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뽕의 집하지(集荷地) 오오사까1월8일 일요일, 기자는 신간선 특급열차 편으로 오오사까에 도착했다. 오오사까는 폭력단 문제, 그리고 히로뽕 문제의 본산지다. 그런 점에서는 부산과 비슷하다. 도시의 배경부터가 그렇다. 세계 5대 항구 안에 들어가는 고오베, 오오사까 항을 끼고 있다. 상공업 도시로 활기에 넘치며 번잡한 분위기다. 한국, 특히 부산과는 항공, 해상 모두 교통이 빈번하다. 오오사까항의 경우, 1년에 2천 척 가량의 선박이 한국(대부분 부산)에서 들어온다. 전체 입항 선박의 약 35%다. 이 엄청난 교통량의 틈에 히로뽕이 끼여든다.
인구 비례의 폭력단수에 있어서도 오오사까는 일본 최고다. 오오사까부(府) 경찰본부의 자료에 따르면 오오사까부(인구 약 8?0만)에 주둔하고 있는 폭력단은 2백86단체 9천2백93명이다. 이 가운데 山口組는 약35%의 비중을 점해 압도적 우세다. 발상지는 오오사까에서 1시간 거리인 효오고(兵庫)현 고오베시지만 山口組는 오오사까에 주력을 두고 있는 것이다. 오오사까는 주력을 두고 있는 것이다. 오오사까는 1950년 제1차 히로뽕 시대에도 히로뽕 밀수·밀매의 중심지였다.
기자는 일본 텔리비전(NTV) 서울특파원 류신야씨(龍信也)의 소개로 오오사까부 경찰 본부 형사부장 스즈끼(鈴木邦芳) 경시장(警視長)(한국의 경무관에 해당)을 만났다. 한국에 유학중인 일본 공동통신(公同通信) 히라이(平井久志) 기자의 소개로 공동통신 오오사까 지사의 오오사까 부경(府警) 출입 우오즈미(魚住昭) 기자도 만났다. 두 사람은 본 기자의 취재에 발벗고 나서서 협조해 주었다. 갖가지 자료의 수집은 물론이고 취재 대상을 찾아 소개해 주는 등…. 이런 친절한 배려에는 일본의 히로뽕 문제에 대해 한국 기자가 처음으로 현지 취재를 할 만큼 관심을 보였다는 데 대한 놀라움과 감사의 감정도 깔려 있는 듯했다.
이날 취재에서 기자는 히로뽕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감각 차이를 더욱 실감했다. 오오사까 부 경찰 본부와 산하 59개 경찰서에는 폭력단 전담 과(課)와 히로뽕 전담과가 설치돼 모두 5백여 명의 전문 수사원이 투입되고 있었다. 경찰 본부를 출입하는 11개 언론사의 1백여 명 기자들도 폭력단 담당, 히로뽕 담당으로 전문화되어 있었다. 경찰의 수사 방침은 「폭력단 대책=히로뽕 대책」이었다. 이 두 가지 대책은 일본 경찰의 최우선 수사 정책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山口組 공격」이 당면한 중심 전술이 되고 있다. 이 대책에는 출입 기자들도 협조하고 있었다. 어느 기자는 솔직하게 말했다.
『일본 경찰도 고문을 한다. 특히 폭력단과 히로뽕 사범에 대해선 증거가 남지 않도록 지능적으로 한다. 기자들도 알고 있지만 죽는다든지 상처가 생긴다든지 하는 사고가 없으면 묵인해 준다. 그런 수사에는 고문이 불가피하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히로?수사를 전담하고 있는 생활과 관리관 마쓰이(松井泰治) 경시(총경에 해당)는 일본 히로뽕 시장에서 오오사까가 점하는 역할을 <밀수입품의 集荷地>라고 표현했다. 오오사까, 고오베 항구뿐 아니라 하까다, 시모노세끼, 히로시마 항구를 거쳐 들어오는 한국산 히로뽕이 일단 오오사까에 모여 폭력단의 유통망을 타게 되고 이비로소 전국의 밀매 조직으로 분산된다는 것이다.
