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정책광고 2탄

대통합민주신당의 정책광고 2탄이 21일 아침 신문에 실렸다. 이번 제목은 “어, 이상하다. 아저씨는 왜 4대 의무를 지키지 않았어요?”라는 제목이다.

“지도자부터 국민의 4대 의무를 지켜야 합니다. 그런데...”라는 부제(副題) 아래 실린 내용은 이렇다.

<일하지 않으면서 월급 받고,

세금도 제대로 내지 않는 등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국민의 4대 의무 하나 제대로 지키지 않은 사람이 리더가 되는 세상은

국민을 불행하게 만듭니다.

국민의 의무를 성실히 지키고, 땀 흘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행복한

나라를 만듭니다.>

그 아래에는 ‘가족행복 4가지 약속’이라는 것이 제시되어 있다. <1. 좋은 일자리 창출 2. 편안한 내 집 마련 3. 사교육비 부담 없는 교육 4. 편안하고 활기찬 노후보장>이 그것이다.

말로는 <가족이 행복한 나라 만들기 정책 시리즈2>라는 타이들을 달고 있지만, 이건 정책광고가 아니다. 이건 명백히 특정 후보를 겨냥한 음해성 광고다.

광고 맨 밑에 <가족행복 4가지 약속>이라고 정책을 제기해 놓고는 있지만, 이것 또한 구호에 불과하다.

이 광고는 이명박 후보를 겨냥해 “왜 4대 의무를 지키지 않았냐?”고 따진다. 국민의 4대 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적인 의무다.  불법적으로 국민의 4대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면 이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래, 좋다. 이명박 후보가 건강을 이유로 병역을 이행하지 않았고, 자녀들을 자기 부동산 관리 회사에 위장취업시켜 세금을 떼먹었다고 치자.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치자.

‘정동영의 10죄’는 곧 ‘충성의 의무’ 위반 아닌가?

그렇다면 그런 광고를 내는 정당의 대통령 후보인 정동영의 경우는 어떤가?  

김성욱 기자는 21일 아침 프리존에 올린  <정동영의 10죄>라는 글에서 정동영의 죄를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1] 「북한상선(商船)의 제주해협 통과」허용

[2] 2005년 巨物간첩 박용 입국 의혹

[3] 2005년 核우산 조항 삭제 시도 의혹

[4] 김정일에 대한 일관된 미화(美化)와 격찬

[5]태극기 거꾸로 달고 『동지』 호칭

[6] 한총련·범민련 등 이적세력 방북 길 열어

[7] 軍병력 줄여 김정일 정권 지원 주장

[8] 200만 kw對北송전 제안

[9] 『국보법 망령이 사회지배』, 정동영의 강정구 비호

[10] 보수세력은 『시민학살(虐殺)세력』

  한 마디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허물고, 대한민국의 영토를 내주고, 대한민국의 국방력을 약화시키고, 대한민국에 대한 반란집단인 김정일 정권을 돕는 내용들이다.

  이는 엄중하게 따지면 대한민국에 대한 충성의 의무, 헌법에 대한 충성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충성의 의무’는 헌법 상 명기되어 있지는 않다. 하지만 모든 국민이 ‘충성의 의무’를 진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모든 헌법학자들이 인정하고 있다.

  대한민국헌법 제66조 1항에서는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며,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조 2항에서는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제69조에 규정된 대통령 취임선서 는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로 시작된다. 

  이 조항과 <정동영의 10죄>를 찬찬히 비교해 보라. 그리고 생각해 보라. 그가 과연 국가를 대표하고,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만한 인물인지,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할 인물인지를....

  국민의 4대 의무 가운데 한두 가지 준수하지 않은 것은, 대한민국과 헌법에 대한 불충(不忠)에 비교하면, 오히려 작은 과오라고 할 것이다.

  의무의 이행과 통치능력은 별개의 문제

“국민의 4대 의무 하나 제대로 지키지 않은 사람이 리더가 되는 세상은 국민을 불행하게 만듭니다”라는 광고 문구도 솔직히 웃기는 얘기다. ‘국민의 4대 의무’를 지키는 것은 물론 중요한 일이지만, 지도자가 그것을 이행했느냐 여부와 국민의 행복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부시 전 미국대통령은 제2차세계대전 당시 수없이 죽을 고비를 넘겼던 해군폭격기 조종사였다. 반면에 1992년 대선에서 그를 누르고 대통령이 된 클린턴은 월남전 당시 병역을 기피했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부시는 걸프전쟁에서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경제를 망치는 바람에 국민들을 고통으로 몰아넣었고, 그 때문에 대선에서 패배했다. 반면에 클린턴은 8년간 미국의 경제호황을 이끌었다.

대통합민주신당 광고의 논리대로라면, 부시가 클린턴보다 더 국민들을 행복하게 했어야 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와는 반대였다.

‘4대 약속’의 허구성

그렇게 남의 허물을 들추는 얘기들을 늘어 놓은 다음에 ‘4대 약속’이라고 한 줄 걸쳐 놓으면, 비방광고가 정책광고가 되나?

저들이 제시한 <1. 좋은 일자리 창출 2. 편안한 내 집 마련 3. 사교육비 부담 없는 교육 4. 편안하고 활기찬 노후보장>라는 ‘4대 약속’이라는 것도 그 내용은 한결같이 진선진미하지만, 그 진정성이나 실현가능성은 솔직히 의심스럽다.

‘좋은 일자리 창출’의 지름길은 좌파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시장에서의 경쟁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이 경제를 살리는 길이고, 경제를 살리면 좋은 일자리는 따라오게 되어 있다.

하지만 정동영과 대통합민주신당은 여전히 ‘20대 80사회를 거부한다’는 논리로 시장경제원리를 흔쾌히 받아들이길 거부하고 있다. 시장을 멀리하는 한, ‘좋은 일자리 창출’은 공염불에 그치기 쉽다.

‘편안한 내 집 마련’이라고? 단지 강남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20년 넘게 살아온 노친네들에게 중과세해서 밤 잠 못 이루게 해 놓고, 중과세 위주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으로 집값 올려  놓아 서민들을 고통 받게 만든 노무현 정권의 적자(嫡子)가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은 차라리 코미디다.

‘사교육비 부담 없는 교육’이라? 자식을 특목고 보내고 미국 사립학교에 유학 보낸 분이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은 아무래도 낯간지러운 일 아닌가?

‘편안하고 활기찬 노후보장’이라? “노친네들은 투표하러 나올 것 없다”는 투의 망언을 해서 노인들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던 분이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은 아무래도 우습다. 노인들이 활기에 넘쳐 투표장을 찾으면 그땐 어떻게 하려고 그런 소리를 하시나?

대통합민주신당의 광고들을 보며, 나는 그들의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느낀다.

이 나라를 어떻게 이끌고 나가겠다는 비전의 제시는 없이 특정인의 허물만을 물고 늘어지는 그 광고에서 나는 ‘한 방’ 에만 목을 매고 있는 자들의 한계를 본다.

정동영에 대한 지지율이 그렇게 '허물투성이인 후보' 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국민들을 행복하게 해 줄 비전은 제시하지 못하고, 남의 허물만을 들추고, 남의 탓, 과거 탓만 하는 자들에게 국민들이 절망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