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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오늘(23일) 오전 시진핑 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북한이 핵실험을 못하도록 설득해 달라" 는 취지의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핵 도발을 걱정하는 국가 원수로서의 당연한 요청일 것이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이 전화 통화가 '오바마 방한 직전'에, '공개리'에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일본에 도착해 있는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 대해서도 한미일 3국이 결속해 대응할 것" 이라는 메시지를 던져놓은 상태로서, 이번 순방의 목적 중에는, 한미일 3국의 굳건한 결속을 통해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시그널을 북한에게 던져주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때문에, 이번 박 대통령의 시진핑과의 통화는 미국으로 하여금, '한미일 결속은 회담용 명분이고 실제로는 중국에 주로 의지하려 한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갖게 할 수도 있다. 나아가,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아젠다(북핵 대응)를 정해진 파트너(오바마)와 논의하기도 전에 그것도 '공개리'에 중국 국가원수와 미리 다루어 버렸다는 점은 오바마의 입장에서는 다소 '김빠지는' 경우로서 외교적 넌센스까지도 될 수가 있다. 북한의 핵 실험이 당장 내일이라도 있을 수 있다는 절박함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굳이 순서를 따진다면, '先 오바마 회담, 後 시진핑 통화'가 맞다.

이번 박 대통령의 '시진핑과의 통화'는, 지난 번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있었던 '한미일 정상회담'의 경우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박 대통령은, 한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전격적으로 시진핑과 정상회담을 먼저 가졌다. 큰 잘못은 아니지만, 최상의 초이스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에 또 비슷한 케이스가 발생한 것이다.

솔직히 이러한 현상은, 한미일 간의 결속에 거부감을 가질 중국을 배려해야 한다는 박근혜 정부의 강박이 표출되고 있는 것으로 비춰진다. 심각한 문제는, 이렇게 해주면 중국은 좋아하겠지만, 정작 우방인 미국, 일본과는 그 만큼 소원해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아울러, '북한을 말려달라'는 취지의 통화 내용이 공개된 점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봐야 한다. 북한이 중국의 만류를 받아들여 여기에 따르는 것을 지상과제로 여긴다면, 솔직히, 공개리에 하는 것은 역효과다. 과거의 역사적 사건들(드라마틱한 위기극복 등)을 보면, 당시에는 전혀 공개되지 않았던 '은밀한' 핫라인이나 특사의 역할 등이 결정적이었음을 나중에야 '비화'로 알게 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중국이 핵도발을 말리는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것을 당사자(북한)가 몰라야, 아니 알더라도 최소한, '한국이 부탁해서 그렇다'는 점만은 몰라야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인데, 이렇게 한국이 중국에게 전화로 부탁한 것이 온 세상에 알려진 마당이라면, 북한은 특성상 오히려 계획에도 없던 도발 마저 일부로라도 검토하게 될 가능성도 우려된다.

개인간에도 뭔가 부득이 제3자를 개입시킬 때에, "내가 부탁했다는 것은 비밀로 하고 해달라" 는 식의 다짐을 받아 두는 것이 결국, 상대가 알게 될 경우 있을 역효과를 우려해서다. 이 정도는 모를 리 없을텐데 무슨 사정이 있길래 이런 행보들이 나오는지 답답할 뿐이다.
하지만, 누구에게 무엇을 부탁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가 비장한 각오로, 敵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만한 강력한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이 될 것이다. 돌아 보면, "도발은 곧 너의 죽음을 의미한다" 는 식의 강한 메시지를 한 번도 던져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을 책임지고 있는 우리의 외교안보 라인은 좀 더 신중하고 치밀하며 담대할 필요가 있다. 최소한 지금 이대로와 같은 아마추어 수준으로는 안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