山口組를 필두로 오오사까의 폭력단이 특히 심하게 히로뽕에 손대고 있다는 증거를 폭력단 전담 수사4과에서 내놓았다. 83년에 검거된 히로봉 사범 가운데 폭력단원은 전체의 약 60%로서 전국 평균보다 약 15%나 높다. 그 가운데 山口組는 약 30%를 점하고 점하고 있다. 山口組가 히로뽕에 점점 손을 더 깊숙이 넣고 있는데 대해 수사4과의 과장 대리인 坪井正義 경부(경감)는 『두목인 다오까가 죽었기 때문이다』고 했다. 다오까는 생전에 홍보용이긴 했지만 『히로뽕에 손대면 파문한다』고 경고했고 실제로도 일단 검거된 부하는 조직에서 추방했다고 한다.
이 다오까가 죽은 이후 제4대 두목이 결정되지 않고 내분의 기미가 보이는 등 지도력이 약화되자 소속 단체가 마음놓고 밀매전선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었다. 오오사까에서 가장 악명 높은 히로뽕 밀매 조직은 오오노(大野一家) 파라고 경찰에선 잘라 말했다. 두목인 오오노는 73세의 노인으로서 미나도(港)구를 무대로 불량배출신의 야쿠자 1백59명을 거느리고 있다. 이들 중 약 30%인 48명(연인원)이 지난해 히로뽕 밀매로 검거되었으나 끈질기게 밀매를 계속하고 있다.
82년에 오오노조(組)의 폭력단원 2명은 오오사까의 중학생 29명에게 히로뽕을 밀매, 이들 소년을 중독시켜 큰 소동을 일으켰다. 이들 소년들은 환각 증세를 보이는가 하면 히로뽕 매입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좀도둑질을 하기도 했었다. 지난해 5월에는 더 지독한 사건이 이곳에서 일어났다. 폭력단원(미체포)이 가출한 열두 살 난 국민학교 6학년 여학생을 꾀어 히로뽕 주사를 놓은 뒤 성관계를 갖고 반년 동안 동거해 온 사건이었다.
이유 없는 살인
기자가 오오사까에서 이틀 동안 묵은 곳은 신 오오사까역 동쪽의 뉴 코로나 호텔이었다. 공동통신(共同通信) 우오즈미 기자는 씩 웃었다. 『몇 달 전 그곳 6층에서 불이 났지요. 히로뽕 중독자가 발작, 불을 질렀어요. 곧 꺼지긴 했지만…』 7층에서 잠을 잔 나는 히로뽕의 약리 작용에 의한 발작성 범죄의 일상성을 실감했다. 우오즈미 기자는 나에게 겁을 주려는 듯 82년 2월7일에 오오사까에서 있었던 참극을 이야기해 주었다.
오오사까시의 어느 낡은 목조 아파트2층. 공사판 노동자 H(34)는 옆방의 비명에 놀랐다. 평소에도 부부 싸움이 잦은 하시다(橋田忠昭·47세)의 방에서 나는 부르짖음. 이번엔 평소의 말다툼과는 좀 다른 것 같았다. H의 아내 S가 도어를 열고 나가는데 하시다가 들어왔다. 양손에는 피가 뚝뚝 듣는 칼 두 자루, 입고 있는 파자마는 선혈로 물들어 있었다. 『살려 주세요!』 S여인은 복도로 뛰어 달아났다. 하시다가 추격, 계단 입구에서 등을 찔렀다. 계단을 굴러 떨어지는 S 여인. 하시다는 집요하게 따라가 계단 밑에서 또 세 번 S여인의 배를 찔러 그 자리에서 숨을 끊어버렸다. H도 아내의 비명을 듣고 달아나다가 하시다의 칼침을 받았으나 거리로 뛰쳐나와 구조되었다.
아파트 관리인 K가 구급차를 부르기 위해 전화를 돌리는데 하시다가 현관으로 들이닥쳤다. K의 방에는 옆집에서 놀러 온 사람이 함께 아침을 먹고 있었다. 그는 왼발을 못 쓰는 사람이었다. 도망가지도 못하고 하시다의 칼을 맞고 즉사했다. 하시다는 다시 1층으로 뛰어 내려갔다. 출근하려 현관을 나서는 T양(20)을 마구 찌르는 하시다. 이것을 보고 T양 아버지 P(56)가 덤볐다. P도 칼에 몇번 찔렸으나 달아나는 하시다를 30m쯤 쫓아가다가 털썩 주저앉으며 피를 쏟고 얼마 뒤 숨졌다. 가슴으로 들어간 칼은 등까지 뚫었던 것이다.
