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미국 B-52 전략폭격기 한 대가 한국 공군 F-15K 전투기 두 대와 주한 미 공군 F-16 두 대의 호위를 받으며 한반도 상공에 모습을 드러냈다.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무력시위였다. ‘하늘의 요새’ B-52는 핵폭탄을 포함, 최대 31t의 폭탄을 탑재할 수 있으며, 사정거리 3000㎞인 AGM-129 핵탄두 스텔스 순항 미사일, 지하 60m와 강화 콘크리트 8m를 뚫고 들어가 터지는 벙커버스터(GMU-57) 등이 장착돼 있는 무시무시한 존재다. 북한을 떨게 하는 미 항공 전력자산으로는 B-52 외에도 B-2 스텔스 폭격기와 F-22 랩터가 있다.

전투 항공기 못지 않게 김정은을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미 항공 전력이 있다. ‘하늘의 방송국’ 코만도 솔로(Commando Solo) EC-130J다. 신세대 허큘리스 수송기 C-130J를 모체로 제작된 코만도 솔로는 AM, FM, HF, TV 및 각종 군 통신 주파수대역에서 정보 작전 및 민사심리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기동중계기다. 북한 전역에 라디오와 TV 전파를 송출할 수 있다. 또 적 통신망 교란용 컴퍼스 콜(Compass Call) EC-130H와 협동작전을 벌이면, 북한 통신망 전체를 마비시킨 뒤 북한 TV·라디오 채널에서 미군이 제작한 프로그램이 나오게 할 수 있다.

코만도 솔로의 위력은 실전을 통해 확실히 입증됐다. 1989년 파나마 침공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전쟁터와 분쟁지역에서 맹활약했다. 특히 파나마의 마누엘 노리에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등과 같은 독재자들을 축출하는 데 주요 무기로 활용됐다. 2003년 이라크전쟁 당시, 이라크 국영 TV 방송 채널에서 미군이 제작한 아랍어 방송이 방영된 것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 장면이다. 통신망 마비 속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던 많은 이라크군은 코만도 솔로 방송을 듣고 대거 투항했다.

북핵에 맞설 수 있는 최고 비대칭 전력은 심리·선전전이다. 만약 대다수의 북한 주민이 대한민국 방송을 시청 혹은 청취할 수 있다면, 그 위력은 핵폭탄에 뒤지지 않을 것이다. 이제 휴전선 부근의 확성기 방송을 넘어, 코만도 솔로를 도입할 것을 적극 검토할 때다. 또 이젠 단순 맞대응이 아니라, 북한 체제 변화를 유도하는 공세적 전략 방송을 고민해야 한다. 또 만약 미군 전력자산을 이용하더라도, 그 콘텐츠는 우리가 개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