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BM 보유를 선언한 김정은이 조만간 또다시 핵실험을 할 것인지, 그리고 한미일 안보체제에서 떨어져 나가고 있는 문재인 정권에 의해 동북아의 안보 지형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조야는 트럼프 정권의 대응을 숨죽이고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나는 미일관계 전문가도 아니고 특별히 이 분야를 살펴보는 것도 것도 아니지만, 한반도의 미래 혹은 한반도의 운명과 관련되는 것이니 무심할 수 없고 어느 정도는 저절로 분위기가 느껴지게 되기도 한다.

어제 '미 의회의 동향과 트럼프 정권의 정책 방향' 이라는 주제로 미국 전문가의 발표를 듣고 토론하는 공부 모임이 있었다. 발표자는 젊었을 때 10여 년간 미 상원 예산위 보좌관 일을 한 경험이 있는 저명한 전문가였고, 참석자들은 대부분이 외교관 등 고위 관료 출신과 학자, 일부 언론인이었다.

미 의회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법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미 정부의 견제와 균형, 베트남전쟁 이후의 공화-민주당의 균형, 미국 대통령들과 의회의 관계 등 미국 정치를 현장에서 겪지않고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해설을 들을 수 있었다. 오바마 케어, 시퀘스터, 트럼프 대통령 등장이 미국 역사에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등 시간 제약이 너무 아쉬웠다. 현장을 경험한 전문가의 실력을 느낀 즐거운 시간이었다.

언론들에 많이 보도된 내용은 생략하고, 참석자들 간에 교환된 토론 중에서 인상적인 내용을 일부만 소개한다. 자유무역을 주장해왔던 공화당이 지금까지의 이념과 정반대인 미국 제일주의라는 (포퓰리즘) 구호의 맛을 알게 된 것은 두려운(?) 일이라는 것, 전형적인 미국인들이 느끼는 미국사회의 정체성 상실에 대한 위기감과 이를 지키는 것이 일종의 '정의'로 여겨지고 있다는 것, 모든 것을 결국은 '돈'문제로 가져가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념이 없기 때문에 '유연성'을 기대할 수 있으리라는 것, 격심한 권력투쟁이야말로 백악관의 일상이라는 것 등이 절제된 대화 속에서 이야기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문제에 개념이 없으나, 매티스 국방장관과 맥마스터 안보보좌관을 기용한 것은 트럼프가 한 일 중 그나마 잘 한 일이라는 평가가 나왔고, 트럼프 정부(금후의 미국)은 일본과 한국에 대해 확장억제를 제공할 것인가 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기대할 수 없으므로 일본은 '자립해야 한다'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남중국해 문제에서 조차 기대 이하의 대응을 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이러한 문제를 다룰 고위 핵심 요직들(차관보 이상)이 80% 이상 공석이기 때문이며, 이들 200여명을 채우려면 연말까지 갈지 모른다는 예상들이었다. 그밖에 대통령이 임명하는 4,000여 명은 내년 말까지 걸릴지 모른다는 전망도 소개되었다.

어제 공부 모임에는 일본정부의 정책에 직접 관여하는 인사들은 참석하지 않았으나,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정보와 인식은 이러한 모임을 통해 공유, 확산되기 때문에 일본의 보수 인사들의 문제의식과 정세관을 엿볼 수 있었다. 한편, 대학 교단에 서고 있는 참석자에 의하면, 최근 학생들 중에서 일본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좀 더 강해져야 한다'는 의견을 펴는 경우를 본다고 한다.

일본을 외부로부터 지켜야 한다는 합의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그 '외부'가 한반도를 가리키게 되는 것이 아닌지 복잡한 기분이 든다. 문재인 정권, 특히 강경화의 외교부는 막무가내로 '소녀상'문제로 촛불 집회 식으로 내셔널리즘에 불을 지르고 나면 이후의 상황을 수습할 자신이 있는가? 문재인과 강경화는 한미동맹 버리고 중국과 동맹하거나, 김정은의 핵을 빌려서 미일동맹과 대결할 생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