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선거구호는 '겨울바다에서 고래를 잡는다'이다. 이 구호는 선거대책위원회 첫 회의에서 大選준비팀(팀장 정두언 의원)이 李 후보에게 보고한 것이다. 고래는 대선 승리를 가리킨다. 겨울은, 봄, 가을의 재보궐선거에서는 거의 매번 압승을 거두면서 정작 겨울 大選에서는 2연패를 당한 쓰라린 경험을 반복하지 말자는 의지를 의미하고 선장은 李 후보, 배는 한나라당, 선원은 한나라당원을 비롯한 모든 국민이라는 게 大選준비팀의 설명이었다.

'겨울 바다에서 고래를 잡는다'라는 구호를 내가 매주 주최하는 강연회에서 소개했더니 그 의미를 아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그렇다면 이 구호는 암호인 것이다. 암호 풀이를 하면 어렴풋이 알아듣는 이들이 생긴다. 부연설명이 필요한 구호는 구호가 아니다. 구호는 그 자체로서 완결적 의미가 있어야 한다.

북핵 문제로 인해 死活을 건 체제대결이 全한반도 차원에서, 또 全사회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그런 긴급상황에서 치러지는 올해 대통령 선거를 '겨울 바다에서 고래를 잡는다'라는 구호로써 상징할 수 있단 말인가? 이는 오렌지族의 구호로선 어울릴지 모르지만 치열한 對좌파 투쟁을 통해서 정권을 도로 가져와 국가를 정상화시켜야 할 한나라당의 힘을 빼는 어리둥절한 구호이다. 철부지들이, 조국의 엄혹한 현실을 외면하고 한가한 곳에 몰려가 장난치는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구호이다. 이 구호에 스며 있는 이런 가벼움이 자나깨나 나라를 걱정하는 보수층을 李會昌쪽으로 밀어버린 것이다. 만약 李會昌 전 총재가 이런 구호를 내걸고 달려들면 李明博 후보가 고래를 잡을 수 있을까?

'공공의 敵으로부터 국민들을 지켜내겠습니다!'
'좌파10년의 권력형 비리 특별수사 본부를 만들어 범법자들을 반드시 법정에 세우겠습니다'
'반역자를 감옥으로, 애국자를 청와대로'

'일하는 대통령 李明博'은 대안으로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