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이 글은 지난 89년에 한강 하구를 건너 김포로 넘어와 귀순했던 전 북한 6사단 소대장 김남준(金南俊)씨(기아자동차 근무)가 월간조선 5월호 기사를 읽고 흥분하여 기고한 것이다. 문법만 고치고 원문 그대로 싣는다.
표현 못할 흥분「책은 말없는 선생이다」라고 세뇌 받으며 굳어 왔던 나의 고정관념은 대한민국에서의 길지 않은 생활 기간에 서서히 무너져 가는 것 같다. 이북에서 내가 접할 수 있었던 책에 관하여 피력한다면 새삼스러운 것이라고 생각되는 점은 없지 않겠지만 좌우간에 김일성, 김정일의 혁명사상 학습으로 일관된 것들 외에는 그 어떠한 것도 없었음을 회상하게 된다. 책뿐만 아니라 신문, 잡지, 동화집 한 권에 이르기까지 조선노동당 규약에 준 하는 「당의 유일사상 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에 위배되는 그 어떠한 것도 허용되지 않으며 만약에 여기 한국에서처럼 개인의 감정으로 책이나 출판물이 제작되었다면 그와 관련되는 모든 인원들이 정치범으로 낙인 되어 잡혀갈 것이다.
소위 이러한 혁명적인 서적들에 길들여진 나의 상식으로는 잡지나 서적들에 저질스러운 문귀가 새겨진다거나 나체사진이 게재된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고 더욱이 일간 신문에까지 때때로 실리는「비 혁명적」인 기사들을 접하고 보면 더더욱 신뢰감을 잃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적어도 나의 상식으로는 출판물에 게재되는 내용 내지는 글 따위들이 가장 위대하고 품위가 있고 숭고한 것으로 되어야 한다는 것과는 너무도 상반되는 대한민국 현실에 접하다 보니 일시적이 혼동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다가 이번에 조선瞿말?월간조선부 여러 기자들의 합동 취재 기사「서울 근교에서 들려오는 지하 기계음의 정체」를 읽어보고 감동과 신뢰, 격함 등이 뒤엉킨 그 무엇이라고 표현 못할 흥분 때문에 이 수기를 쓰기로 결심했다.
북한 화곡리에서 출발한 땅굴
나는 지난 89년 9월9일 북한을 탈출하여 자유 세계를 찾은 월남귀순자이다. 나는 1962년 8월29일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출생하여 인민학교 4년제와 고등중학교 5년제를 마친 후 1980년 3월 북한인민군 6사단에 입대, 83년4월 당 조직의 추천으로 평양에 있는 강건 종합군관학교에 입교, 85년7월 노동당에 입당, 85년 10월 소위로 임관하여 인민군 6사단 1연대와 13연대에서(개성시 판문군 일대) 소대장으로 4년여 동안 근무 중 북한의 폐쇄된 정치탄압과 국제사회에서의 고립 등에 대한 회의와 의구심으로 수 없는 갈등과 고민 끝에 평소 뜻을 같이 하던 부하 군인 및 민간인간호사와 함께 북한을 탈출하여 자유대한으로 가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철이 들기 시작한 17세 때 부모님들과 헤어져 낯선 땅인 개성시에서 거의 10여년을 보내는 동안 고향의 그리움보다는 전방 철책의 삼엄한 분위기에 길들여졌고 부모님의 따뜻한 보살핌보다는 당 조직의 용광로 같은 투쟁 속에서 사상적 의지를 쌓아 왔었기 때문에 사소한 감정을 억누르고 큰 것을 얻을 줄 아는 자유인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한편, 인민군 6사단 13연대(개성시 판문군)소대장 근무(87년부터) 시기에는 군사작전용 땅굴이 서울을 서울 근교까지 내려갔다는 사실을 직감하면서도 여기 남한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조국통일을 위해서는 땅굴 아니라 더한 것도 필요하고 서울을 잿더미로 만들 수도 있다는 북한 당국의 의지에 확실히 길들여져서 매우 예사로운 일로 생각하였다. 나는 애초 귀순 당시 군 기관에 김포 일대 서울 근교에 북한 화곡리에서 출발한 남침용 장거리 땅굴이 잇다는 것을 진술한 바 있다. 물론, 과학적이고 자료적인 땅굴 정보를 제공하지 못했다는 점만큼은 나 역시 안타깝기 그지없는 생각이지만 이제부터 말할 내용과 모든 징후로 보아 남침용 땅굴이 소문으로 들은 소리지만 서울까지 내려갔다는 것도 확정적인 것이라고 확언한다.
