슐리만은 정정당당한 사나이였다. 치졸한 문외한이라고 그를 비난하는 전문가들과 그는 당당하게 대결했다. “슐리만이 고의로 트로이의 성벽을 파괴, 그의 입장에 불리한 증거를 인멸했다”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다. 슐리만은 自費(자비)로 그를 트로이 발굴장에 초대했다. 이 전문가는 휙 둘러보곤 말없이 귀국. 그리곤 “이른바 트로이는 火葬場(화장장)이더라”고 헐뜯었다. 1890년 제4회 트로이 발굴 때는 유럽의 석학 14명을 초빙, 그들을 위한 여관까지 지어주며 견해를 들었다. 전문가들은 슐리만의 학설을 뒷받침했다.

그래도 비판은 끝나지 않았다. 독일 철학자이자 유명한 독설가 쇼펜하우어는 슐리만을 好事家(호사가)로 불렀다. “그는 돈을 쓰는 데 쾌감을 느끼는 무뢰한이다”라고 물고 늘어졌다. 몇 안 되는 친밀한 전문가 중의 한 사람 빌헬름 도프펠트는 “승부에 강한 슐리만은 행운의 女神에 그의 운명을 시험하는 데만 골몰했다. 전문가의 비판대로 발굴했다면 미케네 문명은 아직 땅속에 있었을 것이다”고 회고했다.

맨 처음 슐리만이 트로이를 발굴할 때 성벽을 부숴버리는 등의 비과학적 행동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 뒤 슐리만은 이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았다. 미케네와 티린스 발굴에선 그는 최고의 발굴 전문가로 성장해 있었다. 미케네와 붙은 티린스의 성벽 및 궁전 발굴은 그에게 제3의 영광을 안겨줬다.

두께 8m 높이 16m에 이르는 티린스 성벽은 피라미드와 맞먹는 大役事(대역사)의 소산이었다. 궁전에서 그는 많은 벽화를 발견했다. 그의 눈을 끄는 벽화가 하나 있었다. 푸른 바탕에 그려진 한 마리 수소. 붉은 반점을 가진 이 소는 앞으로 달려드는 자세다. 이 소엔 한 사나이가 타고 있다. 한 손으로 불을 잡고 춤추듯 뛰어오르는 폼. 이 鬪牛(투우) 그림의 뜻을 슐리만은 풀어내지 못했으나 뒷날 한 英國(영국)인의 손으로 해명된다.

슐리만이 티린스 궁전에서 발견한 벽화

1890년 크리스마스. 슐리만은 이태리 여행 중이었다. 나폴리의 한 광장에 나서자 갑작스런 현기증이 엄습해 넘어졌다. 행인들이 그를 병원에 데려갔다. 병원에선 치료비를 이유로 입원을 거절했다. 경찰서에 끌고 가 몸을 뒤지니 진단서가 나왔다. 진단 의사를 불렀다. 그는 환자를 모른 척했다. 왕복 차비부터 요구했다. 치료가 너무 늦어 그날 밤 슐리만은 숨졌다. 68세였다. 그의 屍身은 아테네로 운반됐다. 그리스 국왕과 황태자, 열강의 외교관 각국 학자들이 참례한 장송식이 열렸다. 7세 소년의 꿈을 좇아 인류역사를 1000년 이상 기름지게 만든 슐리만은 부인과 두 아들을 남기고 제우스 품속으로 돌아갔다.

슐리만이 캐낸 보물의 행방에 대해 기록해둘 필요가 있다. 그는 英國(영국)에 기증할 마음이 있었다. 런던 타임즈가 그의 입장을 밀어줬고, 수상 그래드스톤(Perry Gladstone Christie)이 미케네 보고서의 序文(서문)을 써준 인연이 있었다. 그가 떼돈을 벌기 시작한 러시아도 후보였다. 그러나 수속문제가 복잡해져 슐리만은 “이 보물들은 절대 분리해선 안 된다”는 단서를 붙여 조국 베를린 박물관에 바쳤다. 유물들은 제1차 세계대전을 무사히 넘겼으나 트로이의 보물은 제2차 세계대전 공습으로 파괴됐다. 도자기 일부는 東獨(동독) 지역의 엘베江岸(강안)에 疏開됐다. 전쟁이 끝난 뒤 한 여성 고고학도가 현장에 가보니 주민들이 3000년 전의 미케네 도자기를 食器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 학도는 과자를 50봉지 준비하여, 그릇을 갖고 오는 꼬마에겐 한 봉지씩 주겠다고 선언. 대부분의 도자기는 결혼식 때 그릇을 밟아 부숴버리는 현지 풍습의 희생이 됐다. 일부는 과자와 교환돼 돌아왔지만….


(‘미케네와 슐리만’편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