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문제가 북한 핵신고 해결의 막판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미국 행정부 안팎에서 뜨겁게 일고 있습니다.

북한 핵신고 내역과 관련한 검증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미국 대표단이 수 주 내 북한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핵 기술자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진 미국 대표단은 북한측과 신고서에 담길 플루토늄 내역은 물론 별도의 비공개 양해각서를 통해 처리하기로 한 우라늄 농축활동과 시리아와의 핵 확산 대목에 관해서도 북한측과 논의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미국 대표단이 북한을 방문해 검증문제를 논의한다 해도 북한측이 협조를 하지 않는 한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으로 보여 검증 문제를 둘러싼 논란과 부정적 여론은 수그러들 것 같지 않다는 것이 미국 전문가들의 시각입니다. 특히 힐 차관보의 싱가포르 합의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는 의회의 기류도 심상치 않습니다. 실제로 하원외교위원회에 이어서 상원외교위원회도 다음주중 힐 차관보를 불러 북한 핵신고 문제에 관해 추궁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미 의회조사국의 닉시 박사는 미북 협상에 비판적인 공화당 대선 후보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검증 문제와 관련해 어떤 입장을 취할지 특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Dr Larry Niksch: 매케인 후보는 아직 싱가포르 합의에 대해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진 않았다. 그러나 메케인 후보는 지난 1994년 제네바 북미 합의에 대해서 상당히 비판적 입장을 취해왔기 때문에 향후 그가 어떤 말을 할지 상당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의회의 반발 못지않게 부시 행정부 내, 심지어 국무부에서조차 싱가포르 합의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국무부 사정에 정통한 워싱턴의 외교전문가는 최근 싱가포르 합의와 관련해 “현재 힐 차관보는 자신의 명령계통 윗선으로부터 지지를 못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외교전문가는 이어 “힐 차관보 윗선의 고위 관리들은 싱가포르 회동만으론 협상을 완결짓기엔 불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고, “힐 차관보가 싱가포르 회동에 대해 돌파구가 없었다고 말하고 있는 것도 윗선의 이런 인식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워싱턴 외교전문가는 “힐 차관보가 싱가포르에서 합의한 내용은 기껏해야 반쪽의 빵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국무부 관리들 사이에 퍼져 있다고 말하고, “비판가들의 목소리를 잠재우지 못하면 싱가포르 합의가 약화될 수도 있음을 알기 때문에 북측에게서 좀더 많은 검증을 받아내야 한다는 점을 힐 차관보도 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시리아에 대한 북한의 핵확산과 북한의 농축 우라늄 활동과 관련해서는 북한도 미국의 우려를 인정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힐 차관보가 핵신고서에 ‘북한은 미국의 우려를 인정하고, 도전하지 않는다’라는 식의 수사적 표현으로 넘어가려는 데 대해서도 많은 국무부 관리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워싱턴 외교전문가는 밝혔습니다. 이 전문가는 국무부내의 이같은 정서를 북핵 협상에 관여하고 있는 국무부 관리들과 직접 접선이 닿아있는 소식통들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싱가포르 합의에 대한 불만은 국무부를 넘어 대북 강경파는 물론 포용파에 이르기까지 널리 퍼져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헤리티지 재단 클링너 선임연구원입니다.

Bruce Klingner: 북한과의 대화를 주창해온 전직 관리들조차 싱가포르 합의가 기준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고 불평하고 있고, 체니 부통령과 볼튼 전 대사를 위시한 대북 강경파 차원을 넘어서 부시 행정부내에서도 싱가포르 합의에 대한 회의론과 비판론이 존재한다.

현재 대북 강경파는 물론 대북 포용파가 제기하고 있는 불만의 핵심은 지난해 2월13일 6자회담국이 발표한 핵합의 기준에도 못 미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시아재단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입니다.

Snyder: 현실적으로 검토해볼 때 싱가포로 합의가 2·13 합의에 미치지 못한다면 이는 부분적인 합의에 불과한 것이다. 이번 합의는 언론에 알려진 것과 달리 아주 제한적인 것이다. 플루토늄에 관해선 부분적 합의가 이뤄졌는지 몰라도 우라늄 농축문제와 핵확산 문제는 오히려 합의하지 않은 부분이 훨씬 더 많다. 그러니 북한에 과연 무얼 기대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