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그 임기가 만료되는 주선회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후임으로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대북송금의혹사건 특별검사를 지낸 송두환 변호사를 내정하였다고 한다. 이는 노 대통령이 집권 내내 언론의 거센 비난을 받아오던 코드인사의 절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송 변호사가 그간 보여준 경력이나 활동을 아무리 살펴 보아도, 그가 탁월한 경륜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헌법의 전통적 가치와 새로운 헌법적 가치들을 조화롭게 수용하여 우리 헌법을 잘 수호해 나갈 것이라는 노 대통령측의 주장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와 같이 헌법재판과 무관한 이력을 가진 인물을 헌법재판관으로 선임하려는 것은 노 대통령이 다수 국민의 의사에 반하여 실현하려고 하는 정치적 이념을 퇴임 후에도 꾀하는데 도움이 되게 하려는 목적이 있거나, 그가 대표를 맡았던 민변 소속 변호사 대부분이 대통령 당선에 도움이 되었던 점에 대한 보은의 취지라고밖에는 다른 이유를 추측하기 어려운데, 위 두 가지 이유 모두 헌법재판관의 선임 이유가 될 수 없음은 국민 누구나 인정하는 바일 것이다.

우리 헌법에서 대통령이 국회와 대법원장과 함께 헌법재판소를 구성하도록 규정한 것은, 우리 사회의 정치적, 이념적인 분포를 적절하게 반영함으로써 최고 사법기관의 하나로서 헌법질서를 수호하고 기본권을 보장하는 헌법재판소를 특정 정권이나 이념의 추종자로 구성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헌법정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헌법재판소에서 판시하였듯이, 대통령은 지난 선거에서 자신을 지지한 국민 일부나 정치적 세력의 대통령이 아니라, 국가로서 조직된 공동체의 대통령이고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의 범위를 초월하여 국민 전체에 봉사함으로써 사회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의 경우와 같이, 노 대통령이 개혁을 내세워 자신이 임명하는 헌재 재판관을 대통령 자신과 이념이나 코드를 같이하거나, 개인적인 인연이 있는 인사로 임명하고자 한다면, 이는 권력분립과 사법부의 독립을 기초로 하는 헌법정신에 반하여 사법기관을 장악하고자 하는 행위이며, 국가원수로서 이러한 헌법정신에 따라 헌법을 준수하고 수호할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다. 또한 노 대통령 자신이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아니라 자신을 지지한 세력만의 대통령이라는 본질을 드러내는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따라서 집권 말기임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부끄럼이나 주저함이 없이 추구하는 노 대통령의 코드인사는 도대체 납득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헌법정신에 반하고 국가원수의 책무를 저버리는 위헌적인 행태이기에 단호히 배격되어야 한다. 또 현 정권이 대법원과 마찬가지로 사법기관인 헌법재판소를 시녀화하거나, 자신들만의 개혁을 위한 전진기지나 지원기지로 전락시키고자 하는 시도도 이제는 분쇄되어야 한다.

이 시점에서 노 대통령이 스스로 이번 내정을 즉각 거두는 것만이, 집요한 코드인사에 분노하는 국민적인 저항이나 심판에 앞서, 헌법재판소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체제를 수호하는 보루로서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권력분립과 사법부의 독립을 추구하는 우리 헌법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기본원리로 하는 대한민국의 체제를 수호하는 것임을 선언한다.

2007. 3. 5.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www.sibyun.co.kr)

공동대표 강훈, 이석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