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이른바 '아랍의 봄' 속에서 시작된 시리아 內戰으로 25만~30만 명이 죽고 수백 만 명의 難民이 발생하였다. 최근엔 사망자를 47만 명까지 올려 보기도 한다(Syrian Centre for Policy Research의 추정). 지난 5년간 매일 광주사태 규모의 살상이 이뤄졌다는 뜻이다.

5년 전 시리아가 혼란 속으로 빠져들 때 많은 사람들은 '민주화가 시작되었다'고 반겼으나 전문가들은 '시리아 내전은 주변 국가들을 끌어들이는 소용돌이가 될 것이다'고 예언하였다. 이렇게 복잡한 內戰도 드물 것이다.

시리아 정부군, IS, 알카에다 계열, 온건한 反정부군, 쿠르드 족 반군 등이 뒤섞여 서로 싸운다. 수니파와 알라위파(시아파의 분파)가 싸우고 수니 파 안에서 또 서로 싸운다.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와 터키는 叛軍 편이고 시아파의 종주국 이란은 정부군 편이다. 레바논에 기지가 있는 헤즈블라는 정부편이고, 미국은 反정부 편, 최근 공군 개입을 한 러시아는 정부 편이다. 內戰 속의 內戰이고 종교전쟁의 성격이 있는가 하면 대리전에다가 러시아와 미국이 대결하는 구도이기도 하다.

지난 연말부터 러시아가 공군기를 보내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하면서 아사드 정권은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였던 알레포를 포위, 戰局의 주도권을 잡아가고 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말로만 아사드 정권을 몰아내야 한다면서도 미군을 파병하지 않아 주도권을 놓쳤다. 오바마 대통령의 실책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2007년 필자는 상미회 여행단의 일원으로 7일간 시리아를 여행하였다. 서양 문명의 거의 모든 흔적을 다 담고 있는 시리아는 당시 평화롭고, 안전하고, 품격이 있었다. 아들 아사드는 개혁의 뜻도 펼치고 있었다. 관광객들이 몰려오기 시작하여 알레포 시장에는 한국어로 '장모님께 선물합시다'라는 표어도 붙었다. 지금은 폐허가 된 홈스, 하마, 알레포, 팔미라 등 古都의 그리스, 로마, 비잔틴, 이슬람, 기독교 유적은 이탈리아에 못지 않았다. 이스라엘 중심으로 중동 문제를 보던 視角이 이 여행으로 달라졌다.

그 시리아가 21세기의 가장 참혹한 戰場으로 변하였다. 잠복해 있던 종교적, 정치적 갈등 요인이 '아랍의 봄'이란 불씨로 인해 대폭발한 것이다. 독재 정권이 물러나면 민주화가 이뤄질 줄 알았지만 屠殺場(도살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슬람 국가의 민주화 가능성을 誤判한 것이다. 참혹한 무질서보다는 질서 있는 독재가 낫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시리아 내전은, 종교적 문화적 바탕이 다른 나라에 서구 식 민주주의를 심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잘 보여준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대견해보이기도 한다. 비록 국회가 저 모양이지만. 동시에 한국이 內戰的 구도를 갖고 있음도 直視해야 한다. 이념적 선동이 법치를 파괴할 때, 그리하여 질서가 붕괴될 때 한국이 시리아처럼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는가. 증오심으로 무장하여 공동체를 파괴하는 선동가가 공공의 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