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의 권위 있는 싱크 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최근 ‘아시아 태평양 재균형 2025’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290쪽 분량의 이 보고서에서 CSIS는 亞太 지역에 있어 미국의 영향력이 과거와 달리 많이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과 일본을 비중 있게 다룬다. 보고서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북한의 핵 위협, 그리고 미국이 제공하는 소위 ‘核우산’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한국과 일본이 자위적 핵무기를 개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CSIS에서 활동하는 마이클 그린(前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 선임국장)과 캐슬린 힉스(전 美 국방부 정책담당 수석副차관), 행정 관리 예산국에서 근무했던 마크 캔시안이 대표 작성자이며 빅터 차 조지타운대학 교수 등 대표적인 아시아 정책 전문가들도 대거 참여했다. 연구기관은 현재 아시아 지역의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핵 문제에 있어 아시아 태평양 지역보다 복잡하고 위협이 되는 지역은 없다. 물론 러시아의 핵위협도 존재하지만 아시아 지역이 더 위험하다. 인도와 중국, 북한이 핵으로 무장했을 뿐만 아니라 바로 옆에는 러시아와 파키스탄이 있다. 이 다섯 국가 모두 핵에 있어 뚜렷한 입장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일말의 판단 실수, 불신 등에 (언제 폭발할지 모를 정도로) 매우 취약하다.>

이어 보고서는 북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적다는 게 연구원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이들 나라들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것은 북한이다. 북한에 非核化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계속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메시지를 통해서 북한이 변할 것으로 생각할 수는 없다. 북한에 대한 가장 중요한 정책은 ‘도발을 막고’ ‘확산을 막는’ 정책이어야 하며 (이를 적극) 사용해야 한다.>
보고서는 현재 미국의 아시아 정책은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동맹국들이 공격을 받으면 바로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북한이 핵을 보유한 상황에서 과거 재래식 무기 시절과 같은 대응 방안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한다.

<미국은 核우산을 제공하고 이를 확대해 나감으로써 核위협에 대해서도 보호를 해주고 있다. 하지만 핵 그림자가 이 지역을 뒤덮은 가운데, 한국과 일본은 核위협에서 자신들을 보호해주기를 촉구하고 있다. 같은 시간 북한은 핵무기 개발과 미사일 능력을 늘려가고 있다. 2010년 연평도 포격에서 보이듯 북한은 위험한 상황을 만드는 것을 즐기고 있다. 이는 핵을 갖고 있는 자신감에서 나오는 것일 수도 있다.>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잦은 도발이 核을 갖고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매우 당연한 얘기이지만 전문가들이 쉽게 얘기를 꺼내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었다. 이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이어서 보고서는 미국의 핵우산이라는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약해지면서 동맹국들이 핵무기 개발을 선언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러한 상황이 미국에 있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는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다음은 CSIS가 내다 본 아시아 국가들의 미래 비전이다.
<지역 안보 상황이 惡化(악화)된다면 비핵화를 선언한 국가들의 영향력은 약해질 것이고 미국이 보장하는 핵우산 등에 의문을 품는 국가들이 생겨날 것이다. 이러할 경우 한국과 일본 내부에서 핵 무기를 만드는 능력을 키우자는 정치적 여론이 생겨날 것이다.>

보고서는 최근 이란에 대한 각종 제재가 해제되면서 동맹국들의 核무장론은 과속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과 일본은 모두 미국과 원자력 협의를 맺고 있다. 한국의 경우는 우라늄 농축에 어느 정도의 제한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10년 정도 흐른 뒤에 생길 수 있다. 이란의 우라늄 농축을 허가해줬기 때문에 (자신들도 우라늄을 농축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할 수 있다).>
보고서는 또 한국이 일본을 核개발의 모델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이미 언제든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분석이다.
<현재 미국은 동맹국들을 핵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능력이 약해진 상황이다. 그리고 미국이 일본의 핵무기 개발을 事前에 발견할 가능성도 적다. 이미 잠재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사전에 발견할 가능성은 한국의 경우가 더 높다. 왜냐하면 (일본보다는) 아직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미국이 일본이나 한국에서의 핵확산을 막기 원한다면 미국이 안보를 보장해줄 수 있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유사시 미국의 핵무기를 특정 지역에 배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물론 이 보고서에 담긴 내용은 CSIS라는 한 민간 연구소의 의견이다. 하지만 CSIS가 2012년에 발간한 보고서에서 조언한, 괌에 사드 미사일 및 잠수함 배치 등의 정책을 미국 정부가 실제로 도입한 바 있다. 그만큼 연구원들의 안목이나 지적하는 부분이 권위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보고서는 북한 정권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분석을 내놨다.

CSIS는 북한이 최근 비무장지대 지역에 지뢰를 매설해 한국군 병사 두 명이 부상을 당하기는 했지만 천안함이나 연평도 사건 이후로는 그렇게 큰 도발을 감행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朴槿惠 대통령이나 오바마 대통령과 대화를 할 마음도 별로 없어 보인다고 했다.
이러한 현 상황에 대해 CSIS는 먼저 오바마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가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둘 다 再選(재선)될 수도 없고 만약 대화를 해 어떠한 합의를 하더라도 후임자가 폐기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소는 장성택을 비롯해 고위 관료들이 줄줄이 처형을 당하는 것이 무언가 내부에서 갈등이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CSIS는 북한의 내부 갈등이 외교 정책 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하며 2008년 6자회담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고 했다. 김정일이 뇌졸중에 걸려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CSIS가 내놓은 세 번째 이유는 북한이 힘을 비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지금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곳에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을 비롯한 全세계 국가들은 경제 발전이라는 목표를 향해 총력을 모으고 있다. 워싱턴과 UN은 최근 북한에 강력한 금융 제재를 가할 것을 논의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이 군사력을 늘리면서 금융 제재로 큰 타격을 받지 않도록 돈 관리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소에 따르면 마지막 가능성은 북한이 내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외부 일을 신경 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농장 등에 대한 개혁 움직임이 외부와의 교류, 즉 시장을 개방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CSIS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 알려진 것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연구소에 따르면 2015년 2월 중국 과학자들은 북한에 현재 20개의 핵무기가 있다는 것으로 추정했다고 한다. 중국 연구진은 오바마 정권 末期까지 북한이 40개 이상의 우라늄 핵폭탄을 만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서방 세계에서 예상한 8~16개보다 훨씬 많은 수치다.

CSIS는 북한 김정은 정권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북한은 이웃 국가들을 재래식 및 핵무기로 위협하면서도 급변적인 붕괴라는 위험을 떠안고 있다. 김정은은 살아남으려면 개방해야 하지만 개방하면 정권이 무너질 수 있다는 소위 ‘독재자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 현재 김정은은 개혁을 감행하고 시장을 개방할 능력도 없다.>
연구소는 또 북한이 현재의 地政學的 상황을 계속 이어가는 데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탈북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고 북한 경제는 계속 침체돼 있으며 중국이 북한의 실수들을 덮어주는 관대함을 보이는 것도 영원할 수 없다. 우리는 무엇이 (정권 붕괴로 이어질) 방아쇠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이러한 북한의 시스템이 계속 이어질 수는 없다.>
CSIS는 한국을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파트너라고 설명한다. 이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高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중국의 반대로 사드 배치는 매우 민감한 문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한국이 북한의 미사일을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점이다. 한국은 자체적으로 사드와 비슷한 기술을 개발하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경험을 빌자면 이러한 기술 개발은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 사드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막을 중요한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