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민간연구단체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선임 연구원인 남한의 김승환 박사는 14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북한의 달러위조 등 불법행위는 테러단체와도 연계돼 있어 미국이 對테러전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 불법행위에 대한 남한의 미온적 태도는 한미 간의 민감한 정보 교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박사의 견해를 양성원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14일 미 월스트리트 저널에도 보도가 됐지만 북한이 미국의 금융조치로 인해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난해 9월 15일 미국이 방코 델타 아시아 은행을 통해 취한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는 북한 정권에 결정타를 날렸다고 본다. 북한이 불법행위를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수입은 북한 무역액에 35-4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자금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치자금으로, 또 사치스러운 생활에 쓰이는 것이다. 방코 델타 아시아 은행뿐 아니라 다른 은행들도 북한과 거래를 하게 되면 미국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위협감을 느끼고 있다. 북한이 완전히 코너에 몰린 상황이라고 본다.'

--최근 일본 교도통신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진타오 중국 주석에게 미국의 대북경제제재가 계속되면 북한 체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고 보도했는데 사실일까?

'후진타오 주석에게 김정일 위원장은 미국이 경제제재를 해제하도록 힘 써 달라, 또 경제지원을 해달라며 도움을 요청했을 것이다. 북한이 정말 어렵게 됐다, 넘어가게 됐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말은 정말이라고 본다.'

--중국이 북한 불법행위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지적도 있는데?

'북한이 위조지폐와 담배를 만들고 돈세탁을 하고 밀수를 하는 것 등은 중국도 원하지 않는다. 또 북한은 중국의 위안화와 엔화, 유로화까지 위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세계 경제를 혼란에 빠뜨리는 것으로 중국도 원하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중국이 과연 불법행위 때문에 북한이 붕괴하는 것을 원하느냐 하면 그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때문에 중국은 매우 민감하고 어려운 입장이라고 본다.'

--최근 마이클 그린 전 미 백악관 아시아 담당 국장은 북한이 불법행위를 통해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게 되면 개혁, 개방에 나설 수밖에 없는데, 개혁 개방에 나서 국제 경제체제에 편입하려면 핵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동의하나?

'맞는 이야기다. 전부 연결되는 사안이다. 북한 핵문제 해결 없이는 미국의 지원이 있을 수 없다. 또 미국의 지원 없이는 북한이 개혁, 개방에 나설 수 없다. 북한의 개혁, 개방 없이 북한이 압박을 계속 당하면 붕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미국의 대북금융제재는 북한의 미래 변화상에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본다.'

--미국이 북한의 불법행위에 강력히 대처하고 나선 배경이 있을텐데?

'북한이 달러를 위조하고 돈세탁하고 유통시키는 일은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과도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불법행위가 이미 세계 조직범죄집단과 연계돼 있다. 예를 들면 중국의 삼합회, 러시아의 전 KGB, 또 북아일랜드의 션 갈랜드 등을 들 수 있다. 이 조직들은 테러와 연결돼 있고 또 불법자금은 대량살상무기 구입에도 사용될 수 있다. 더구나 테러집단의 목표는 미국이고 북한의 목표도 미국이라는 데 상호이익이 일치한다. 그런 면에서 미국은 북한의 행위를 눈을 부릅뜨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남한의 노무현 정부는 북한 위폐문제에 대해 부시 행정부와 매우 다른 입장을 보였는데?

'노무현 대통령의 북한 위폐문제에 대한 입장은 한국 정부가 북한 문제 전반에 취해 온 입장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본다. 북한의 핵문제, 또 인권문제에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북한을 압박하면 안된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정책이다. 비록 그것이 한미 동맹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손 치더라도 그렇단 말이다.'

--최근 북한 문제와 관련해 한미관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데?

'미국은 한국정부가 친북적이라고 보고 있다. 북핵문제, 인권문제, 위폐문제에서 미국을 등지고 북한을 감싸는 인상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한국 정부에 미국은 정보를 마음놓고 줄 수 없는 것이다. 정보를 주면 바로 북한에 갈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정보교류가 제한되고 깊이 있는 한미 공조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 따라서 미국은 정보를 제대로 주지 않고 있고 한국에서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말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양성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