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대주의적인 사고방식의 핵심은 자기것-조국, 현실, 문화, 전통 등-을 이유없이 없신여기면서 외국것을 이유없이 숭배하는 자세입니다. 우리 나라의 군사문화는 건국 이후 의미있는 발전을 해가고 있습니다. 좋은 점은 추켜주고 나쁜 점은 고쳐가면서 이것을 제대로 키울 생각은 하지 않고 군사문화가 萬惡의 근원인 것처럼 만들고 있는 자세도 결과적으로는 사대주의로 흐르게 되어 있습니다. 이제 싹을 틔우려 하고 있는, 우리 민족사의 체질을 바꾸어갈 소중한 문화를 잘라버리는 어리석음을 경계하면서 이야기를 계속합니다.

우리는 國軍이라고 부릅니다. 공산당의 군대는 당의 군대라고 해서 黨軍이라 불려지기도 합니다. 그런 당군도, 私兵집단도 아닌 오직 국가와 국민의 군대란 뜻이 담겨 있는 국군이란 말이 저는 좋습니다. 민족사에서 최초로 등장한 근대국민국가인 대한민국은 국군과 함께 국군에 의해서 발전하고 존립할 수 있었습니다. 국군은 사실 대한민국보다 먼저 만들어져 건국의 길을 딲았습니다. 공산당이 조종한 4*3폭동과 여순14연대 반란사건을 진압하여 첫 걸음을 떼자말자 뒤뚱하던 대한민국을 지탱했습니다.

민간정치인과 군수뇌부의 실수로 6.25기습을 허용했지만 우리 국군은 후퇴는 할망정 공산당에 무릎꿇기만은 거부했습니다. 그 사이 미군을 비롯한 유엔군이 개입하여 우리의 자유뿐 아니라 자유세계 전체의 자유를 지켜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비겁한 기습을 일단 무승부로 가져간 다음 제2라운드인 냉전에서 역전승을 거두도록 한 힘이 바로 국군에서 나온 것입니다. 특히 많은 군인 경찰과 가족들은 敵 치하에서 공산당원에게 잡혀 죽었습니다. 국가를 유지하는 공무원의 가족이란 이유만으로 사람을 죽인 경우는 세계공산당 역사에서도 발견하기 어려운 만행이었고 이는 국군측으로부터도 피비린내 나는 보복을 불렀습니다.

6.25전쟁을 통해서 국군은 세계적인 강군으로 성장했습니다. 장교단은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군사기술뿐만 아니라 행정, 경리, 법률 같은 현대적인 조직운영학을 배웠습니다. 1961년 4.19혁명 때는 계엄군으로 동원되었으나 민심을 거부할 수 없어 시위대에 발포를 거부했으며 이승만 정권의 퇴진을 촉구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국군은 일반 국민들의 자제들로 구성되므로 민심과 동떨어진 행동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5.16군사혁명이 났을 때 국군 장교단 약 6만 명중 약10%가 渡美 유학 경험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 비율은 당시 외무부 공무원의 해외 유학비율보다 높았다고 합니다. 행정경험이나 개혁의지에서 민간인들을 앞서고 있었던 장교단은 박정희 장군의 지휘하에 본격적인 국가개조 사업에 들어갔습니다. 민간인들이 해야 했던 법률정비 및 번역사업이 최고회의 법사위원장 李錫濟씨의 주도로 이루어졌다는 점은 상징적입니다. 당시 우리나라의 현행 법령은 조선총독부 시절의 日帝 법률 그대로였으며 번역도 되지 않아 재판이 일본어 법전에 근거하여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국군은 행정기구를 쇄신하여 근대화의 기수로 삼은 다음 이 기수로 하여금 국민들을 끌고가게 하는 방식으로 조국근대화를 추진했습니다. 세계 역사상 쿠데타로 집권한 군인들이 경제개발에 성공한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우리 국군의 장교단이 근대화의 주체세력으로 바뀔 수 있었던 것은 군사문화 일반의 우수성을 증명하는 것이며 특히 건국, 호국, 근대화의 견인차가 된 우리 국군의 높은 수준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군인은 무식한 사람이란 식의 막말로 군사문화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우리나라에서 이뤄진 역사적 사실을 외면하는 이들입니다.

전두환 그룹에 의한 5.17 쿠데타와 비극적인 광주사태는 국군의 무력을 뒷받침삼아 이루어졌고 또 다시 장교단이 정치에 손을 대는 결과를 빚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전두환 정권은 민주화 세력의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고 온 국민들이 들고 일어난 1987년 6월의 대시위에 이은 6.29선언을 통해서 민주화 세력과의 타협을 통한 평화적인 과정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피를 부르며 탄생했던 전두환 정권은 약속대로 7년 단임을 끝으로 물러났습니다. 1987년12월 선거에서 국민들은 분렬한 양김씨를 거부하고 군인출신 노태우 후보를 민주화 시대의 첫 대통령으로 뽑았습니다.

우리 역사상 최초의 의미 있는 민주화가 군인출신 대통령의 손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것도 세계적인 희귀사례입니다.

물론 건국, 호국, 근대화, 민주화의 道程에서 국군이 범한 과오 또한 적지 않습니다. 6.25때는 군율이 해이하여 민간인들에 대한 가해도 더러 있었고 정치장교들의 부패도 심했습니다. 광주사태 진압 때는 가혹한 방법을 동원하여 시민들의 저항을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외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잘못을 과장하여 국군의 존립자체를 부정하거나 역사적 업적을 무시하려는 자세는 과학적이지도 생산적이지도 않습니다. 무엇도다도 우리가 국민국가를 건설하고 운영해본 경험이 일천한데다가 공산당의 도전과 분렬책동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에 정상적인 군대 운용이 어려웠습니다. 인간이란 존재는 실패를 경험해보지 않고는 제대로 깨닫지 못하는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군대 복무를 자랑으로 여기고 군대 가지 않는 것이 부끄럼이 되는 사회가 된 것, 저는 이것이 군사문화 50여년의 가장 큰 수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군사문화에다가 과학과 교양을 덧붙이고 제대로 된 철학과 가치관을 전조등으로 삼을 수만 있다면 군사문화는 우리 민족사의 체질을 바꾸고 일류국가를 건설하게 하는 동기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건국, 호국, 근대화, 민주화의 歷程을 거치면서 성숙해진 국군은 이제 평화적이고 정의로운 국토통일을 뒷받침하는 [統一武力]의 역할을 할 것입니다. 국군에 대한 비판과 견제가 국군의 약화와 국군의 좌절을 결과해선 안되고 국군이 보다 성숙해지고 보다 강한 체질과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우정어린 충고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