그러나 그 어떤 사건이라든지 음모에 관해서는 징후라든가 소문 따위들이 있게 마련인데 특히 북한처럼 언론의 자유가 철저히 통제되고 출판이 억압받는 속에서는 또 다른 언론 즉, 소문이 발달되고 만연되기가 매우 적합하다는 사실을 볼 때 여러 귀순자들이 한결같이 증언하는 서울 근교의 땅굴설이 과학적인 자료가 아니라서 묵살한다면 국가안보 특히 조국의 수도방위에 큰 실책을 면치 못할 것이란 의구심마저 든다. 내가 북한에 있을 때 이미 그것(화곡 광산)이 남한 서울 근교까지 갔었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에 귀순 당시 진술한 내용이 정부에 반영되어 구체적인 토의 대책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월간조선 기사를 읽고 나니 허탈감 비슷한 것이 뇌리를 치는 것 같았다. 물론 나는 지금도 남쪽사정 만큼은 어두운 것이 사실이어서 여러 민간인들이 땅굴이 있음을 확신하며 거기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고 있는 것에 대하여서는 논할 가치조차 없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적어도 분계선 이북인 북한 쪽에서의 정보(화곡 광산 땅굴에 관한)에 대해서는 나보다 그리고 거기서 살면서 직접 느꼈던 사람들보다 더 확신할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다.
70년대에 한강 넘어
본인은 순전히 북한에서 느꼈던 서울행 땅굴, 북한에 있을 때 직접 보고 들은 그에 준 하는 이상 징후들을 두고 땅굴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지 여기 한국 사람들(민간인 땅굴 추적자들)이 하는 이야기를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님을 적어두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번 월간조선에 났던 그 기사 내용과 내가 알고 있던 서울 근교 땅굴설이 너무도 밀착된 관계를 가지고 있고 근사한 면이 많아서, 월간조선부를 찾게까지 되었던 것이다. 조갑제 부장의 부탁 또한 진지한 의도였기 때문이었지만 본인 역시 너무도 확실한 것이라고 생각하였으므로 그 후 며칠간 귀순한 동료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조금이라도 의문되는 점들은 모조리 적어두었다가 이 글을 쓰는 데 삽입하기로 했다.
가장 유력한 제공자는 1980년 6월에 월남 귀순한 이영우씨였다. 이씨는 1972년 해군에서 제대하여 고향인 개성시 판문군에 거주 및 직장 배치된 흔치 않은 간부 출신이다. 개성시 판문국 일대에서 당 세포비서, 직맹위원장 등의 직책을 맡아 수행하면서 지도사업차 화곡 광산 갱에까지 들어가 본 유일한 증언자인 바 이씨가 말하는 모든 점을 미루어 보아서도 그것이 단순한 광석 채굴 장은 아니었던 것으로 능히 짐작된다. 그가 말하는 징후를 소개한다.
「첫째 본인(이영우)은 1972년부터 1976∼77년경까지 화곡 광산이 민간인 소속이었기 때문에 그때 목격한 내용을 말한다. 76∼77년경부터는 광산이 폐쇄되고 군부대(6사단 1개 연대)가 광산본부를 인수하면서 민간인 출입이 일체 금지되었던 바 그것이 제일 의구심 나는 점이다. 왜냐하면 본인이 알고 있기에는 북한에서도 내노라하는 광석(금, 아연, 연)이 채취되고 그 규모 또한 한 두 손가락에 꼽힐 만큼 큰 1급 기업소였고(노동자 4천여 명) 광산 작업시 수입이 꽤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폐갱시켜서 군인들을 배치할 이유가 없다.