5분 뒤 출동한 경찰관에 의해 하시다는 붙들렸다. 아파트 주위는 피바다였다. 경찰관이 하시다의 방으로 들어가 보니 그곳에는 아내(43)와 장남(11)이 칼에 찔려 피투성이가 돼 뻗어 있었다. 아내는 숨이 끊어져 있었고 아들은 빈사 상태였다. 체포된 직후 하시다는 이렇게 진술했다. 『아내는 종교에 홀려 나를 홀대하고 이웃 사람들은 시끄럽게 소리를 내어 나를 신경질 나게 만들었다. 맨 정신으로 한 일이다. 사형을 당해도 좋다』 하시다를 조사해 보니 그는 히로뽕 중독자임이 밝혀졌다.
7년 전에도 히로뽕 중독으로 발작, 아내를 칼로 찔러 중상을 입힌 죄로 징역 3년형을 복역했다. 출소 이후에도 오오사까 폭력단으로부터 히로뽕을 매일 구입, 주사를 맞았다. 하시다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아내가 유흥가에서 벌어오는 돈으로 생활했다. 그 돈도 히로뽕 구입에 거의 다 써버렸다. 2년 전 아내는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꾀했으나 죽지 않았다. 犬?아침 발작한 남편으로부터 마침내 죽임을 당한 것이었다. 이 사건 1년 전인 1981년 6월 17일엔 도쿄에서 히로뽕 남용자가 행인 네 명을 찔러 죽인 사건이 발생했다.
위의 두 사건은 일본에서 「도오리마」(通?魔) 사건으로 일컬어지는 유형이다. 「도오리마」 사건은 아무런 이유 없이 이웃이나 행인을 마구 찔러대는 범죄로서 외국에선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일본 흑유의 사회 현상이기도 하다. 81년 일본에서는 7건의 「도오리마」사건이 일어나 6건이 해결됐다. 그 가운데 3건은 히로뽕 상용자에 의해 저질러진 것이었다. 이해 17건의 인질 사건이 일어났다. 9건은 히로뽕 중독자에 의한 것이었다.
우오즈미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히로뽕에 의한 발작 사건이 너무 많이 일어나 이제는 원인이 애매한 상해·살인 사건은 일단 히로뽕 때문이라고 단정해 버린다. 그런 단정이 대개는 맞아떨어진다』 히로뽕이 무서운 것은 그것이 1, 2, 3차의 연쇄 반응을 통해, 복합 범죄의 상승 작용을 일으키며 악순환하기 때문이다. 밀수·밀매·주사 등 1차 범죄는 2차 범죄를 부른다. 히로뽕을 구할 돈을 마련하기 위한, 또는 히로뽕 거래와 관련된 2차 범죄는 1982년에 6백24건이나 일어났다. 살인 3, 방화 1, 강도 3, 절도 5백80건.
히로뽕의 약리 작용에 의한 3차 범죄는 더 끔찍하다. 82년에 2백5건이 발생했는데 살인11건, 방화22건, 상해34건. 범죄는 아니지만 약리 작용에 의한 자살, 중독사, 사고 사도 스무 명이나 되었다. 우오즈미 기자와 같은 팔팔한 젊은 기자들은 이러한 흉악 범죄의 배후세력을 폭력단으로 단정하고 있었다. 그들에 대한 고문만은 못 본 체한다는 것은 「야쿠자의 신화」 뒤에 있는 폭력단의 진면목을 기자들이 제대로 인식하고, 그들을 없어져야 할 「사회의 적」으로 평가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올림픽 무드를 주의하라!
