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韋庵) 장지연(張志淵)선생은 통곡했다.
102년 전 을사늑약(乙巳勒約)으로 나라 잃은 서러움과 억울함을 가눌 길 없어 목놓아 울었다. 국력이 쇠잔하여 도족(島族)들에게 강토가 짓밟히고 국권을 강탈당하고 만백성의 인권이 유린당하였으니 이 어찌 참고 있을 수 있었겠는가? 땅을 치고 통곡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슬프고도 침통한 일이었도다.
나라 잃은 백성들이여! 분하고도 억울 했도다. 나라 빼앗긴 겨레들이여!
백성이 깨어 있지 않아 날아든 불행이요. 지도자가 무능해서 자초한 재앙이었다.
그 서러움을 이겨내고자 땀 흘리고 피흘려서 다시 찾은 이 나라에 백성의 귀를 막고 눈을 가려 암흑천지 만들려는 음모가 획책되고 있으니 오늘이 어찌 통곡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방안'과 '취재지원에 관한 기준안'이란 괴물이 그 원흉이다. 취재 활동을 지원하고 선진화시키는 것은 취재 활동을 활성화 시키고 언론 자유를 확대하는 것이 그 요체요, 핵심이다.
모름지기 권력을 쟁취한자는 그 권력이 정당하게 사용되고 있는가를 감시받고 평가받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언론기능의 핵심은 감시기능과 사회통합기능이요, 문화예술의 전수기능이다.
권력남용에 대한 감시, 부정부패에 대한 감시, 환경 훼손에 대한 감시, 경제정의 실현 여부에 대한 감시, 부정선거에 대한 감시, 빗나간 시민운동에 대한 감시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언론의 역할은 크다.
공권력에 대한 언론의 감시 기능은 참으로 소임이 막중하고 필요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치기 소년이 들판의 양떼들을 몰아 가듯이 기자들을 제한된 밀폐공간으로 떠밀어 넣으려는 음흉한 흉계는 분쇄돼야 한다. 언론이 어째서 권력이란 말인가? 오로지 정의 구현을 실현하려는 굳은 의지와 신념에 불타는 기자혼이 있을 뿐이다. 언론을 성원하고 지켜주는 국민이 있을 뿐이다. 언론없는 세상에서 권력의 비호 아래 저질러질 그 무서운 실상을 상상해 보았는가?
언론학자들은 경고하고 있다. “뉴스에 흐름이 막히면 어둠이 내리고 불안이 커진다. 온 세상이 침묵 속에 빠져든다. 사람들은 홀로 고립되어 있음을 느낀다고 했다. 애리조나주 출신 상원의원 '존 매케인'은 하노이에서 5년 6개월 동안 전쟁포로로 지낼 때 가장 그리웠던 것은 안락이나 음식, 자유, 심지어 가족이나 친구도 아니었다. 오직 “검열하거나 왜곡되지 않은 자유롭고 풍부한 정보였다”고 술회한 바 있다. 언론 없는 세상의 실상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잘 나타낸 증언이다. 우리는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언론탄압의 가혹한 철퇴가 제 아무리 강하게 내리쳐도 우리는 끝까지 투쟁하여 승리의 언론이 되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망각은 파멸이요, 기억은 번영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부정과 비리, 탈선과 의혹, 검은 커넥션, 음해와 모략, 협박과 강요, 뇌물천국, 비리공화국, 권력의 검은 유령들은 나라를 병들게 하고 망국의 길로 들어가게 하는 저승사자와 같은 것들이다. 이같은 흑막들을 언론 아니면 그 누가 물리치고 바로잡아 줄 것인가? 언론은 뉴스를 공급하고 수용자들이 자율적으로 취사 선택하게 하는 사회적 시스템이다.
