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국방장관은 어제 국회에서 “현재 교전규칙에는 적 사격시 대등한 무기체계로 2배로 (대응)하도록 돼 있다”면서 “앞으로 교전규칙을 수정보완해 강하게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金 장관은 “북한의 2차 포격은 명백한 전쟁행위로 발사지점에 F-15 전투기로 폭격했어야 했다”는 한나라당 김학송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밝혔다.
“처음부터 공군력을 사용, 초토화시켰다면 북한의 2차 공격이 없었을 것”이라는 한나라당 정미경 의원의 추궁에 대해서도 “공군력을 사용했다면 추가적인 火力공격이 불가능했을 것이며, 그것은 전쟁행위로 갈 수 있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그는 “왜 전투기로 폭격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당연히 그런 생각도 했는데 저희 스스로 만든 그림 속에는 이처럼 공군으로 (폭격)하는 것은 전쟁확대라는 차원에서 뒤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이번 포격은 도발이 아닌 전쟁행위가 아니냐”는 질문에 김 장관은 “전쟁행위의 폭을 얼마나 넓게 보느냐에 따라 전쟁행위로 볼 수 있지만 (우리 군은) 도발로 평가했다”고 밝혔다.>(조선닷컴)

어제는 오랜만에 국회의원들이 국방장관보다 다 나은 의견들을 개진하였다. 金 장관의 답변을 읽어보면 의문이 많이 생긴다. 비현실적인 交戰(교전)규칙이 한국군의 손발을 묶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기습과 기만이 전문인 북한군을 상대로 한 규칙이 아니라 美軍처럼 국제법을 잘 지키는 군대를 상대로 한 交戰규칙 같다. 이번 연평도처럼 북한군이 민간인과 군인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 포격을 하는데 '대등한 무기체제로 두 배로 대응해야 한다'니 참 희한하고 한가한 규정도 다 있다. 강도가 칼을 들고 들어오면 주인은 두 배 이상 긴 칼로 대항해선 안되고 총을 들면 처벌받아야 한다는 것인가?

우리의 해안포로써는 敵의 해안포를 맞출 수 없으니 국군은 전투기와 미사일, 그리고 함포로 대응해야 한다. 그런데 군은 이번에 그 응징수단을 갖고도 쓰지 않았다. 겨우 80발을 쏘았지만 큰 타격을 주지 못하였다. 허술한 交戰규칙마저 지키지 않았다. 金 장관 말을 들어보면 전투기나 미사일로 때리는 것은 전쟁행위가 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곤란하다는 것이다. 북한군이 이미 무차별 포격이란 전쟁행위를 하였는데, 우리가 전쟁행위를 못할 이유가 있나? 북한군은 전쟁행위를 해도 우리는 신사적으로 싸워야 한단 말인가? 전쟁엔 전쟁으로 맞서야지. 主見(주견)이 강한 이로 알려진 김 장관마저 노예근성을 버리지 못한 듯이 유약한 이야기를 하는 걸 보니 큰 실망이다. 군인정신이 속으로 녹아내리는 모양이다.

국군은 북한군보다 앞선 武器체제를 갖고 있지만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규칙을 스스로 정해놓았으므로 앞으로도 계속해서 깨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북한군에 유리하고 국군엔 치명적인 交戰규칙을 만든 자가 누구일까? 천안함 爆沈 이후에도 이런 必敗의 交戰규칙을 유지하였다는 게 충격이다. 서울이 불바다가 된 뒤에 바꿀 것인지, 아니면 망한 뒤에 할 것인지? 소를 잃고 외양간을 고칠 줄도 모르는 군대인 듯하다.

이명박을 따라가다간 똑똑한 군대도 바보가 되고 이런 군대를 따라가다간 똑똑한 대통령도 바보가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태영 장관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국군은 최선을 다하였고, 그러나 최선을 다해도 이길 수 없다는 패배주의가 엿보인다. 우리 군대도 한나라당처럼 똑똑한 사람을 이상하게 만드는 고질적인 어떤 生理와 문화를 가진 듯하다. 식민지 군대, 사대주의, 관료주의, 노예근성, 무사안일, 웰빙체질 등등의 말들이 떠오른다.

북한군은 전쟁을 결심해본 前歷이 있다. 한국군은 전쟁을 주체적으로 결심한 적이 한번도 없다. 그 차이는 크다. 북한군의 지휘부는 국군을 美軍의 꼭두각시로 본다. 이런 생각이 착각임을 보여줘야 남북관계가 정상화되는데 이명박과 軍은 그런 생각을 강화시켜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