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건축을 좋아한다.
  권력은 끊임없이 건축을 이용한다.
  권력은 건축의 공간과 형태에 집착한다.
  권력은 건축을 통해 정통성과 권위를 추구한다.
  권력은 건축을 정체성을 표시하는 상징으로 삼는다.
  권력은 不朽의 名건축을 남기기도 한다.
 
  한 시대를 마감하고 새 시대를 연 비잔틴 예술의 탄생도 절대권력의 의지, 탁월한 지도력과 후원 아래 이루어졌다. 동로마제국 교회의  首長과 황제를 겸한 절대권력자 유스티니아누스 (JUSTINIANUS)는 이탈리아 북동쪽 항구 라벤나에 총독부를 설치하여 서로마 제국에 대한 정치적 지배력을 강화하고, 콘스탄티노플을 종교 정치 경제 예술의 중심지로 탈바꿈시킨다. 유럽의 암흑기에 콘스탄티노플은 문명의 등대가 되고 그리스도 세계의 중심이 된다.
 
  동로마제국의 건축가들은 옛 로마에서 계승한 아치 工法에 西아시아의 돔 축조 기술을 접목하여 汎세계적 성격을 가진 비잔틴 건축을 만들어 낸다. 유스티니아누스 황제는 재위(527-565) 동안 콘스탄티노플에는 성 소피아 성당(HAGIA SOPHIA), 라벤나에는 산 비탈레 성당(SAN VITALE) 등 비잔틴 예술의 기념비적 작품들을 많이 남긴다. 그러나 대부분의 비잔틴 문화유산들은 1453년 오스만 제국에 의해 파괴된다.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건물이라고 평가되는 성 소피아 성당만은 화를 면한다. 관능적인  美와 유기적 구조에 매료된 터키인들은 성당 내부를 개조하여 모스크로 변형시킨다. 그 후 500년 동안 성당은 모스크 역할을 충실히 해냈고, 오늘날에는 박물관으로 세 번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비잔틴 예술의 발상지에 남겨진 최고의 비잔틴  건축은 본래의 모습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채로 역사의 멍에를 지고 이스탄불을 지키고 있다.
 
  한편 이탈리아 동북쪽 아드리아해 연안의 서로마제국의 마지막 수도였던 라벤나는 350년 동안 이어져 온 東로마제국의 총독 통치가 끝난 후, 정치적 군사적 가치를 상실하면서 사람들로부터 잊혀진 도시가 된다. 도시는 쇠퇴의 길로 들어섰으나, 다행히도 수많은 비잔틴 시대의 문화재는 전혀 파괴되지 않고 오늘날까지 남아 있다. 라벤나는 장려한 비잔틴 모자이크로 장식된 성당, 세례당, 靈廟 등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 유산 여덟 곳이 창건 당시의 상태로 완전하게 남아있는 비잔틴 예술 세계 제일의 보고(寶庫)다.
 
  유스티니아누스 황제의 명령으로 완공된 비잔틴 건축의 보물 산 비탈레 성당을 찾아 라벤나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성당의 本體는 벽돌조로 팔각형의 기초 위에 여덟 개의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돔(DOME)을 축조한 전형적인 비잔틴 건축이다. 비잔틴 예술가들은 프레스코 대신 다양한 색채의 칠보나 색유리 모자이크로 내부장식을 시작한다.

 금박을 유리 사이에 끼운 금색 모자이크가 발명되면서 모자이크畵는 더욱 화려해진다. 천정이나 벽에 황금색 모자이크의 조각 하나하나를, 기울기를 다르게 부착하면, 빛의 반사 각도가 시간이나 시점(視點)의 고저와 방향에 따라 달라지면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호화로운 궁전 같은 성당 안에 색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진다. 황제는 祭臺 위쪽에 자신과 황후의 모습을 담은 모자이크 벽화를 제작하도록 명한다. 황제 유스티니아누스와 시종들, 아름답고 화려한 의상을 걸친 황후 데오도라와 시녀들이 그리스도에게 예물을 바치는 모습이다. 그리스도교의 聖人에게만 허락된 光背를 사용하여 황제와 황후의 종교적 위상을 그리스도 다음으로 자리매김한다.
 
  건축을 좋아하고, 건축을 이용하고, 건축을 통해 정통성과 권위를 추구했던 동로마 황제 유스티니아누스는 라벤나에 불후의 명건축을 남겼다. 그는 한 번도 오지 않았던 라벤나의 산 비탈레 성당의 모자이크화 속에서 전성기 황제의 모습 그대로 영원히 살고 있다.
 
  모자이크화 속에서 영생을 누리고 있는 유스티니아누스 황제는 권력인가?
  종교인가? 아니면 예술인가?
  해답은 보는 이의 가슴 속에 있다.
 
  <尙美會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