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조선 괴뢰군이 北侵을 도발”

동족상잔의 6·25 전쟁이 터지던 날, 그 날의 일은 65년이 지난 지금도 어제 일처럼 기억이 생생하다. 그 날은 일요일이었다. 마침 학년 말 시험 기간이었기에 전날 밤 시험 준비를 한다고 책장을 뒤적이다가 늦게야 잠자리에 드는 바람에 아침에 늦잠을 자고 말았다. 귀청을 찢을 듯한 요란한 소리에 그만 잠을 깼다. 街頭(가두)에 설치한 확성기에서 흘러나오는 軍歌(군가) 소리였다. 벽시계는 8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주섬주섬 옷을 걸치고 마당에 나섰다. 하늘엔 잿빛 구름이 낮게 깔렸고 잔뜩 찌푸린 날씨는 금방이라도 폭우가 쏟아질 기세였고, 확성기에선 여전히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가자 인민군대 용감한 전사들아”

“태백산맥에 눈 내린다. 총을 들어라 출전이다.”

戰意(전의)를 북돋우는 이런 노래들이 짜증스럽게 되풀이되고 있었다. 그러던 노래가 갑자기 멎었다. 긴급 뉴스를 전하는 아나운서의 격앙된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인민군총사령부의 보도, 금일 04시를 기해 남조선 괴뢰군은 38선 전역에 걸쳐 우리 인민군에 기습공격을 가함으로서 북침을 도발하였다. 기습에 밀려 2km 정도 후퇴한 우리 군은 전열을 가다듬어 반격에 나서 적을 38선 이남으로 격퇴하고 계속 南으로, 南으로 진격하고 있다.”

이런 보도를 노래 사이사이에 반복하여 방송하고 있었다. 그럴싸한 말로 남침을 북침으로 둔갑시키는 보도였다. 이 보도를 듣는 순간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구나. 이제 전쟁이 일어났으니 온 겨레가 그토록 바라는 통일은 이룰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신탁통치를 반대하고 한반도 문제를 논하는 강대국들의 회의가 별 소득 없이 끝나자 북한의 많은 사람들은 전쟁만이 통일의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해방 후 북한에는 38선을 넘나들며 남한에서 물건을 사다 북한에서 파는 보따리 장사꾼들이 많았다. 38선에는 길을 안내하는 길 안내원이 있어 돈만 주면 그들의 안내를 받아 안전하게 38선을 넘나들 수 있었다. 북한에는 없거나 귀한 물건인 페니실린 주사약, 아스피린, 구아니딘, 다이아진 같은 의약품과 미군 PX에서 흘러나온 초침이 긴 손목시계, 사아지(serge)천으로 된 미군 군복 정장 등을 사다가 팔았는데, 꽤 이문이 남는 장사였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페니실린 주사약은 그 효능이 탁월하여 인기가 대단했다. 세균 감염으로 인한 질병에 신통한 효과가 있어 북한에선 만병통치약이라고 불렸다. 폐렴이 악화되어 고열로 숨을 몰아쉬며 死境(사경)을 헤매는 환자도 주사 한 대면 씻은 듯이 나으니 과연 만병통치약이라고 불릴 만했다. 그런데 약값이 장난이 아니었다. 당시 공무원 월급이 1000원, 쌀 한 말에 250원인데, 주사약 한 병에 750원이나 한 것이다.

이들 보따리 장사꾼을 통하여 남한의 실정과 미군에 대하여 단편적이나마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이 전하는 바에 의하면 남한에는 정당 사회단체들이 난립하여 좌우 이념 대립이 심각하여 사회가 몹시 혼란스럽다는 것과 남한의 미군은 경제 강국, 군사 대국의 군인답게 풍요롭고 자유로운 군 생활을 하고 있고, 최첨단 무기, 풍족한 보급, 세계 최강의 군대답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미군의 지원 하에 창설된 한국군 또한 막강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편 해방초기 북한에 들어온 소련군은 영 딴판이었다. 가는 곳마다 시도 때도 없이 저지르는 그들의 만행은 상식을 초월하였다. 부녀자를 겁탈하고 시계, 만년필, 향수 등 화장품, 아름다운 문양의 천들을 훔치고 빼앗고 하는 그들에게선 강대국 군인다움을 찾아 볼 수 없었다.