오오사까와 고오베에서 만난 폭력단, 히로뽕 수사관들은 모두 그 분야만 10∼20년간 수사해 온 고참들이었다. 그들은 히로뽕이 일본에서 박테리아낮?번식해 온 과정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경력에 경의를 표하면서 기자는 『한국에서도 히로뽕이 크게 번질 것으로 보는가』하고 물었다. 놀랍게도 그들의 답변은 모두 똑 같았다. 『번질 것이다. 일본의 히로뽕 역사에서 1970년은 전환점이었다. 이해를 경계로 해서 히로뽕 사범이 3배로 늘었고 그 뒤로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1970년은 오오사까에서 세계 박람회가 열린 해였다. 사회 분위기가 들뜨고 향락적으로 변한 계기가 되었다. 외국인, 특히 한국인들이 몰려 왔고, 한국 밀조범과 일본 밀매 조직이 연결되는 장소가 되었다. 한국의 86년 아시아 대회, 88년 올림픽 대회가 오오사까 엑스포와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한국 사회는 일본 사회의 변화를 10∼20년의 격차를 두고 따라가는 것 같은데 히로뽕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고참 수사관들은 『히로뽕 문제가 언제 해결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오래 간다. 10만 폭력단원이 그들이 자금원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 첫째 이유, 주부·소년·소녀 등을 포함하여 사회 전반 계층에까지 히로뽕이 침투한 것이 둘째 이유, 한국에서 히로뽕 밀조 기술과 공장이 전국적으로 확산된 것이 셋째 이유다. 우리 수사력만으로는 절대 해결이 안 된다』 어느 수사관은 조사 대상 일본인의 68%가 『히로뽕은 무섭지 않다』고 응답한 경찰청 설문 조사 결과를 지적하면서 『우리는 히로뽕이 섹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일부러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했다. 히로뽕 문제에 대해선 인식의 차이가 두 가지 있다. 하나는 한국과 일본의 감각 차이, 다른 하나는 일본 수사관과 일본 국민들의 위험 감도 차이다.
고삐 풀린 山口組
이날 오후 기자는 판신(阪神) 고속도로를 이용, 고오베로 달렸다. 코리언 커넥션의 흑막 山口組 본부 사무실은 고오베 지방법원의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깨끗한 2층 건물. 「日本 全國淨化同盟本部(일본 전국정화동맹본부)」라는 간판이 보는 이들을 우롱하듯 붙어 있었다. 사무실 주변에 인기척은 없었다. 山口組와 혈투를 계속하고 있는 효고현 경찰 본부를 찾았다. 이 경찰 본부에는 山口組 때문에 폭력단 담당과가 하나 더 있어 수사 1, 2과의 인력은 모두 1백20명이다. 폭력대책 제2과 차석인 가시와가(柏木早雄) 경시는 다오까가 저격 당했던 「오오사까 전쟁」의 뒷얘기부터 들려 주었다.
다오까에 도전했던 松田組는 山口組의 보복 공격으로 궤멸적 타격을 받고 그 2년 뒤 해산해 버렸다는 것이었다. 가시와기 경시는 山口組도 약화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다오까는 『항구를 제패하는 자, 세계를 제패한다』면서 고오베 항만을 山口組의 아킬레스건으로 삼았었다. 하역업, 인부 공급업을 독점, 사실상 고오베 항구를 지배한 때도 있었다. 그러나 컨테이너화(化) 인부가 줄고 경찰의 공세가 강화되면서 지금은 항만 관련 업종에서는 거의 쫓겨났다고 했다. 이런 정업(正業)을 잃었기 때문에 히로뽕 밀매라는 악업(惡業)에 더욱 탐닉하는 듯하다는 해석을 가시와기씨는 했다.
고오베에서 지난해 히로뽕 사범으로 붙들린 폭력단원은 모두 1백89명이었는데 약 60%가 山口組였다. 경찰은 지난해 山口組 소속의 다섯 폭력 단체를 설득, 두목들로 하여금 해산 지시를 내리게 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두목들만 손을 씻었을 뿐, 해산된 단체의 단원들은 山口組 안의 다른 단체로 편입되어 해산의 실효는 의문시되고 있다. 山口組 4대 조장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야마히로와 다께나까 계열은 서로 자금원을 든든하게 만들려고 더욱 히로뽕에 기울고 있다고 한다.