둘째, 광산 당위원장 사무실에 들어갔던 일이 있던 바 그때 벽에 걸린 지도에서 본 기본 진도현황은 한강중심, 즉 군사분계선까지 전진한 것이었다. 화곡 광산 약도는 다음과 같다(그림 2참조). 기본갱이 화곡 광산에서 남쪽으로 직선으로 뻗어 있는 바 높이, 너비가 2·5t 화물트럭 2대가 어길 수 있고 기본 갱에서 좌우로 수십 개의 곁가지 광석 채취굴이 있다. 그 굴의 너비, 높이는 일반 갱차가 서로 어길 수 있는 정도이다.
셋째, 그러한 기본갱이 광맥을 쫓다가 한강 가운데까지 들어갔음을 알았을 때 누구라도 1석2조라고 생각 않겠는가. 김정일이 그것을 이용하지 않으면 김정일이 아니다」
다음은 김광춘씨의 증언이다. 김광춘씨는 본인과 귀순 때 함께 동행했던, 13연대 나의 소대 부 소대장이었던 바 화곡 광산을 접수한 15연대 지휘부에 몇 번 가보면서 자기 스스로 그것이 남쪽으로 내려간 땅굴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실지로 15연대 군인들로부터 그러한 소문을 여러 차례 들었으며 86년에 입당 심의 받으러 15연대 지휘부에 가서는 광산 입구에 쳐놓은 가시철조망의 분위기로부터 달랐다고 한다.
당 중앙 직속의 광산
내가 느꼈던 점과 이상하다고 생각한 징후들은, 이영후씨의 광산방문이 불가능해진 77년경 후의 일이어서 상세히 적으려 한다. 나는 1980년에 인민군 6사단(개성시)에 입대하였기 때문에 직접 겪어 보지는 않았지만 선배(군인)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77년 가을에 평산군 일대에 있던 인민군 6사단과 화곡리 일대에 있던 9사단의 교방이 있었는데 6사단이 9사단 지역을 인수·인계 받으면서 화곡 광산이 폐갱, 군인 지역으로 되었다는 것이었다. 현재 화곡리에 있는 15연대 지휘부는 옛날 광산 지휘부 건물임을 본인도 직접 목격했다. 특히 87년에 내가 1연대에서부터 13연대로 인사 조정되어 내려와서부터 는 화곡 광산이 땅굴이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판단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앞에서도 이야기한 바 있지만 북한에서는 소문보다 더 빠른 정보가 없으리만큼 그 속도는 가늠키 어렵고 소문보다 정확한 것도 쉽게 보기 힘든 사회인만큼 그 실력을 가늠해 본다. 실례로 86년 5월경에 본인은 이러한 소문을 직접 들은 바 있다.
『김일성이 대원수가 되고 김정일이 최고사령관에 원수가 된다』고. 그때에는 실감이 나지 않았고 특히 군복무도 하지 않은 김정일에게 원수 칭호라니 될 소리도 아닌 것 같았지만 소문은 정확히 들었다. 나를 비롯 몇몇 동료(소대장, 중대장)들은 그때 이러한 발언까지 했던 것으로 기억되고 있다. 『아무리 군을 장악 통제해도 소문처럼 실지 계급은 수여치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북한에서는 거창한 별 달기 놀음이 벌어져 소문의 정확성이 입증되었다. 만약에 그때의 땅굴 소문설에 비추어놓고 생각해본다면 지금 김포 사람들(땅굴 추적자들)이 발견한 이상 징후는 너무도 과학적인 정보가 아니겠는가? 이러한 이유에서 나는
첫째, 화곡 광산 땅굴이 한강을 넘지 않았다면 그러한 소문이 나돌 리가 없다고 단정한다. 내가 말하는「서울 근교 땅굴」이라는 것은, 내가 근무했던 1연대 지역(개성시 판문군 평화리)에서 감시장비로 보이는 남쪽을 거의가 서울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김포지역도 북한군은 서울이라고 판단했던 것에서 나온 말이다.
