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행동본부의 어제 성명서에 이런 대목이 있다.
<李明博 정부의 검찰이 4년 전 ‘국보법死守국민대회’를 뒤늦게 문제 삼아 徐貞甲 본부장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습니다! 이런 검찰이면 安重根 의사에게도 사형을 구형할지 모릅니다. 日帝는 독립운동가를 패가망신시키고, 李明博 정부는 애국투사를 패가망신시키려는 정권입니까?>

한국의 검찰은 그 뿌리가 조선조의 司憲府, 日帝의 검찰, 권위주의 정부의 검찰이다. 요사이는 많이 민주화되었으나 이런 역사적 전통에서 오는 생리는 무시할 수 없다.

조선의 고급관료를 뽑는 절차인 과거제와 가장 비슷한 것이 사법-행정시험이다. 젊었을 때 시험을 한번 잘 쳤다고 평생 동안 남 위에 군림해서 먹고 살 수 있다.

검찰출신들이 이번에 국회에 많이 진출했다. 그들이 국회를 법에 맞게 운영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국회를 권위주의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非理法權天이란 말이 있다. 논리는 법보다 약하고 법은 권력보다 약하며 권력은 하늘, 즉 민심보다 약하다는 뜻이다. 검찰은 좌파정권 10년간 친북세력이 날뛰어도 보안법을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았다. 사실상 死文化시켰다. '만경대 정신을 이어받자'는 강정구를 구속하지도 못했다. 애국단체에서 친북인사들을 고발해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그 대신 친북세력이 애국단체인사들을 고발하면 열심히 수사했다.

그 한 예가 서정갑씨에 대한 징역 2년 구형이다. 그가 이끌었던 2004년 10월4일 국보법死守국민대회는 30만 명의 애국시민들을 모았다. 노무현 대통령이 강행하려던 국보법 폐지는 이 대회에 의해서 좌절되었다. 검찰이 해야 할 일을 대신해준 것이다. 그때 경찰이 노인들을 향해서 물대포를 쏘던 장면이 눈에 선하다. 친북좌익 무장 폭도들에게는 얻어맞고 다니던 경찰이 아버지, 할아버지뻘되는 애국시민들을 향해선 물대포를 쏘고 방패로 찍었다. 10여명이 중상을 입었다. 현장에 있었던 필자로선 경찰이 다쳤다는 주장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검찰은 직후 이 대회의 대변인 신혜식씨를 구속했다.

노무현 정권은 애국행동세력의 선봉장인 서정갑씨를 구속하라고 검찰에 압력을 여러 차례 넣었으나 검찰이 잘 버티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작년 7월에 서정갑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서정갑씨가 폭력시위를 지휘했다는 혐의이다. 정권측의 압력이 그만큼 거셌던 모양이다.

大選, 總選으로 친북세력은 정치적으로 괴멸적 타격을 입었다. 국민들의 대각성 덕분이다. 이런 대각성 흐름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국민행동본부이고, 한국의 검찰은 거의 기여하지 못했다. 새로운 세상이 밝았다. 그 직후 검찰은 서정갑씨에게 징역 2년형을 구형했다. 좌파정권의 칼이었던 검찰이 좌파정권이 끝장 났는데도 충성을 바치려는 것인가, 아니면 시대정신에 둔감한 탓인가? 張勉 정부 시절의 검찰이 3.15, 4.19 의거 주역들을 처벌하는 격이다.

한국엔 식민지적 관료집단이 있다. 혼이 없는 집단이다. 헌법, 자유, 正義를 신념화하지 못한 공직집단이다. 좌파정권 10년간 헌법이 짓밟히는 것을 보고도, 그 헌법의 덕분으로 먹고사는 在曹 법조인들 가운데 단 한 사람도 항의하지 않았다.

혼이 없는 관료집단은 김정일이 남침하여 서울을 포위하면 빨간 완장을 차고 나올 이들이다. 그들의 행동을 규율하는 것은 헌법도 아니고 양심도 아니고 권력과 이득이다. 조선조와 북한의 공통점이 있다. 관료+좌익결탁체제라는 점이다. 한국에서도 좌파10년간 국민들은 고생했지만 혼을 판 공무원들은 행복했다. 좌익은 공무원 자리를 늘려주고, 언론의 접근까지 통제하여 편하게 해주었다. 빚이야 늘든 말든 예산도 풍덩풍덩 쓰도록 해주었다.

한국의 검찰은 그 권력이 너무 세다. 대통령 한 사람한테만 충성하면 자리 보존이 가능하다. 국민들의 法의식이 약하고 부패 또한 만연하는 곳에서 검찰은 만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회심의 미소를 짓고싶은 유혹에 빠진다. 칼을 휘두르기만 하면 死傷者가 생기게 되어 있는 곳에서 검찰은 신중하고 균형있는, 그러나 공동체의 敵에 대해서는 단호한 사람들의 집단이어야 한다.

검찰이 막강한 권력을 국가와 헌법을 지키는 데 썼다면 존경을 받거나 이해를 얻었을 것이다. 검찰은 강정구를 구속하려다가 법무장관이 지휘권을 발동하여 이를 저지해도 굴종했다. 검찰총장이 항의사표를 냈는데도 단 한 사람도 이에 동조하지 않았다. 노무현 정권의 反헌법적, 反국가적 행태에 대해서 수많은 국민들이 항의하고 고발했지만 법률전문가인 검사들은 침묵했다.

이런 검찰이라면 安重根 의사에게도 사형을 구형할 것이다. 그것도 해방된 뒤에. 한국 민주화의 걸림돌인 이런 검찰 기득권 체제를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크나큰 도전이고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