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형 <통일일보> 주간

북한의 4차 핵실험이 향후 아베 일본 수상의 선거 운동에 유리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 내 재일동포 언론인 <통일일보>의 홍형(前 외교관, 베트남 참전 용사) 주간은 11일 YTN과의 인터뷰에서 “아베 수상은 올 여름 참의원 선거에서 안보 문제가 이슈로 되는 것을 피하려고 애를 썼다...(중략) 그런데 (북핵 실험 이후) 상황이 완전히 변했다”고 말했다.

홍 주간은 “저는 아베 수상의 선거운동을 김정은이 해주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사실 아베 수상이 총리가 될 수 있었던 것도 결국 김정일, 김정은 때문이다. 이 두 인물이 아베 수상의 최대 선거 운동원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향후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 수상이 압승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느냐’는 질문에 홍 주간은 “속단할 수는 없지만 아베 수상이 안보문제를 전면에 내세울 수 있는 절호의 명분을 얻은 것은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정리/김필재(조갑제닷컴) spooner1@hanmail.net

아래는 이날 홍형 통일일보 주간의 인터뷰 전문이다. 

[YTN 라디오 ‘최영일의 뉴스! 정면승부’]
■ 방 송 : FM 94.5 (18:10~20:00)
 ■ 방송일 : 2015/01/11 (월)
■ 진 행 : 최영일 시사평론가

◇앵커 최영일 시사평론가(이하 최영일)> 글로벌 정면승부. 오늘은 예고해드린 대로 일본으로 가보겠습니다. 도쿄의 홍형 통일일보 논설주간과 이야기 나눠봅니다. 홍 주간님. 안녕하세요.

◆통일일보 홍형 논설주간(일본, 도쿄)(이하 홍형)> 네. 안녕하십니까.

◇최영일> 지난달 28일. 한일 양국의 위안부 문제 합의 타결 이후예요. 소녀상 이전과 관련해서 한일간 의견 차이가 참 많았는데. 이런 저런 말이 언론지 상에 많이 오갔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 아베 신조 총리가 한국 측이 적절하게 대응할 것으로 확신한다. 이렇게 말했다고 하는데요. 이것 어떤 의미로 해석하십니까?

◆홍형> 예. 위안부 문제가 타결된 것은 참 다행이지만 이번 합의에 반대하는 소리가 이 합의로 인해서 잦아들 것으로는 양 쪽이 모두 생각을 하지 않았죠. 알고 있었던 문제인데. 지난 주 일본 국회 예산위원회에서 이 문제가 사실 거론이 됐습니다. 국회에서도. 그런데 아베 수상은, 외무대신도 마찬가지고. 아주 원론적인 답변으로 말을 아꼈습니다.

아베 수상이 그렇게 대응하는 것은 한국 내 반일 움직임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것이 있고. 글자 그대로 그것을 한국 측에 넘기는 것이죠. 그리고 일본 국내의 자기에 대한, 아베에 대한 비판도 소녀상 이전에 대한 문제는 한국 당국의 소관이고 책임이라는 것을 강조해서. 정치적으로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려고 조심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영일> 한국의 반일 정서. 국민들의 감정을 예의주시하면서 조심스럽게 대응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아베 총리를 지지하는 일본 내의 보수, 우파 진영 내부에서도 한일 간 위안부 문제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면서요? 어떻습니까?

◆홍형> 예. 그렇습니다. 최종적이고 비가역적 해결이라면 그만하면 됐다는 반응들도 있고. 한 쪽에서는 일본의 명예가 회복되지 않은 판결이라는 반발이 있습니다. 일본의 명예 운운하는 부분에서 위화감을 느낄 분들도 많을 텐데요. 하여튼 그 분들은 이런 합의가 양국 관계의 회복을 위한 외교적 양보이고, 최종적, 비가역적 해결이라는 부분도 불안 요인이 많다.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사실 이것은 저희가 할 말이죠. 당초 무라야마 담화, 고노 담화를 인정 못 한다고 나온 게, 부정하고 나온 게 일본 측이었는데.

아무튼 일본 우파 일부에서는 외무성과 독립된 전문 부서를 만들어서 국제 사회에 일본의 입장을 발신하는 선전 홍보를 강화해가야 한다. 이런 말을 하는 것 보니까. 정부 간 타결과는 또 병행해서, 상관없이 이런 논란은 앞으로도 일본에서 지속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영일> 네. 지금 주간님 말씀처럼 일본 우파의 명예 운운하는 것은 참 어불성설이라 하더라도요. 어쨌든 워낙 그런 세력이니까. 위안부 문제 실체도 부인하고 있고. 그런 극렬한 양상 보여준다 하더라도. 지금 일본 내에서 일반 국민들은 위안부 타결에 대해서 어떤 입장들이 많은가요?

◆홍형> 일반 국민들은 이것으로 문제가 가라앉으면 괜찮지 않느냐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제 이 분들, 이게 다시 재론하지 않기로 했지만. 그게 지켜지겠느냐, 하는 것에 대해서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도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최영일> 네. 그렇군요. 그런데 주간님. 이게 참 원론적인 이야기인데. 우리가 독일의 과거사 반성 이야기를 할 때 빌리 브란트 수상이 피해자들의 묘, 유적 가서 무릎 꿇고 사죄하는 진정성 많이 보여주지 않았습니까? 일본은 왜 독일처럼 과거사에 대해서 통 크고 시원하게 사과하지 못하는 걸까요?

