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아래 기사는 CNN, NHK, 요미우리 등 복수의 언론 보도를 종합한 것임.

지난 11월 일본의 노토반도(能登半島)에서 발견된 괴선박/CNN

최근 일본 해안에서는 북한 어선으로 추정되는 괴선박(木船)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불과 두 달 사이(10~11월) 11척의 배에서 총 25구의 시신이 발견됐다.

일본의 <요미우리신문> 보도에 따르면 2013년부터 홋카이도, 아오모리, 후쿠이 현 등 일본 연안에 표류한 북한 추정 선박은 무려 175척에 이른다.

머리가 사라진 시신(屍身)

일본 경찰과 해상보안청에 따르면 “대부분의 시체는 상당히 부패됐고 부분적으로 뼈가 드러나 있는 상태였다”며 “한 선박의 경우 두 개의 시신이 머리가 없는 상태였고, 또 다른 배에서는 6개 정도의 두개골만 들어있었다”고 밝혔다.

한반도와 일본을 사이에 두고 동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지난 달(11월) 20일 이시카와 현 와지마市의 어항에서 3킬로 떨어진 해상에서 1척의 목조 선박이 전복된 것을 현지 어부가 발견했다. 일본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매우 낡은 목선이었다. 이후 주변해역에서 또 다른 목선 2척이 발견됐다.

해상보안청 관계자들이 船內를 조사한 결과 모두 10구의 시신이 발견됐다. 사망한지는 1~3개월이 지난 것으로 보여 장기간 해상을 표류하다  와지마市 앞바다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北 추정 목선의 표착지/NHK

11월22일에는 후쿠이 현 에치젠초 앞바다 약 100km 떨어진 해상에서 동일한 형태의 목선이 전복된 상태로 발견됐다. 이 선박에서도 시신 7구가 확인됐다. 이시카와 현과 후쿠이 현, 아오모리, 아키타, 나가타 연안에서도 북한의 목선으로 보이는 배의 잔해가 발견됐다.

北 인공기로 추정되는 깃발 발견

불과 두달(10월~11월) 사이 확인된 시신만 25구다. 해상보안청은 그동안 괴선박들의 출발지가 어디인지 추적해왔다. 이시카와 현 와지마市 앞바다에서 발견된 배에는 한글로 '조선인민군'이라고 쓰여진 잔해가 확인됐으며, 인공기로 추정되는 깃발이 찢어진 상태로 남아 있었다. 

일본 주변 해역 사정에 밝은 도카이대학의 야마다 요시히코 교수는 최근 NHK와의 인터뷰에서 “배의 형태를 보면 그동안 탈북자들의 선박과 유사하다. 북한의 배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후쿠이 현 에치젠초 앞바다에서 발견된 배에서도 한글로 표기된 담배상자와 페트병이 발견되어 괴선박들의 출발지는 북한으로 보여진다.

야마다 교수는 “지난 10월 이후 일본해(주: 한국의 동해)의 바람은 시베리아에서 일본 열도를 향해 불었기 때문에 북한에서 출발한 것으로 추정되는 선박들이 강한 바람을 타고 일본 해역까지 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日 NHK 괴선박 내부 촬영

이시카와 현 와지마市 앞바다에서 발견된 목선은 현재 해당지역의 수협(水協)에 인도되어 있는 상태다. 일본의 NHK는 와자마市와 수협의 동의하에 괴선박의 내부를 촬영했다.

갑판 일부에는 해조(海藻)가 붙어있었고 내부에는 조리기구 등이 보였다. 선내에서 식사를 했던 흔적이 엿보였다. 배의 곳곳에서 어구(漁具)가 발견됐다. 그물과 낚시바늘이 도처에 널려 있었으며, 배의 주변을 밝혔던 것으로 보이는 전구 등도 보였다. 

이들 어구에 대해 이시카와 현 어협(漁協) 와지마 지소 上浜敏彦 부장은 “낚시바늘의 형태를 보면 오징어를 잡는 데 사용되는 낚시바늘이다. 조명은 야간에 오징어를 모으기 장비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은, 軍民 어로활동 동원령 내려

괴선박에서 ‘조선인민군’이 새겨진 플레이트(plate)가 발견된 데 대해 세이카쿠인 대학의 미야모토 사토루 특임 교수는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북한에서는 개인기업(私企業)이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기업이 북한의 黨과 軍에 소속되어 있다. 최근 일본 해역에서 발견되고 있는 목선은 군에 소속된 기업의 선박일 것이다. 선원들은 군인들과 함께 일반노동자들이 함께 섞여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당히 폭넓은 계층이 조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 배경에는 북한 지도부가 주도하는 소위 '인민생활개선' 조치로 인해 수산업에 많은 인력이 동원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북한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1월 23일-25일 김정은이 수산사업소를 시찰했을 때의 모습을 전하며 “불과 며칠사이에 수천 톤의 물고기를 잡았다고 하는데 대단한 성과”라고 치하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조선중앙TV>는 최근 특집 프로그램을 통해 겨울철 ‘어로전투’를 상세히 보도하는 등 10월1일~12월4일 기간 동안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 <중앙방송> 등 북한 주요 매체의 수산-어로분야 보도 횟수가 184건에 달한 것으로 최근 집계됐다.

“中北 단속 피해 ‘위험한 東海 항로 택한 탈북자들’”

채텀하우스 존 닐슨-라이트 박사

미야모토 특임교수는 “북한 어선 대부분이 레이더나 GPS가 탑재되어 있지 않아 해상에서 악천후를 만나면 매우 위험하다”며 “최근 잇따라 발견되고 있는 목선들은 스크류가 작기 때문에 동해를 횡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결국 조난을 당해 조류를 타고 일본 앞바다로 흘러들어 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의 ‘수산업 진흥’이라는 미명하에 허름한 목선이라도 끌고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안타까운 희생이 이제는 바다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채텀하우스(영국 싱크탱크)의 아시아 문제 전문가인 존 닐슨-라이트 박사는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잇따라 발견되고 있는 목선은 탈북자들이 탄 배로 보인다”면서 다만 “충분한 정보가 없어 확신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탈북인자들이 좀 더 위험한 경로인 동해를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국경은 단속이 엄격해 (탈북이) 힘들어 이 같은 선택을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필재(조갑제닷컴) spooner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