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주, 조갑제의 공통점

요즘 고영주(高永宙), 조갑제(趙甲濟) 선생을 놓고 여러 말들이 나온다. 그래서 써본다.

고영주, 조갑제. 두 사람의 공통점을 묻는다면 나는 이런 엉뚱한 대답을 할 것이다. ‘이따금 빨갱이 소리를 듣는다’고. 물론 이는 너무나도 감정적인, 법과 원칙을 예사로 무시하는, 분별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이들을 향한 냉소이다.

고영주 선생은 국가정상화추진위원장직을 맡아 2009년 ‘친북반국가행위인명사전’을 편찬한 바 있다. 이 인명사전에 김대중(金大中), 노무현(盧武鉉) 전 대통령이 등재되지 않은 것에 불만을 품은 이들이 그 편찬 기자회견장에서 고영주 선생에게 ‘빨갱이’라며 욕설하는 일이 있었다. 조갑제 선생이 빨갱이 소릴 들은 경우에 대해선 굳이 쓰지 않아도 알 만한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보수(保守)성향 정권이 탄생하게 된 것은 좌파(左派)정권의 실정 탓도 있지만 실체적 사실과 헌법(憲法)에 입각한 올바른 가치관, 이념(理念)이 국민들에게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1회용 감기약' 아닌 '체질 개선제' 제공

고영주, 조갑제 선생은 그러한 가치관, 이념 전파에 앞장서왔다. 종북좌파(從北左派)를 뿌리 뽑는 근본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그것은 우르르 몰려가 떠들고 돌팔매질하다 제 풀에 지쳐 돌아오는 그런 것이 아니라 거대한 배를 움직이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서서히 방향이 바뀌는 것이었다. 1회용 감기약이 아니라 체질 개선제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때론 명현(瞑眩)과 같은 일이 발생하곤 했다. 선생들에 대한 ‘빨갱이’ 운운이 그것이다.

선생들의 ‘체질 개선’ 운동은 보수성향 정권을 탄생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탄생은 보수성향 시민들의 결집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었는데, 그 결집은 공산주의(共産主義) 이념의 또 다른 이름인 ‘민중민주주의’가 이적(利敵)이념이라는 것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그리고 한총련과 전교조의 ‘참교육’이 활개를 치는 상황에서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그것들은 우리 국민의 의식과 언론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두환, 노태우 정권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바와는 달리 이념적인 면에서는 그다지 체계화 되어 있지 않았다. 반공적(反共的)이었지만 공산주의의 실체를 면밀히 파악하고 보수적 이념의 본질을 구체적으로 정립한 일원화된 개념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김영삼 정권은 좌파숙주(左派宿主)라는 평을 듣는 만큼 말할 것도 없었다.

우파 정부를 탄생시킨 功

조갑제 선생은 다수의 공안사건 취재, 정보당국 관계자들과의 교류, 현대사와 이념이란 것에 대한 깊은 연구 등을 통해 보수이념을 정립해나갔고 이를 反共시민들에게 적극 설파했다. 反共시민들의 보수이념적 무장(武裝)은 좌파정권에 맞선 보수성향 시민들의 결집을 가져왔다.

고영주 선생은 이적(利敵)의 두터운 위장막을 여럿 벗겨냈다. 대검찰청 공안부장조차 민중민주주의이념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때 그것이 변형된 공산주의 이념임을 밝혀냈다. 다른 공안검사들이 공소 유지의 어려움을 들어 한총련을 利敵단체로 규정하는 것에 난색을 표명함에도 그 이적성을 끝내 밝혀냈고, 전교조의 ‘참교육’이라는 것의 이적성 역시 다른 공안 검사들이 반신반의(半信半疑) 하는 가운데 밝혀냈다.

그렇게 해서 거대한 배는 조금씩 우측으로 방향전환을 하였다. 보수성향 정권이 탄생한 것이다. 노무현 정권 때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이병완(李炳浣) 씨는 2007년 대선의 주역으로 ‘서정갑’, ‘조갑제’를 꼽을 정도였다. 박근혜 정권 역시 그 선생들의 노력으로 탄생했다.