韓·日 정보 교환의 수확
히로뽕 전담의 생활과 과장 대리 요꼬노(橫野善彦) 경부를 만났더니 모처럼 반가운 이야기를 했다. 경찰청이 한국에 해마다 파견하는 「히로뽕 수사 시찰단」에 끼여 한국 수사의 실태를 살펴 본 적도 있다는 그는 한국과 일본의 정보 교환이 성과를 거둔 예를 들려주었다.
1981년 12월초의 한밤중 효오고현 경찰의 수사팀 8명은 고오베시내 워싱턴 호텔 앞에서 잠복에 들어갔다. 벌써 며칠째 계속되는 소득없는 일. 한 달 전 『야마구찌(山口) 현 시모노세끼 항에서 히로뽕이 반입되는데 워싱턴 호텔에서 거래되는 것 같다』는 정보가 경찰에 들어온 것이 잠복의 계기가 되었다. 수사팀은 山口 번호를 단 차를 집중적으로 감시했다. 그날 오전 2시께 하연 승용차가 호텔에서 나온 두 사나이를 태우고 엔진을 걸었다. 이 때 수사팀이 뛰쳐 나가 차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뒷좌석에서 비닐 봉지에 든 히로뽕 9㎏이 발견되었다. 시모노세끼에서 타이어 수리업을 한다는 김화천(金和天·48), 자동차 정비업자 장안식(張安植·42) 등 두 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두 사람은 처음엔 입을 굳게 다물었다. 형사들이 입을 열지 않을 수 없는 자료를 들이댈 때마다 모호한 답변을 했다.
복?文)이란 한국 선원으로부터 해상에서 물건을 받았을 뿐, 나는 심부름만 해주니 아무것도 모른다. 문(文)이 타고 있던 배 이름도 모르겠고 다만 육(六)이란 숫자가 들어가 있는 것만은 기억한다』
일본 경찰은 최근 2년간 시모노세끼항에 입항한 한국 배의 리스트와 선원 명부를 전부 뒤졌다. 문(文)과 육(六)을 연결시키는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였다. 약 5천 척의 배 이름 가운데 부산항(釜山港) 선적의 냉동운반선 제육남평호(第六南平號) 통신장 문좌연(文佐淵·37)이 찍혔다. 이것을 김(金)씨에게 들이밀고 추궁했다. 그제야 김씨는 손을 들고 자백하기 시작했다.
김씨의 진술에 따라 일본 경찰은 국제 경찰 기구를 통해 부산시경(釜山市警)에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 부산 경찰은 82년 4월 문씨 등 네 명의 남평호 선원들을 검거했다. 문씨는 달아난 기관원이 히로뽕을 구했기 때문에 자기는 범행 전모를 모른다고 했다. 김씨도 워싱턴 호텔에서 누구와 거래하려고 했는지에 대해서는 굳게 입을 다물어 이 해상 박치기의 실상은 반밖에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일본 경찰은 김씨의 진술에도 불구하고 문→김 루트의 거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적어도 이 루트를 통해 43㎏이 일본으로 들어왔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김씨는 징역 10년의 무거운 형을 선고받았다.
요꼬노 경부는 바람직한 한국·일본의 정보 교환 방식에 대해 개인적 견해를 이렇게 설명했다. 첫째, 인터폴의 경유 없이 직접 두 나라가 정보를 신속히 교환한다. 둘째, 두 나라의 수사 당사자, 즉 일본 경찰과 한국 검찰이 정보 교환의 직접 상대가 된다. 이것은 불필요한 중간 단계를 생략, 정보가 빨리 흘러가 수사에 직접 기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해 오오사까 및 효오고 경찰 본부가 한국에 수사 협조를 의뢰한 것은 모두 9건이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몇 가지 정보가 들어왔다. 그러나 이들 정보가 직접 체포로 연결되지 않은 것은 두 나라가 다 마찬가지였다. 그 이유는 타국의 정보는 재판 과정에서 증거로 채택할 수 없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는 체포가 불가능한 것이다. 한국에서 온 정보에 따라 이들 밀수입 용의자를 계속 감시하고 있다고 요꼬노씨는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