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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업원(現 자유경제원)의 초대 원장인 공병호 경영연구소 소장이 자유주의 계열 학자인 민경국 교수의 최근 <문화일보> 칼럼(제목: 자유주의 입장서 본 역사교과서 논쟁)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즉 자유주의자가 또 다른 자유주의자의 주장을 비판한 것이다.

공 소장은 29일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서 <반론: 민경국 교수의 자유주의 입장서 본 역사교과서 논쟁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글에서 “지식인들은 어떤 이념이나 이데올로기를 숭상하게 되면 상당히 교조주의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있다”며 “한마디로 상황은 있는 그대로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래는 공 소장의 글(全文) 이다.
(출처: http://blog.naver.com/gong0453/220522262948)

<자유주의자 민경국 명예교수의 문화일보 칼럼의 치명적인 문제점을 간략하게 지적합니다.

#1.

주장 1: “국정화는 국가의 독점적 역사 해석이 옳다는 믿음을 전재한 것이다.”-민경국 교수

공병호 자유기업원 초대원장.

국정화를 한다고 해서 국가라는 단일 인격체가 역사 교과서를 집필하는 것은 아닙니다. 집필진에는 자유사관을 지지하는 사람도 있고 민중사관도 지지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민 교수의 ‘국가의 독점적 역사 해석’이란 표현은 잘못된 주장입니다. 민 교수의 칼럼에서 이 부분은 아주 중요한 논거라고 생각합니다.

특정인의 시각이 강하게 반영되지 않도록 협의체를 구성해서 교과서를 만드는 것을 뜻합니다. 다수 의견이 있을 수 있고 소수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교과서가 일부 국사학자들의 독특한 관점(사관)에 점유되지 않아야 합니다. 그들의 전공 분야라고 해서 역사를 그들이 독점적으로 해석해야 할 대상은 아닙니다.

더욱이 내 아이들에게 그들의 독특한 사관을 배우도록 요구하는 것은 깨어있는 부모들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일입니다. 진리가 아닌 것을 진리라고 가르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2.

주장 2: “검정제의 교과서 경쟁에서 좌파에 완전히 패하고 말았다. (...) 좌파의 사실 왜곡과 좌편향을 체계적으로 밝혀 교과서 수요자들을 설득하고 경쟁력 있는 멋진 여러 종의 교과서를 공급할 우파 사학계의 능력 부족 때문이리라.” -민경국 교수

학계의 상황은 민 교수는 어느 누구 보다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특정 인맥들 예를 들어 민중사관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득세를 하면서 그쪽 계열에 있는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교수로 채용하게 됩니다. 국사학계의 내면 사정을 속속들이 알 수 없지만 민중사관을 가진 학자들이 거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됩니다. 그렇다면 그쪽 계열의 책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소비자들인 학생들은 그 분들이 쓴 책을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 마디로 선택할 자유가 현재로서는 전혀 없습니다. 이 점을 직시하면 민 교수의 주장은 지나치게 낭만적인 한 마디로 현실을 도외시한 주장입니다.

#3.

단 하나의 우파 교과서를 채택하고 있는 학교가 여러 가지 외압에 의해서 한 군데 혹은 두 군데 학교에 불과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요자를 설득하고 경쟁력 있는 멋진 여러 종의 교과서를 공급할 우파 사학계의 능력 부족“과 주장은 학자들이 흔히 가질 수 있는 지나치게 낭만주의적인 시각일 뿐입니다.

현실에서 선택이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 벌어졌고 이것을 넘어설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한 마디로 집필자 측면이나 수요자 측면에서 선택의 가능성이 없어진 상태에서 경쟁이나 선택의 자유입니다는 논리를 제공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습니다.

#4.

필자가 거듭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고매한 학식을 갖더라도 현실을 직시할 수 있어야 자신의 주장이 교조주의적으로 흐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나는 교과서 논쟁을 보면서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내 자식들에게 민중사관으로 도배된 역사 교과서로 교육 받는 것을 허락할 수 있는 가?'

이건 아니라는 겁니다.

시장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책들이 그런 류의 책이라면 당연히 협의체를 구성해서 수정 작업이 들어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시장에서 선택의 자유가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말입니다.

선택의 자유가 작동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민 교수의 주장은 한 마디로 교조주의적 자유주의자의 주장 정도로 밖에 해석할 수 없습니다.

​#5.

여담 하나 하겠습니다. 민중사관을 가진 역사학자들이 공부를 많이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공부를 너무 많이 하면 사람이 많이 우울해집니다. 그래서 자꾸만 어둡게 봅니다.

저는 공부를 하고 난 다음에 현장을 이리저리 다니는 직업을 갖고 있고 가난의 끝자락을 제법 기억하는 세대입니다. 민중사관 교과서 이야기가 나올 때면 저는 혼자서 이런 질문을 자주 떠올립니다. 본능적으로 말입니다.

'당신들 뭘 잘 알어...?'

모든 학문이 그렇듯이 시각(관점)이 틀어지면 모든 것이 다르게 보이고, 다르게 해석되지요.

반듯하게 볼 수 있고, 반듯하게 생각할 수 있고, 반듯하게 처신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삐딱하게 보고, 삐딱하게 생각하고, 삐딱하게 처신하면서 살아선 안됩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이 반듯하게 볼 것인가, 아니면 비딱하게 볼 것인가에 따라 결정되고 맙니다. 역사관이라는 것이 대표적인 시각 가운데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