대통령이 언론을 적(敵)으로 보는 시각은 위험천만이다. 언론이 좌우로 나뉘어서 어느 한 쪽으로 지지찬양하거나 공격하는 것이 언론의 정도라고 믿고 있는 정치지도자는 잘못 생각하고 있다. 한때 자기를 지지옹호했던 이른바 진보적인 언론마져도 이제는 자기를 협공하는 적이 되고 말았다고 격분하는 것은 생각이 모자라는 것이다. 분개하기 전에 언론이 왜 그렇게 돌아섰는가를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무엇이 그 원인인가를 깊이 생각해 보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반성하지 않고 생각해 보지도 않고 언론을 일방적으로 공격하고 폄하 하는 것은 정치지도자의 올바른 언행이 아니다.
대통령은 국정수행에 있어 언론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해 주는 것에 대해 진위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잘못된 것은 시정하고 오보에 대해서는 정정보도를 요청하면 된다. “기자가 오라면 안가도 PD가 오라면 간다”는 등의 감정적 대립으로 언론과 싸움질하는 것은 무모한 짓이다. 언론보도의 목적은 궁극적으로 사회정의의 구현에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민주화세력들이 10년간 장기 집권하고 있는 이 나라 대한민국에 언론탄압의 상징인 기자실과 브리핑룸 통폐합이 무슨 말인가?
내가 떠나가도 다시는 살아나지 못하게 기자실에 대못질을 하겠다고 큰소리 쳤다. 무슨 원한이 그렇게도 사무쳤는가? 그들이 말하는 민주화는 이런 것인가?
언론은 들풀과 같은 것, 짓밟으면 밟히면서도 다시 살아나고, 억누르면 억눌려 가면서도 다시 생기를 찾는 것이 언론이다. 끊질긴 것이 언론이요. 영생불멸하는 것이 언론이다. 기자는 취재원을 찾아 총탄이 비오듯 쏟아지는 전선에도 목숨 걸고 종군한다. 민주화 세력들이 욕하며 손가락질하고 있는 독재정권에서도 기자실에 대못질하는 불행한 일은 없었다.
소위 민주를 외치는 이 시대의 위정자가 시도 때도 없이 언론을 공격하고 비하하고 싸움을 걸어오고… 이 무슨 횡포요, 안하무인인가?
한국언론의 심장부인 기자실에 대못을 쳐 박겠다고 하는데도 그 많던 민주언론운동 시민단체와 노동조합들은 어디에 숨어 있는가? 던져주는 고깃덩어리를 뜯어 먹는다고 정신을 잃어버린 것인가?
아! 답답하다. 언론자유 부르짓던 사이비들아! 말 좀 해 봐라. 어디에 가 처박혀 있는지 손좀 들어 봐라. 이 세상에 비밀은 없다.
언론탄압에 앞장서는 언론계 출신 불쌍한 관리들아! 부끄럽지도 않느냐?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려고 그러느냐? 천벌이 두렵지도 않느냐?
한국 언론을 짓밟고 있는 음습한 습지의 곰팡이들이여, 박테리아여, 바이러스들이여! 너희들은 눈부신 태양이 대지에 떠오르면 모두가 스러지고 말 애벌레들이다. 하루살이 불나방들이다.
사필귀정이다. 대한민국 언론의 심장부인 기자실에 대못이 박히는 날
이 땅에 언론자유는 조종이 울리고 말 것이다. 아! 슬프도다. 아! 침통하도다. 그래서 통곡하노라.
한국 언론 현실이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는가?
한국 언론에 조종이 울리기전에 기자실에 대못질하려는 그 포악한 반언론 세력에 장송곡이 먼저 울려 퍼지게 하자.
어리석은 자가 언론을 짓밟고 탄압하려한다.
언론은 죽지 않고 영생할 것이다.
못난 자가 언론 탓만 한다.
능력 없는 자가 언론 탓만 한다.
정치를 잘해 봐라!
언론도 박수치고 칭찬 해 줄 것이다.



(수필문학 2007.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