트럭이 왜 개성역까지 가는가
둘째, 88년 당시 나의 동료였던 15연대 경비소대장은 이러한 발언을 하였다. 『화곡 광산은 우리 연대 지휘부 위수지역 내에 있지만 중앙당 소속 내의 사람들만 관여하는 특수 지역이다』이에 대해서는 연대 내 군관들도 자세히 알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여기에서 가장 의문시되는 점은 왜 폐갱(광맥이 없다는 이유로)시킨 쓸모 없는 광산을 민간인들은 물론 현지 주둔 연대 본부 군인들까지 모르게 통제하는가 하는 점이다.
셋째 당시(87∼89년 9월 초) 중앙당 연락소 복장의 차림(항일복: 김일성이 항일 혁명할 때 입었던 복장의 차림새―항일모, 군복각개반도, 단화, 모자에는 붉은 별, 왼팔 가장 자리에는 노동당 마크)의 중앙 직속 소속 사람들이 소련제 덤프트럭(까마즈)으로 광석(버럭)을 운반하는 것을 본인이 수십 차례 목격하였다는 점이다. 화곡 광산―개성 화물역 사이로 다니는 이 차의 번호판이 중앙당 소속의 것이었다. 아주 중요한 사업 외에 이렇게 훌륭한 기동기계가 동원되기는 쉽지 않다. 군인들도 절대 손을 댈 수 없는 막강한 중앙당 직속 사람들은 이 광산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아연광을 캔다면 광석 부스러기를 이 광산의 선광 시설에서 처리해야지 개성역까지 가져갈 필요가 없다. 내가 목격한 광석은 전혀 선광 과정을 거치지 않은 돌 조각들이었다. 이것은 아마도 땅굴을 판 뒤에 나온 버럭 이었을 것이다.
넷째, 한국 군사전문가들은 인공위성 사진자료에 화곡광산 일대에 변화가 없기 때문에 땅굴설을 사실무근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 것 같은데 본인의 견해는 다음과 같다. 본인이 장교 교육을 받을 당시(83∼85년)에도, 미국의 군사위성들은 직경 1m 이상의 물체는 다 포착한다고 입버릇처럼 외워대는 북한정부의 교육의 실체로 보아 그렇게 우둔하게 땅굴을 팠을 리는 없을 것으로, 보아지므로 세 번째 근거에서 말했듯이 교묘한 방법으로 버럭을 운반하여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 위장해 버렸으리라 판단된다. 나는 또 지금까지 발견된 4개 땅굴은 군단에서 책임지고 뚫은 철책선 돌파용이고 장거리 땅굴은 김정일(金正日)의 노동당이 직접 관장하며 뚫고 있다고 생각한다.
