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31 선거결과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5·31 지방선거 결과 열린우리당은 16개 시·도지사 선거 중 한두 곳에서만 이기거나 競合경합하는 모습을 보였을 뿐 수도권을 비롯한 나머지 전 지역에서 한나라당 절반을 훨씬 밑도는 득표로 무참하게 무너졌다. 2년 전 총선에서 16개 시·도 중 10곳에서 과반수 이상 당선자를 냈던 열린우리당은 이번 선거 결과만 보면 사실상 군소정당 지방정당으로 추락하고 만 셈이다.

이 정권이 지난 1월 改閣개각 때 정동영 의장, 김근태 최고위원을 당에 복귀시키고 3월 개각에선 장관 4명의 옷을 벗겨 이번 선거에 출마토록 하는 總力戰총력전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과를 빚고 만 것이다.


여당의 이번 大慘敗대참패는 임기를 2년이나 남겨둔 여권의 정치적 破産파산이자 일종의 정치 恐慌공황이라 할 만한 사태다. 경제 공황이 사회의 경제 질서를 무너뜨리고 시민의 삶을 황폐하게 만들듯 정치 공황은 정치 질서에 충격을 가해 국가 운영을 정상궤도에서 이탈케 할 위험을 안고 있다. 이런 뜻에서 우리는 이번 선거 결과를 집권세력에 대한 국민의 심판만이 아니라 우리 정치 전체의 위기 徵候징후로 받아들인다. 중요한 것은 이 위기 상황의 원인과 앞으로 진행 방향을 정확히 분석 예측하여 위기적 상황이 실제의 위기로 번지는 것을 막는 일이다.


最優先최우선 과제는 집권세력이 선거 결과에 담긴 국민의 뜻을 정확히 읽어내는 것이다. 여당의 득표율과 야당 득표율이 전국 모든 지역에서 ‘평균적 隔差격차’를 보인 것은 국민들이 이 정권을 향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共通的공통적으로 나누어 갖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그것은 정권의 국가 운영 실적과 국가 운영 방식에 대한 국민의 不信과 不滿불만이라 할 수 있다.


현 정권은 집권 3년 동안 국가가 당면한 現在的현재적 문제를 타개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動力동력을 개발하는 데 無能무능하고 無力무력했다. 정권의 이념적 색깔에 대한 好호·不好불호를 떠나서 이 정권의 눈에 보이는 실적으로 정권이 고집스레 집착하고 매달렸던 행정수도 이전 문제 이외의 실적을 기억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 그 결과 살림이 어려운 국민의 생활은 더욱 고단해졌고 살림이 나은 국민의 마음은 더욱 不安불안해지고 말았다. 국정 현안에 대한 균형 있는 접근 대신 정권의 이념 취향에 따라 국정의 부분적 과제에 偏執的편집적으로 집착하는 국정 운영에 따라 南北남북 문제는 물론이고 韓美한미 동맹을 비롯한 외교안보·경제·교육·勞使노사 등 국정의 모든 영역에서 진통과 昏迷혼미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 국가의 현실이 돼버렸다.


정권은 이와 함께 국민의 마음이 이렇게 심각할 정도로 정권을 떠나버릴 때까지 그 사실을 왜 깨닫지 못했는가를 되돌아봐야 한다. 모든 정권은 지지세력의 박수에서 自信感자신감을 얻는 반면 반대세력의 비판을 軌道궤도 수정의 필요성을 알리는 신호로 파악하는 균형감각을 통해서 국민과의 適正적정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정권은 지지세력만을 싸안고 비판세력을 敵적으로 규정하고 이들을 향해 정책적, 정서적 폭력을 휘두르는 데만 열중함으로써 비판 세력의 비판을 자기 궤도를 수정하는 자료로 삼는 능력을 상실해 버린 것이다. 정권의 위아래가 그동안 비판세력을 향해 토해낸 그 많은 不遜불손한 言辭언사와 행동들이 전체 국민의 마음에 무수한 상처를 입힘으로써 이번의 선거 결과를 自招자초한 것이라는 데 겸허한 반성이 필요한 것이다. 집권 세력이 국민이 이번 선거에서 票표로 표시한 국정운영 실적과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不信불신과 不滿불만을 무겁게 여기지 않으면 무리한 뒤집기 시도로 국가와 국민에게 또 다른 손실과 상처만을 입히게 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 정권은 남은 임기만이라도 順理순리대로 국정을 이끌어가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을 챙겨나가는 선택 이외의 다른 선택이 있을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결과만 놓고 보면 이번 선거는 한나라당의 大勝대승이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한나라당 후보로 누가 나왔는지도 모른 채 반대당이라는 점만 보고 표를 던진 것이 이번 선거의 정확한 모습이다. 선거 운동 중 피습을 당했던 박근혜 대표 개인에게 쏠렸던 관심을 한나라당에 대한 관심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한나라당은 이렇게 거저 줍다시피 한 승리 앞에 두려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


정권의 無能무능과 無力무력을 냉엄하게 심판했던 국민에게도 이제 권력의 空白공백이 자유가 아니라 혼란을 불러왔던 우리의 지난날을 돌아 보면서 감정적 흥분으로 치닫지 않도록 하는 自重자중의 자세가 절실하다. 그런 뜻에서 이 정권이 지난날의 국정운영 실적과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반성을 통해 국가와 국민의 문제를 성실하게 풀어나가는 변화를 보여 준다면 그 변화를 부축하고 응원하는 데 인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입력 : 2006.06.01 00:10 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