광복 소식도 뒤늦게 알아

내 고향 함경북도 鍾城(종성)에 소련군이 처음 들어온 것은 일본이 항복한 지 한참 지난 8월 24일로 기억된다. 1945년 8월 15일은 일본이 항복한 날인데, 그런 사실을 아는 사람이 당시에는 한 사람도 없었다. 신문도 없고 라디오도 없어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알지 못하니 국내외 정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식민지 지배에서 벗어났다는 사실도 깜깜이었다. 그러니 광복의 감격도 해방의 환희도 있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나 모두를 어리둥절하게 하였다. 8월 16일인가 17일이 되자 모든 관공서의 일본인 관리들이 자취를 감추었다. 일본인 경찰, 한국인 경찰 할 것 없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뒤따라 그들 가족, 특히 여자와 어린이들은, 몸만 빠져 南으로 떠나고 말았다. 그리하여 관공서의 업무가 중단되니 행정과 치안의 공백 상태가 벌어졌지만 별 문제는 생기지 않았고 치안상의 문제도 없었다. 행정 공백은 지역마다 자치위원회가 결성되고 치안대가 조직된 9월 중순에야 해소되었다. 1946년 2월, 북한 전역에 걸쳐 실시된 선거로 각급 임시인민위원회가 구성되어 행정업무를 관장하게 되자 자치기구들은 해체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정세가 알려졌다. 38선을 경계로 남북이 갈라졌다는 것과 북에는 소련군, 남에는 미국이 주둔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해방 후 일주일쯤 지났을까 레닌 모자를 쓴 낯선 사람들이 마을에 나타나 설치고 다니더니 현수막이며 벽보들이 나붙기 시작하였다.

“세계 근로 대중의 위대한 영도자 스탈린 대원수 만세”

“세계 약소민족의 해방자 영웅적인 소련 붉은 군대 만세”

“토지는 농민에게”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 말라”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보급 받는 지상 낙원 건설”

“오빠 빨리 일어나. 마우재가 오고 있대”

고향 마을에 소련군이 들어오던 날, 나는 방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다. 그런 나를 여동생이 깨웠다.

“오빠, 오빠 빨리 일어나. 마우재가 오고 있대. 빨리 큰길에 나가봐”

함경도 지방에서는 을사년(1905)의 러일 전쟁 때부터 러시아 사람을 ‘마우재’라 불러왔다. 코가 큰 사람을 마우재 코, 눈이 오목한 사람을 마우재 눈, ‘마우재 도둑질’, ‘을사년 마우재’ 이런 말들이 생겨났었다. 혹자에게 어원을 물었더니 말이나 소같이 미욱하다는 뜻의 馬牛者(마우자)가 와전된 말이라는데, 확실치는 않다.

큰길에 나갔더니 많은 사람들이 구경 나와 서성거리고 있었다. 이윽고 마을 어귀에 소련병사 10여 명이 나타났다. 수색대원으로 보이는 그들은 따발총을 받쳐 들고는 주변을 경계하며 올라오고 있었다. 일본군 패잔병의 기습을 경계하는 듯하였다. 그런데 일본 군부대들은 8월 초순경 이미 마을을 지나 남쪽으로 이동하고 난 후였으니 패잔병들은 있을 리 없었다. 사방을 살피며 다가오던 병사 한 명이 내게로 걸어오고 있었다. 섬뜩한 생각에 피할까도 생각하였다. 그러나 “위대한 붉은 군대라는데 설마 무슨 일이야 있겠는가” 하고 허세를 부리며 버텨 보았다. 점점 다가와 내 앞에 와서 선 이 병사는 시계를 찬 내 왼팔을 잡았다. 이 놈이 몇 시인지 알려고 그러는 줄 알고는 시계를 그의 눈앞에 들이댔다. 그는 시계를 찬 내 팔을 비틀어 시곗줄을 풀고 자기 손목에 찼다. 그의 팔목에는 이미 세 개의 시계가 채워져 있었다.

고등학교 입학 기념으로 아버지께서 사주신 재산목록 제1호인 스위스제 손목시계를 이리하여 ‘영웅적인 붉은 군대’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기분이 더럽고 정말 씁쓸하였다. 이것은 그들의 만행을 알리는 序曲(서곡)에 불과하였다. 가끔 병사를 태운 군용 트럭이 지나가면 이 또한 주민들에겐 공포의 대상이었다. 멀쩡히 지나가다가도 길가에 큰 기와집만 있으면 멈췄다. 타고 있던 병사들이 내려서는 떼지어 그 집으로 들어갔다.

낮이라 남자들은 일터로 나가고 여자들만 있는 집에 소련병사들이 몰려오니 집에 있다가는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르니 뒷문으로 피해 도망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집은 텅텅 빈다. 빈집에 들어간 병사들은 마음대로 뒤져서 훔쳐가니 이런 노략질을 ‘마우재 도둑질’이라고 불렀다.