『당이 결심하면 우리는 한다』
이 글을 적으면서 결론적으로 강조하고 싶은 문제는 우리 한국에선 최첨단 기계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여 땅굴의 가능성을 가늠하는 반면 북한에서는 그와 정반대인 재래식으로, 과학적이라든가 최첨단 기술 따위들은 뒤로 놓고도 정신의지 하나만으로도 못할 것이 없다는 것을 새삼 강조하고 싶다. 가장 가까운 사실로 남포의 서해갑문(동양 최고의 댐길이, 수용능력)이라든가 평양의 1백5층 빌딩 따위들은 북한 기술능력으로는 여의치 않은 점이 많고도 많지만 그들은 그야말로 「당이 결심하면 우리는 한다」는 식으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하였고 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평양시에 있는 지하 1백50m의 지하철도는 세계적으로도 그 예가 흔치 않은 것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기술부족 내지는 장비 열세 때문에 서울까지 땅굴을 뚫지 못했다 한다면 언어도단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에서 살던 귀순자의 입장에서 보면 김정일의 사고방식이나 그의 의지로서는 김일성 사망 이전에 어떤 형태, 어떤 방법으로든지 소위 「조국 통일」 중대사를 치를 것이라고 확신하는데 그 근거로서 가장 큰 중점이 되는 것은 「땅굴」이라고 생각한다. 한반도가 통일이 되는 날까지라도 그리고 북한의 김일성이 사망한 이후라도 우리의 간고 했던 남북역사가 후세에 영원히 교훈으로 교육되기 위해서라도 땅굴 찾기는 단 한 발짝도 중단됨이 없이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아울러 대한민국의 정신이 약해지면 질수록 우리는 그만큼 수난의 역사를 되풀이 할 기회를 우리 손으로 만드는 길이라고 생각하면서 북한의 땅굴 음모를 전 국민적인 관심으로 짓부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1땅굴 목격자인 인민군 민경대 준위 출신 안찬일(安燦一)씨의 증언
국군복장으로 굴진 작업
안찬일(安燦一)씨는 북한측 비무장지대 내에서 군무하는 인민군 제3사단 민경대 준위로 있다가 지난 79년에 남한으로 귀순해왔다. 제1땅굴 공사현장 부근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땅굴을 뚫고 있다는 사실을 당시에 알고 있었다고 한다. 『저는 1971년 10월에 군에 입대했습니다. 민경대는 4개소대로 편성돼 있었는데 군단 직할의 땅굴 굴착부대가 제5소대란 이름으로 위장하여 작업을 했습니다. 제1땅굴 공사를 맡은 병력은 약 1백 명이었고 3교대로 일했습니다. 비계 없는 돼지고기를 먹이고 사병에게 특무상사, 소위 계급장을 달아주는 식으로 특별대우를 해주었습니다. 땅굴작업은 군단장이 직접 관장했으므로 관할지역의 사단장도 현장에 접근할 수가 없었고, 군단장·군단 정찰부장·군단 참모장만 출입이 가능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일선에 배치된 4개 군단에서 세 개씩 뚫기 시작했고 이와는 별도로 노동당 연락부도 직접 땅굴을 뚫었습니다』 안(安)씨는 제1땅굴이 우리측에 의해 우연히 발견되었을 때는 남·북한 양측이 포화를 교환했고 인민군 오진우 총 참모장이 현장에 내려와 땅굴 내부를 폭파시키고 철수하도록 지시했었다고 증언했다. 이때 비로소 安씨는 땅굴 속으로 들어가 보았는데 옆 굴이 나 있는 것도 보았다는 것이다. 『옆 굴이 가지치기 식으로 또 다른 땅굴을 뚫으며 남쪽으로 내려갔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安씨는 중요한 증언을 하나 했다. 『땅굴 공사부대에 근무하는 간부가 친구였는데, 이런 말을 직접 들은 적이 있습니다.
땅굴 속으로 작업반을 들여보낼 때는 한국군 복장을 하도록 하고 말씨도 국군 말투를 교육시킨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작업 중 남한측에 붙들리는 일이 생길 때에 대비한 위장 책 이었던 것 같습니다』 정지용(鄭址龍)씨 팀이 경기도 연천군 구미리 시추공 내에서 녹음한 지하 작업음에는 『위에서 다 들려요』운운의 사람목소리가 들어 있어 국립과학수사 연구소에 분석 의뢰했더니 북한 말씨가 아니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를 두고 군 담당 부서에선 북한 땅굴이 아니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安씨의 이 증언과 북한지역이 돼버린 옛 경기도지역 주민들은 지금도 남한 말씨를 쓰고 있다는 김남준(金南俊)씨의 증언을 종합 할 때 군 측의 주장은 논거가 약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