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23명을 납치한 탈레반 무장세력이 배형규 목사에 이어 또 한 명의 인질을 살해했다. 피살자는 심성민(29)씨로 추정되고 있다.

AFP, 로이터 통신 등은 아프가니스탄 무장 세력인 탈레반이 한국인 남자 인질 1명을 살해했다고 31일 긴급뉴스로 보도했다.

탈레반 대변인을 알려진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AFP와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는 (탈레반 죄수 석방과 관련해)여러번 협상 시한을 제시했지만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이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며 '결국 오늘밤(30일) 8시30분(현지시각·한국시각으로 31일 오전1시) '성신'이란 이름의 인질을 AK-47 자동소총으로 총살했다'고 주장했다.

탈레반이 살해했다고 밝힌 '성신'은 인질 가운데 심성민(29)씨를 지칭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심성민씨는 살해되기 직전에 일본 NHK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여성 3명과 함께 민가에 억류되어 있다'고 전했었다.

아마디는 아랍 위성 방송 알자지라(Aljazeera)와 전화통화에서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한국 정부가 게임하듯 협상을 하고, 자신들을 속여서(playing games and cheating) 인질을 죽였다'고 밝혔다.

아프간 이슬라믹 프레스(AIP)도 이날 탈레반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한 명의 한국인 인질이 총살당했으며, 최소한 5발의 총알이 발사됐다'고 보도했다.

한국인 인질 22명을 억류하고 있는 탈레반 반군이 인질 중 남성 1명을 살해했다고 30일(현지시간) 밝혔다.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고 있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전화 통화를 통해 '아프간 정부가 자신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음에 따라 남성 인질 1명을 사살했다'고 전했다. 아마디는 '시신은 가즈니(Ghazni) 주(州)의 카라바그(Qaragagh)지역에 버려졌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아프가니스탄 정부 당국자는 '현재 2명의 인질이 죽었다는 미확인 정보를 입수해 확인중에 있다'고 밝혔다.

지역 경찰국장인 알리샤 아마드자이(Alishah Ahmadzai)는 '카불에서 남쪽으로 140km 떨어진 카라바그의 차 다이왈(Char Daiwal) 지역에 시신 2구가 버려졌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이 그 지역을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AIP는 '가즈니 지역에 시신 2구가 발견됐다'며 '경찰이 출동해 신원을 확인중'이라고 보도했다.

탈레반 무장세력의 한국인 인질 추가 살해는 지난 25일 배형규 목사에 이어 5일 만에 발생했다.

탈레반 대변인 아마디는 두 번째 한국인 인질을 살해한 뒤 '남성인질을 순차적으로 살해할 것'이라고 연합뉴스와 간접통화에서 밝혔다.

아마디는 '살해한 인질은 남성을 먼저 선택했다'며 '협상이 잘 되지 않을 경우 남성 인질을 살해하고 그 다음 여성 인질 차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남성 인질 1명을 추가 살해했다는 외신 보도와 관련해 '사실 여부를 확인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알자지라는 이날 탈레반 무장세력에 붙잡혀 있는 한국인 인질 중 여성 8명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피랍 이후 최초로 공개했다.

이들 8명은 모두 이슬람 전통 복장인 카브를 머리에 두른채 겁에 질린 표정으로 앉아 있었으며, 그 뒤편에는 탈레반 군인으로 보이는 3명의 남성이 인질 뒤에 서 있었다. 알자지라는 이 동영상은 4일 정도 됐으며, 아프가니스탄 바깥에서 입수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