◆홍형> 일본하고 독일은 역사, 전통, 정치 체제가 전혀 다른 나라입니다. 독일은 패전 후에 서구 사회와 여러 가지 역사 인식을 공유했지만, 일본은 사실 아시아와 역사 인식을 공유한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최근에 보면 우월 의식이 여전하거든요. 그러니까 지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자민당 정권은 한반도를 침략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을 합니다. 그러면 침략을 하지 않았으니까 논리적으로 국가가 사과할 일이 없다는 말이 되죠.

그리고 선진 열강이 다 그랬는데 왜 우리만 사과해야 되느냐. 이런 소리도 하고. 또 이게 사실은 일본의 군국주의는 나치만큼 악독하지 않았다. 일본은 그렇게 나쁜 나라가 아니었다고 전문가들도 말하는 사람이 있고요. 히틀러의 나치스와 동맹 맺은 것을 반성하기는커녕 일본이 히틀러에게 배신당했다고 분개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입니다. 특히 태평양 전쟁 패전해서 항복할 때 천왕제 유지를 집착한 것만 봐도 일본은 사실 그런 점에서 과거를 부정하고 단절하기가 어려운 그런 나라입니다. 그러니까 이런 사정을 알면 저희가 역사 인식 문제를 다루는 방식이나 주제를 저는 좀 다시 생각을 해봐야 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최영일> 참 이게 우리하고는 온도차가 커서 이해가 잘 안 되는데요. 현안 좀 여쭤볼게요, 주간님. 최근에 북한은 수소폭탄이라고 주장하는 핵실험이 있지 않았습니까. 여기에 대해 아베 총리는 미국과 협력하면서 엄격한 대응을 해나가겠다. 이런 얘기를 했는데. 그러면 일본이 독자적인 대북 제재도 가할 것으로 보시나요? 가능성이 있을까요?

◆홍형> 예.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희가 꼭 알아야 되는 게 하나 있습니다. 일본의 대응은 소위 제재 조치가 중심이 아닙니다. 일본은 대외적으로는 평화적 이미지를 우선시켜서 국제적 공조 체제에 의한 제재를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일본 자신의 대응 능력 강화가 중심입니다. 즉 외무성이 아니라 방위성이 대응의 중심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그러니까 일본이 당사자인 우리보다 북한의 도발과 폭주를 국방력, 안보 능력 강화의 계기로 아주 기민하고 철저하게 활용해 왔습니다. 그러니까 규탄 제재로 끝나는 게 아니라 안보 체계 강화로 바로 연결시키는.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정찰 위성을 도입한다든지, 탄도 미사일 요격 능력을 보유한다든지.

당장 김정은이 일본을 향해서 미사일을 쏜다면 일단 일본은 그것을 요격할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것이 그동안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 대응해 온 차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최영일> 지금 주간님 굉장히 중요한 말씀 주셨네요. 규탄과 제재 수준의 외교적 대응이 아니라. 국방의 대응을 준비해 왔다. 그렇다면 안 그래도 아베 정권 아슬아슬 한데. 이번 4차 북핵 실험을 계기로 해서 아베가 개헌 논의를 좀 활발하고 빠르게 시작할 가능성 보이십니까?

◆홍형> 예. 그렇습니다. 아베 수상은 사실 올 여름 참의원 선거에서 안보 문제가 이슈로 되는 것을 피하려고 애를 썼거든요. 그래서 안보법제 시행에 따른 자위대의 무기 사용 조치를 선거가 끝나는 가을 이후로 미뤘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상황이 완전히 변했죠. 아베 수상이 어제 TV 토론에서 개헌을 위한 의석 확보를 희망을 강력하게 표명했습니다.

개헌을. 그러니까 개헌을 톤다운 시키려다가 바꿨는데. 그래서 저는 아베 수상의 선거 운동을 김정은이 해주고 있는 게 아니냐. 이런 말들을 많이 합니다. 사실 아베 수상이 수상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일본인 납치 문제. 국민적 정치인이 될 수 있었는데. 결국 김정일, 김정은 부자가 아베 수상의 최대 선거 운동원. 그런 생각이 들고요.

또 하나 제가 근거를 대기 어려운데. 북한의 핵 무장에 대해서 생각보다는 비난이 많은 반면 전문가들은 굉장히 말을 아끼고 조용하거든요. 그래서 그것도 비난보다는 대응. 일본의 현실적 대응이 무엇이냐. 이 쪽으로 사람들이 생각을 모으고 있는 것이 아닌가. 당사자인 한국이 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영일> 그러면 지금 주간님 말씀 주신대로 김정은이 아베의 선거 운동을 대신 해주고 있다. 그러면 올 여름에 있을 참의원 선거가 북핵의 영향 때문에. 안 그래도 대안이 없었지만 아베가 압승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보시나요?

◆홍형> 그것은 여기서 속단할 수 없는데요. 아베가 안보 문제를 전면에 내세울 수 있는 절호의 명분을 얻은 것은 사실입니다.

◇최영일> 그렇군요. 참 이게 주간님 얘기를 들으면서 일본 내부의 현실을 들으니까 북핵. 북한의 오판도 답답하고요. 이게 어쩔 수 없는 것, 역사 인식의 차이. 참 일본과 우리가 많은 간극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주간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홍형> 네.

◇최영일> 지금까지 일본 도쿄에서 홍형 통일일보 논설주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