우리는 지난 일을 너무 쉽게 얘기하는 경향이 있는데, 보수성향 정권의 탄생은 우리 현대사를 면밀히 살펴보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좌파정권은 그냥 생겨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뿌리는 해방 이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승만(李承晩)과 박정희(朴正熙)라는 위대한 지도자가 없었더라면 우리는 벌써 적화(赤化)되었을 것이다. 위대한 지도자가 떠나고 난 80년대에는 이미 좌파(左派) 전성시대를 예고하고 있었다.

좌파정권 때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인터넷 상에서의 ‘좌파 폭력’이 난무했다. 지금 보수우파를 자처하는 이들 중에선 당시 그들에게 아첨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들의 주장을 대변하거나 그들 黨에 입당해 출마했다. 좌파세상이라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전교조 '참교육'의 실체를 파헤친 고영주

좌파득세 속에서도 고영주 선생은 민중민주주의 이념이 변형된 공산주의 이념임을 밝혀내고 한총련과 전교조의 참교육이란 것의 이적성을 밝혀냈지만 시절이 시절이니만큼 끝내 밀려났다. 조갑제 선생 역시 좌파득세 시절 신변의 위험을 무릅쓰고 싸웠다. 2003년 8월 소위 친노(親盧) 진영 행동대장 격인 명계남은 서울 광화문 코리아나 호텔 앞에서 조갑제 선생과 서정갑 선생에게 테러를 시도하기까지 했다. 그들이 조갑제 선생을 얼마나 위협적으로, 눈엣가시로 생각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박근혜 정권의 탄생과 통합진보당 해산은 필연이다. 민주노동당은 통합진보당으로 당명(黨名)을 바꾸었고 고영주 선생은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반역(叛逆)정당에 대한 해산 청원서를 제출했다. 박근혜 정부는 특별조사 팀을 구성하고 고영주 변호사의 청원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2013년 11월5일 드디어 법무부는 헌법재판소에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심판청구를 했다(2014년 12월19일 해산 최종 선고). 국민행동본부가 민노당 해산 청원에 나서고부터 9년 만이었다.

“통진당 해산청원은 趙甲濟의 아이디어”

통진당 해산 후 <뉴데일리>는 고영주 선생과 인터뷰를 했다. 기사 제목은 “통진당 해산청원은 조갑제 대표의 아이디어”였다. 이 인터뷰에서 고영주 선생은 “그동안 인터넷 매체가 별로 없었는데 <뉴데일리>, <조갑제닷컴> 등이 나서서 정론을 세우고 종편채널 등에서도 여러 얘기를 해주고 있다”고 했다. 겸양(謙讓)의 덕(德을) 지니고 있었다.

2014년 12월 19일. 헌법재판소장의 계속된 낭독이 마무리 되고 애국시민들이 환호성을 질렀을 때 고영주, 조갑제 선생의 얼굴이 떠올랐다. 곧바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고영주 선생에겐 감사의 인사를, 조갑제 선생에겐 통진당 해산에 큰 역할을 하신 선생의 功을 젊은 세대가 기억할 것이라고 하였다. 그날 선생들을 가리켜 ‘그들은 앞으로 무엇을 준비할까. 분명 무언가를 위해 또 싸울 것이다’고 썼다.

고영주 선생의 공산주의자 발언에 야당(野黨) 측이 강력반발 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정부는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방침을 공식 발표했다. 조갑제 선생은 우리 교과서의 문제점을 꾸준히 지적해 왔다. <조갑제닷컴>은 2008년, 2011년에 이어 2014년부터 사용되는 8종(種) 고등학교 한국사(韓國史) 교과서 현대사 부분을 분석한 ‘대한민국 교과서가 아니다’를 출간한 바 있다. 

겸손하고 따뜻한 사람들

내가 본 고영주 선생과 조갑제 선생은 겸손하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관대했다. 고영주 선생은 전화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일로도 내게 격려 전화를 해준 일이 있다. 미흡한 글이라도 보내드리면 따뜻한 답문을 보내주곤 했다. 조갑제 선생 역시 그랬다.

