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송'과 '철관'속에 갇힌 사람들

북한 근로자들이 가장 많이 파견된 것은 러시아 지방이며,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면서 중국을 비롯한 아프리카, 유럽, 중동 등 17개 나라 126개 기업에 근로자들을 내보내고 있다.

러시아 벌목공으로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은 영하 40도의 추위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와 북한 임산사업소 사이에 작업장 확보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지 않아 생산실적도 낮은 수준이다.

해외로 파견된 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 일하는데, 작업환경과 조건도 국제노동기준을 위반한 열약한 상태다. 지난 10월 북한 정권은 노동당 창건 70돌을 맞으며 '충성지원금' 명목으로 해외근로자들의 월급을 3개월이나 지급하지 않았다. 벌목공들은 자신들이 속해있던 사업소를 이탈하여 청부업(개인 집들을 돌아다니면 하는 잡일)으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 아무리 힘들게 일해도 충성지원 명목으로 월급을 지급하지 않는 북한 정권의 행위에 반기를 든 것이다.

러시아에는 10여 개의 북한 林産작업소가 있다. 한 사업소에 보통 1000여 명 정도의 노동자들이 소속되어 있는데, 거의 절반 이상이 작업소를 이탈하여 다른 도시에서 부업으로 돈을 벌고 있다. 일부 노동자들은 이탈한 지역에서 돈을 벌다가 3년이 돼서야 작업소로 돌아온다. 그들은 작업소 초급당비서, 담당 보위원에게 각각 1000달러씩 찔러주고 북한으로 귀국한다.

그런데 다수의 북한노동자들은 몇 년이 지나도 작업소로 돌아오지 못한다. 북한 임산노동자들은 보통 3년 비자를 받고 러시아로 들어온다. 국적도 없이 떠돌아다니며 돈을 벌다보니 행운이 따르지 않고서는 돈을 벌 수 없다.

북한 정권은 러시아 경찰에게 이탈노동자들을 잡아줄 것을 의뢰했다. 러시아 경찰들은 인근 도시에서 불법으로 일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을 잡아들이기 시작했다. 체포된 노동자들은 즉시 북한으로 추방되는데, 손목에 쇠고랑을 찬 북한 노동자들의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유튜브에 떠돌면서 북한 해외근로자들의 인권문제가 세계적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북한 정권은 이탈 노동자들을 새로운 방법으로 추방했다. 일명 '초 케리 호송'인데, (각목을 다리 주변 무릎 위에까지 세우고 끈으로 고정한 다음 바지를 내려가리는 방법) 꼿꼿한 각목 때문에 제대로 걸을 수 없게 만들었다.

'초 케리'라는 말은 러시아어로 나무를 묶는다는 뜻이다. 결국, 북한 노동자들은 인간이 아닌 나무로 취급되어 끈에 묶여 호송된다. ‘초 케리 호송’으로 북한에 끌려 온 노동자들은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갈 수 없으며, 법을 어기고 작업소를 이탈했다는 죄로 법적 제재를 받는다.

또한,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는 러시아 벌목장에는 각종 사고가 빈번하다. 통나무를 자르고 끌어내리는 작업만 계속되다 보니 전기톱에 손발이 잘려나가고, 통나무에 깔려 사망하는 일들이 다반사다. 시신은 작업소 주변의 허술한 창고에 임시 보관한다. 냉장설비도 되지 않아 여름철인 경우 악취가 진동한다.

북한과 인접한 러시아 국경 역에는 屍身(시신)전용 화물칸이 있다. 보통 30~40구의 관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인데, 화물칸이 차야 북한으로 이송된다. 해외에서 사망한 북한 노동자들은 철관 속에서 반년 넘게 기다려야 그리운 고향으로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