3·13 함흥 반공학생 사건

소련군의 노략질을 규탄하는 학생 시위도 있었다. 1946년 3월 13일 함흥에서 학생들이 소련군의 만행을 규탄하는 가두시위를 벌였다. 3·13 함흥 반공학생 사건으로 1945년 11월 23일의 신의주 반공학생사건 다음으로 규모가 큰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해방되던 해 북한에서는 식량이 부족하여 식량난이 심각하였다.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일본은 엄청난 군량미를 충당하기 위하여 供出(공출)이라는 명목으로 농가에서 양곡을 수탈하여 갔다. 농지 면적에 따라 적게는 10여 가마 많게는 40여 가마씩 수탈하여 갔으니 식량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식량이 부족하여 근근이 버텨야 하는 정말 힘든 고난의 시기였다. 그런데 흥남 부두에선 소련 화물선이 쌀을 소련으로 실어 나르고 있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함흥 시내 중등학교 학생들과 의대 학생들이 들고 일어났다.

“소련으로의 쌀 반출을 즉각 중단하라!!”

“학생에게도 식량을 배급하라”

구호를 외치며 학생들이 거리에 나섰다. 거기에 시민들까지 가세하니 시위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었다. 결국 주둔 소련군 부대가 출동하고서야 진압되었다. 소련 병사들에게선 예절이나 타인에 대한 배려 등 도덕심 같은 것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개인 보급품도 빈약하였고, 입고 먹는 것도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실상이 이러하니 소련군의 지원 하에 창설된 인민군은 대단한 군대는 못 될 것이어서 남한 국군의 적수는 못되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생각을 뒷받침하듯 남한의 군 고위 인사들이 방송에서 허풍을 떠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1949년 가을 어느 날 친구의 집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몰래 남한 방송을 들었다. 국방장관인가 참모총장인가 하는 인사가 허풍을 떨고 있었다.

“각하께서 북진 명령만 내려주시면 우리 군은 아침은 평양에서 점심은 원산에서 저녁은 청진에서 먹겠다”고 떠드는 허풍을 많은 북한 사람들은 액면 그대로 믿고 있었다. 이런 터무니없는 생각을 하다니 얼마나 정세에 어두웠는지를 말하여 준다.

인민군 입대 지원서를 강제로 받다

1950년에 들어서자 전쟁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었다. 북한 전역에서 대대적인 인민군 募兵(모병)이 진행되었다. 당시 북한에서는 형식상으로는 지원병 제도를 택하고 있었다. 4월이 되자 병력과 무기를 실은 열차가 꼬리를 물고 南으로 달리고 있었다. 함흥에도 인민군 1개 사단이 주둔하고 있었는데 6월에 접어들자 사단 병력은 자취를 감추고 1개 소대 병력만이 남아 텅 빈 병영을 지키고 있었다. 상황이 이러하니 북한에서는 삼척동자도 무슨 큰 변이 일어날 것을 예감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국정부는 아무 대비도 하지 않고 있다 당하였으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전쟁이 터진 6월 25일날 김일성이 라디오 연설을 하였는데, 요지는 ‘전쟁 승리를 위하여 국민은 총궐기하자’ 내용이었다. 다음날 대학에서는 김일성 장군 연설 지지 궐기 대회가 열렸다. 개회 선언에 이어 위원장의 정세 보고가 있었고, 다음으로 연단에 오른 토론자는 입에 거품을 물고 열변을 토하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前線(전선)에서는 우리 용사들이 피 흘리며 싸우고 있다. 이런 國難(국난)의 시기에 안일하게 교실에 앉아 학업을 계속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나는 이 자리에서 우리 모두가 군 입대를 지원할 것을 제의한다.”

토론이 끝나고 결의문이 채택되었다.

“궐기대회에 참석한 우리 일동은 이 자리에서 인민군에 지원할 것을 만장일치로 결의한다.”

회의가 끝나자 학생들은 강의실에서 대기하라는 지시가 있었다. 영문도 모르고 강의실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정치보위부 요원으로 보이는 사람 두 명이 들어왔다. 용지를 나누어주고는 작성을 마치면 제출하고 귀가하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한 사람은 앞 출입문을 또 한 사람은 뒷문에 가서 지키고 섰다. 용지를 받아보니 입대 지원서였다. 선뜻 작성하지 못하고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야 빠져나갈 구멍은 없어 보였다. 앞뒤 문을 지키고 서 있으니 강의실을 몰래 빠져 나갈 방법은 없었다. 고민 고민 하다가 결국 모두들 지원서를 작성해 제출하고야 말았다. 이리하여 모두가 입대를 지원하였으니 필요에 따라 소집할 수 있게 되었다.

