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완구 총리 임명 동의 반대 주장을) 여야 공동으로 중립적이고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조사해 보자(2월13일)”

“새누리당의 부정적 반응은 국민 여론에서 자신이 없다는 이야기다(2월14일)” 

문재인 새민련 대표의 말이다. 총리를 여론조사로 뽑자는 식이다.  

2.
文대표 발언은 전형적인 포퓰리즘, 무책임 정치의 극치다. 정당과 국회를 만들어 대의민주주의(代議民主主義)를 하는 목적은 ‘책임정치 실현’이다. 실체 없는 대중(大衆)과 급변 하는 여론(輿論)에 따라 중요한 국정을 결정케 된다면 사후에 책임질 사람이 없을 것이다. 文대표 발언은 이완구 총리 임명을 대중과 여론에 돌려서, 정당과 국회의 특권(特權)은 누리되 책임(責任)은 지지 않겠다는 발상이다.  

실제 文대표 발언은 충청권 역풍(逆風)을 염려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 출신 총리를 원하는 충청권 민심에 반대(反對)도 하기 어렵고 당내 강경파 압력에 맞서 찬성(贊成)도 하기 어려워, 여론조사에 떠넘긴 꼴이다.

3.
단순한 무책임 정치일 뿐 아니라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의회정치(議會政治) 부정이다. 헌법과 법률이 규정한 정당제, 의회제, 나아가 청문회 제도의 근간을 스스로 허무는 말이다. 이완구 후보자 인준 문제의 16일 처리에 대한 여야의 합의(合議)도 부정한 정치적 도의도 없는 것이다.  

文대표 논리에 따르면, 국회부터 해산할 일이다. 지난 해 10월30일 문화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회의원 국민소환제’와 ‘국회해산제’에 대한 찬성여론이 90.4%와 74.0%에 달했다. 文대표는 이런 여론에 따라서 국민소환제나 국회해산제 주장을 한 적이 없었다. 필요할 때만 여론과 국민과 국가를 가져다 쓸 뿐이다.

통진당 해산 후인 지난 해 12월19일 여론조사에서도 통진당 해산 찬성이 63.8%로 압도적으로 많았다(중앙일보 조사). 과거에도 대다수 여론은 한미(韓美)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지지를 보였다.  

文대표는 이 모든 여론에 거슬러 극렬한 주장을 펴왔다.“통진당 해산 청원은 반민주적 폭거(2013년 12월2일)”“통진당만 없어진 게 아니라 민주주의도 상처 입었다(2014년 12월9일)”는 등 통진당을 감싸고 韓美FTA 체결과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도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여론조사 지지도가 여당에 수십 %포인트 뒤지는 야당이 국회에서 모든 법안의 길목을 막고 있는 것 역시 文대표 논리와 맞지 않는다. 文대표 자신이 야당 대표로 적합한지 여론조사에 부친다면 아마도 결사적 반대에 나설 것이다. 본인에 이익이 될 때만 ‘여론조사’ 운운하니 황당한 것이다.  

4.
민주주의, 의회정치, 책임정치, 수많은 국민의 피와 땀, 눈물을 통해서 축적한 경험적 결론을 허물어 버리면 그 끝은 혼란과 흑암이다. 세상에는 단기적으로 여론이 반대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민과 국가에 도움 되는 일이 허다하다. 특정한 계기로 여론이 갑자기 바뀌는 경우도 흔하다. ‘예전엔 반대를 했지만 지나 보니 그때 하길 잘했고 지도자 판단이 옳았다’는 역사적 평가가 나오는 경우는 더욱 많다. 대한민국의 건국(建國)과 근대화(近代化) 과정이 그랬다. 지도자는 여론을 존중할 것이나, 필요할 경우엔 반대 여론을 설득하고 그 결과에 대한 부담도 기꺼이 져야 한다.  

암울한 복선(伏線)은 법률가 출신에 대통령 후보를 지낸 文대표가 지금 지지도 1위의 유력한 대선 주자라는 사실이다.
 
written by (사)한국자유연합 대표 김성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