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어린이와 임산부를 주로 돕고 있는 유니세프(UNICEF), 즉 유엔아동기금이 지난 5월부터 양강도와 함경북도에 대한 필수 의약품 지원을 중단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유니세프의 고팔란 발라고팔(Gopalan Balagopal) 평양 주재 대표는 지원 지역에 대한 접근권이 확보되지 않아 지원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설명했습니다.
발라고팔 대표는 15일 자유아시아방송과 전화통화에서 북한 당국에 양강도와 함경북도에 대한 필수 의약품 지원을 위해 해당 지역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해 지원을 중단했다고 말했습니다.
Gopalan Balagopal: (Normally these provinces are not accessible during the deep winter because there are the road conditions are not good.)
'한 겨울에는 많은 눈으로 이 지역으로 들어가는 도로가 눈에 덮이는 등 접근하기가 힘듭니다. 하지만 4월 경 북한 당국에 이 지역에 대한 접근권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5월부터 그 지역에 대한 필수 의약품 지원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발라고팔 대표는 양강도와 함경북도에 유니세프가 지원하는 필수 의약품을 대체할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이런 결정을 내리기가 무척 힘들었지만 지원 현장을 둘러볼 수 없는 조건에서는 지원을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북한 측이 왜 지원현장 방문 요청을 거절했는지 이유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북한 당국자들은 국제기구 관계자들과 북한 주민들의 접촉을 최소화하길 원했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발라고팔 대표는 유니세프뿐 아니라 IFRC, 즉 국제적십자연맹도 같은 이유로 자강도에 대한 의약품 지원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유니세프 측이 지원하는 필수 의약품이란 항생제 등 모두 21가지 약품으로 주로 어린이와 여성들을 위한 것입니다.
발라고팔 대표는 유니세프가 세계식량계획 등 북한 내 다른 유엔 지원기구들과 마찬가지로 ‘지원현장에 대한 접근 없이는 지원도 있을 수 없다(No Access No Support)’는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어린이에 대한 예방접종용 백신과 비타민A 지원만은 그 예외로 하고 있어 북한 전역에 지원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유는 유엔 어린이 권리 헌장의 어린이 건강보호 관련 조항에 따른 것입니다.
유엔 본부 정무국이 지난 4월말 작성한 한반도 정책전략 보고서 초안에도 북한 내 유엔지원기구들의 지원 현장 접근권 문제가 지적돼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엔구호기관의 지원 대상 나라들 가운데 북한만 유독 많은 제한을 가하고 있는데 지난 2006년의 경우 북한은 203개 군(county) 가운데 29개 군에만 접근할 수 있도록 대폭 그 수를 줄였습니다. 2005년의 경우 유엔 대북지원기구들은 203개 군 중 160개 군에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 발라고팔 대표는 지난 3월 UNDP, 즉 유엔개발계획의 북한 내 활동 중단으로 유엔 관계자 규모가 더욱 줄어들고 북한 주재 유엔 기구들의 사업조정 기능이 약화됐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UNDP가 맡았던 조정 역할을 WFP, 즉 세계식량계획 측이 대신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발라고팔 대표는 IAEA, 즉 국제원자력기구 대표단이 북한을 방문하면 과거에는 UNDP 측이 이들의 활동을 지원했지만 이제는 WFP가 대신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