북한의 의대는 함흥의대와 평양의대 두 곳뿐

당시 북한에 의과대학으로는 함흥의대와 평양의대 두 학교뿐이었다. 두 대학 모두 일제 때 3년제 의학전문학교로 설립된 것으로, 해방이 되자 의대로 승격되었고 수학 年限(연한)도 타 대학 보다 1년 많은 5년으로 되었었다. 공산 치하에서의 학교생활도 예외는 아니었다. 학생을 민주청년동맹이라는 조직에 얽매어 놓고는 일거수일투족을 통제하고 감시하며 사소한 언행일지라도 구미에 맞지 않으면 자아비판이나 징계의 대상으로 삼으니 꼼짝달싹 못하는 숨 막히는 생활의 나날이었다.

1948년 12월 중순의 몹시 추운 날이었다. 함경도 지방의 추운 겨울날에는 기온이 영하 20도 이하로 떨어지기 때문에 방한모나 귀마개 없이 나다니다가는 귀가 동상에 걸리기 일쑤였다. 그 날 아침 8시 30분에 시작되는 첫 강의에 늦지 않으려 일찍 등교하여 강의실에 들어갔다. 강의실에 난로가 있기는 한데 연탄 난로여서 달아오르지 않아 있으나 마나였다. 강의실이 하도 추워서 다들 자리에 앉아 있지 못하고 외투를 입고 장갑을 낀 채 움츠리고 서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 때 한 학생이 칠판 앞으로 나가 백묵을 집더니 일본어로 무엇인가를 쓰기 시작했다. 해방된 지 시일이 꽤 지났음에도 일본어가 쉽게 튀어 나오곤 하였었다.

口 動かば 脣 寒し 冬の風(구치 우고카바 구치비루 사무시 후유 노 가제:입을 놀리면 입술이 시려오는 겨울바람이여)

일본 詩(시)의 한 장르로서 5․ 7․ 5 조로 된 하이쿠(俳句)였다. 그 때의 강의실 분위기를 적절히 묘사한 시라고 모두는 감탄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詩가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시라고 민청 학교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한 학생이 있었다. 이후 이 詩를 반체제적인 시로 규정해 이 시를 쓴 학생을 퇴교 처분했다.

북한은 소련학제를 본 따 가을학기제를 택하고 있었다. 9월 1일에 학년이 시작되어 6월 30일에 학년이 끝나고 7~8월은 여름방학이다. 졸업식은 학년 말인 6월 30일에 거행하는 것이 정례화 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해에는 아무 설명 없이 졸업식을 6월 20일로 앞당겨 거행하였다. 졸업식 다음날 근무지를 배정한다고 졸업생들을 소집하여 道(도) 군사 동원부(병무청)로 끌고 가 군의관 총위(대위와 소령의 중간계급)로 임관하여 부대에 배치하였다. 졸업식을 앞당긴 것도 6·25전쟁 준비 때문이었음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인민군에게 있어 가장 시급한 문제는 턱없이 부족한 군의관을 충당하는 문제였다. 그래서 생각해낸 응급 방편이 의과대학 재학생을 군의관으로 임관하도록 한 것이었다. 전쟁이 나고 며칠 후 의대생들은 군의관으로 임관되어 부대에 배치되었다. 전쟁이 터진 후 도피하지 않고 학교에 출석하던 학생들은 이렇게 하여 인민군에 끌려가게 되었다. 4학년 수료생은 군의관 대위로, 3학년 수료생은 군의관 중위로, 1학년 수료생은 평양 군관학교에서 20일간의 훈련을 거쳐 보병 소위로 임관하여 전선에 투입하였다. 그런데 2학년을 수료한 우리의 처리가 문제였다. 군의관이 크게 부족하지만 임상경험이 없으니 군의관으로 임관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2년씩이나 의학을 공부한 학생을 보병장교로 임관하기도 그렇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실습경험을 쌓게 하자는 것이었다.

결국 우리는 시내 국·공립 병원에 10여 명씩 분산 배치되어 9월 30일까지 임상 실습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되어 우리는 9월 30일까지 군대에 끌려갈 걱정 없이 자유롭게 지낼 수 있게 되었으니 정말 운이 좋았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