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NGO 단체인 '웰 스프링(Well Spring)'이 북한 내 우물파기 사업을 진행했다. 산업의 고도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환경 오염이 덜 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에서 약수가 아닌 우물을 판다. 더욱 놀라운 점은 우물에 자물쇠를 잠궈놓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북한 내부 영상을 보면, 우물 관리인을 두고 정해진 사람만 물을 퍼올리는 모습도 관찰된다.

탈북민 이진영 씨는 "강원도 부근은 아직 약수를 먹는다. 하지만 북한 내륙 쪽으로 가면 약수 대신 우물에서 물을 퍼올린다. 우물에 자물쇠를 걸어 입구를 막아두는 것은 사실이다. 내가 탈북할 당시, 그러니까 2012년 즈음에도 그렇게 잠가놨었다. 북한은 가축을 키우는 축사 혹은 공장에서 나오는 폐수 등을 정화하지 않는다. 때문에 오염된 지역이 생각보다 많다. 수질 보호를 위해서 우물을 잠가놨었다"고 설명했다.

탈북민 김호민 씨는 우물 자물쇠는 개인주의 확산과 깊은 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난의 행군 전까지만 해도 북한에는 감시를 위한 공동체가 있었다. 북한 정권의 효율적인 통제를 위해서 3인이 서로 감시하는 체제가 존재했다. 당시만 해도 공동체라는 것은 서로 감시하기 위해 존재했었다. 그런데 근래 우물에 자물쇠를 잠그면서 자신 혹은 소수 집단의 이익을 위한 이익 공동체가 생겨나고 있다. 우물의 자물쇠는 굉장히 상징적인 의미다. 감시 공동체가 소수 이익 집단으로 바뀌고, 그 역할 또한 변하고 있다는 증거가 되기 때문"이라고 운을 띄웠다.

김 씨는 이어서 "고난의 행군 때 어제까지 같이 이야기하던 사람이 죽어나가는 모습을 봤다. 그 때부터 '내 목숨은 내가 반드시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북한 주민들 뇌리에 깊게 박혔다. 이후 장사와 시장이 늘어나고, 발달하면서 '내가 잘 살고 봐야 한다'는 개인주의가 팽배해졌다. 우물의 자물쇠는 그 동안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사소한 것마저 나누려 하지 않는 북한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북한 주민이 우물을 이용하는 것은 전기 사정과도 연관이 깊다. 수도를 공급할 수 있는 전기 사정이 열악해 일반 가정까지 물을 끌어갈 수 있는 여력이 없다. 또, 일제시대 수도관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상하수도 시설 정비가 필요하다. 근래 북한 내 건설되는 아파트는 우물 사용을 전제로 건설 공사가 시작된다는 증언도 있다.

탈북민 홍인혁 씨는 "우물을 사용하려는 사람은 많고, 우물의 수는 정해져 있다. 따라서 몇몇 사람이 우물을 차지하고 관리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금세 바닥이 드러나지 않겠나. 일부 사람은 허가된 우물을 통해 물을 길어오는 대가로 돈을 받기도 한다. 말 그대로 우물 배달이다. 대동강 변에서 물을 팔았다는 조선시대 봉이 김선달의 현대판인 셈"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북한 주민은 우물에서 물을 길어오는 것을 두고 '물고생'이라는 표현을 한다. 그만큼 식수 사정이 열악하다는 의미다. 심지어 어린 아이들까지 물 확보를 위해 동원된다. 북한의 실패한 체제가 자유재인 물을 경제재로 바꾼 것. 우물에 자물쇠를 굳게 잠가놓고, 우물 관리자가 손익을 타산하는 것이 현재 북한 물 사정의 실상이다. 이 때문에 북한 주민의 물 확보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우물은 본래 퍼올릴수록 물이 차오르는 구조다. 길어내지 않으면 말라버린다. 더욱이 햇빛을 보지 못하는 우물은 결국엔 썩고, 후에 악취까지 풍긴다. '가두어 둔다는 것'은 그런 의미다. 북한 정권이 우물을 통해 배워야 할 대목이다. 북한 주민들은 이미 '우물의 실패'를 충분히 경험해왔다. 이제는 북한 정권과 주민 모두 자물쇠를 열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