다. 이때 프랑스가 선제공격을 하면서 독일로 밀고 들어갔다면 독일의 루르 공업지역을 점령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히틀러는 항복하든지 독일군이 쿠데타를 일으켰을 것이다. 프랑스군은 움직이지 않았다. 영국과 손 잡고 방어전을 펴면서 독일을 경제 봉쇄하면 싸우지 않고도 이길 것이라고 낙관하였다. 이렇게 프랑스가 好機를 놓친 대가는 1년 뒤 지불하게 된다. 이자를 덧붙여서. 1940년 5월, 독일 기갑군단은 아르덴느 숲을 통과, 프랑스 주력의 배후를 치는 기습작전으로 6주만에 프랑스군을 붕괴시켰다. 수세적, 관료적 군대가 공세적이고 상상력이 뛰어난 작전을  구사하는 군대에 진 것이다. 

*지금 김정은도 시간을 재고 있을 것이다. '한국을 쳐서 공산화 통일을 하지 못하면 나중에 우리가 당한다'고 판단하는 날이 올지 모른다. 시간이 흐를수록 한국의 핵미사일 방어망 건설이 완벽해지고, 시간이 흐를수록 북한정권 내부가 무너져내린다고 생각하는 날이 위험하다. 한국이나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북한정권이 핵미사일 戰力을 완성, 미국 본토를 위협하기 전에 예방공격을 해야 한다고 계산할 때가 올지  모른다. 남북한 양쪽이 같이 시간에 쫓긴다면 전쟁 위험은 배로 높아진다. 한국인이 복지와 웰빙에 빠져 있는 동안 전쟁의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을지 모른다. 코너로 몰린 신라가 살기 위한 몸부림으로 삼국통일을 이룬 것처럼 절박한 군대가 乾坤一擲의 결전으로 역전승하는 경우가 많다.

*아르덴느 전투 이야기를 읽으면 한국군은 프랑스, 북한군은 독일군을 닮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1. 프랑스와 한국군은 수세적이고, 북한군과 독일군은 공세적이다.

2. 수세적 군대는 시야가 좁고 공세적 군대는 넓다. 한국군은 북한군만 치는 연구에 집중하지만 북한군은 한국군 이외에 미군과 일본을 어떻게 하면 무력화시킬 것인가를 늘 생각한다. 한국군은 전쟁을 군사적 면에서만 보려고 하지만 북한군은 전쟁과 정치와 혁명전략을 통합시킨 입체적 개념을 갖고 있다.

3. 수세적 군대는 관료적이고, 공세적 군대는 상상력이 뛰어난다.

4. 상상력이 뛰어난 군대는 기습을 통한 逆轉勝을 추구한다.   
  
  
 '''''''
1962년 10월 미국은 소련이 코 앞에 있는 쿠바에 핵미사일을 배치하고 있는 것을 파악, 해상봉쇄를 선언, 소련과 핵전쟁 일보 직전까지 가는 모험을 감행하였다. 케네디 미국 대통령과 흐루시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 사이에 숨막히는 협상이 벌어지고 있던 10월 27일에 두 건의 돌발 사태가 일어났다.

<이날 오후 미국의 정찰기 U-2기가 쿠바에서 소련제 地對空 미사일에 의해 격추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공격으로 루돌프 앤더슨 소령이 현장에서 즉사했다. 이날 기록에 따르면 케네디 대통령은 친필로 앤더슨 소령의 부인에게 위로의 뜻을 전하는 편지를 작성했다. 이후 국가안전보장회의 비상대책위에서는 전투기를 보내 지대공 미사일 기지를 폭파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하지만 케네디 대통령은 미 공군 전투기들에 출동명령만을 내려놓고 출격 지시는 내리지 않았다. 케네디는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터키의 미사일을 철수시키는 방안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같은 날 미 군함인 빌(USS Beale)은 쿠바 연안에서 잠항 중인 소련의 핵잠수함 B-59를 발견, 잠수함 부근에 폭발력이 약한 시험용 기뢰를 투하했다. 당시 미군은 이 잠수함에 핵어뢰가 탑재돼 있다는 사실은 몰랐으며 기뢰는 잠수함 바로 옆에서 폭발했다. 추후 밝혀진 문서에 따르면 군함과 잠수함은 500야드를 거리에 두고 대치하고 있었다.

소련 본국과의 교신이 며칠 간 끊긴 상태였던 잠수함 함장은 전쟁이 발발한 것으로 판단, 자체적으로 15킬로톤짜리 핵무기를 발사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B-59에는 함장, 정치장교, 함대 사령관이 타고 있었다. 이 3명이 다 찬성하면 상부 지시 없이도 핵어뢰를 발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 2000년 초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이 중 아르키포프 사령관이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내 핵 발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맥나마라 국방부장관은 “당시 미국 함정에 핵 공격이 가해졌다면 美蘇(미소) 양국 간의 전면적인 핵전쟁이 발발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퇴임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핵전쟁 위협을 벗어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우리가 運(운)이 좋았다”고 말했다.>(김영남, chogabj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