고영주 선생과 조갑제 선생은 좌익(左翼)과의 싸움에선 굉장한 강성(强性)이다. 그렇지만 법과 원칙을 철저히 지킨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대해 단정하는 법이 결코 없다. 종북좌파를 경멸하면서도 그들의 인권은 존중한다. 절차를 중요시 한다. 요즘 어떤 이들은 고영주 선생이 과거 검사 시절 정치범들을 고문(拷問)한 듯한 뉘앙스의 발언을 하던데 그럴 리가 없다.

운동권 활동을 하다가 지금은 야권(野圈)에 몸담고 있는 변호사와 함께 어딜 다녀오다 고문(拷問)에 관한 대화를 나눈 일이 있다. 그는 과거의 무용담을 늘어놓으며 ‘남산’에 갔을 때도 자신은 그다지 화(禍)를 입지 않았다고 했다. 자신은 좀 거물급이라 나름대로 ‘대접’을 받았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자신들의 계보, 조직구성, 활동 등을 공안당국이 거의 파악하고 있어 딱히 고문을 해야만 할 정도의 사안이 없었다고 했다.

심지어 80년대 중반 이후로는 공안기관의 일부 직원들마저 운동권 논리에 어느 정도 경도(傾倒)되어 있어 이름깨나 있는 정치사범들이 심한 매를 맞는 경우는 드물었다고 그 변호사는 말했다. 조무래기들이 지레 겁을 먹고 술술 진술한 후 그에 대해 면피하기 위해 엄청난 고문을 당해서 어쩔 수 없이 ‘분’것처럼, 자신이 큰 고생이라도 한 것처럼 학우(學友)들에게 떠드는 경우가 오히려 많았다는 것이다. 그 변호사는 자신이 속해 있는 진영에 내심 염증을 내고 있었다. 다만 생활 터전이어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 변호사의 말이나 여러 사실들을 종합해 보면 고영주 선생이 고문하였을 리 없다고 본다. 고영주 선생은 이른바 ‘부림사건’ 당시 공안 검사가 피의자들에게 손을 대는 것은 상상조차 못할 일이었다고 한 바 있다. 정치사범이 오면 칙사대접을 하는 게 당시 분위기였단다. 그랬을 것이다. 법정에서 ‘고문에 의해 허위자백을 했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들을 법과 원칙대로 조사했을 것이다.

과거 공안기관원들이 때로 정치범을 구타하는 것은 공산당의 만행(蠻行)을 잘 알고 있어 나오게 되는 분노 때문이라 볼 수 있다. 고영주 선생처럼 가혹행위를 하지 않고 법과 원칙을 지켜 수사한 것은 그들에 대한 깊은 ‘증오(憎惡)’일 것이다.

두 사람이 左翼 없는 세상에 살았다면…

내 보기에 고영주 선생과 조갑제 선생은 종북좌파를 지독히 증오했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하는 신념이 너무도 강했다. 그 증오와 신념은 종북좌파에 대해서도 법과 원칙을 지키고 인권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논리로 나타났다. 증오의 대상 따위에게 조그만 흠도 잡히지 않겠다는 것일까,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원리에 충실해서일까.

박근혜 정권은 고영주, 조갑제와 같은 이들로 인해 세워졌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통진당이 해산됐다. 선생들은 지금도 그렇게 싸우고 있다. 좌경적(左傾的) 야당, 선동언론과 싸우고 있다.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역사를 바로 가르치기 위해 교과서 문제를 놓고 싸우고 있다. ‘利敵단체 해산법’을 만들기 위해 싸우고 있다.

조갑제 선생은 나에게 여러 번 ‘惡에 지지 말고 善으로 惡을 이겨라’고 하였다. 고영주 선생과 조갑제 선생은 좌익(左翼)이 없는 세상에 살았더라면 조용한 학자, 로맨틱한 여행 이야기를 쓰는 사람으로 살았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