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통일 전문가인 염돈재(사진) 前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 원장이 북핵에 대한 억지력 확보 방안으로 “과거 나토(NATO)의 ‘이중결정(Double-Track Decision)’ 방식의 채택을 주장했다.

국정원 1차장 출신의 염 교수(現 성균관대 초빙교수)는 8일 <<문화일보>> 기고문(제목: 中의 대북禁輸와 나토式 核해법)에서 “하루빨리 미국, 중국과 전술핵 도입 문제 협의도 시작해야 한다...(중략) 3년 내 북핵 문제 해결이 안 되면 단계적으로 핵을 배치하고 북한 핵문제 해결 시 즉각 철수토록 하면 중국에도 위협이 되지 않는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염 교수는 “우리는 敵國으로부터 핵 공격 위협을 수시로 받고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라며 “이런 처지에 지역 안정과 주변국 안보도 고려해야 한다는 중국의 주장에 귀 기울일 여유가 없다. 이제 우리도 우리의 살길을 찾아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염 교수는 또 중국의 대북제재 움직임에 대해서도 “아직 큰 기대를 거는 건 금물”이라며 아래와 같이 지적했다.

<안보리 결의안이 석탄, 철광석, 항공유 등을 금지하면서도 중국의 주장으로 생계 목적의 광물 거래는 허용했고, 중국은 밀무역 단속을 하지 않아 북한에 ‘뒷문’을 열어주고 있다는 의혹을 낳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무엇보다도 주목해야 할 점은 중국이 북한을 싸고도는 이유다. 흔히 우리는 중국이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원하고 전략적 완충지대인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기 때문에 강력한 대북제재에 동참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핵심이 아니다. 중국이 북한을 싸고도는 결정적인 이유는 중국이 북핵의 ‘최대 수혜자’라는 점이다.>

염 교수는 “북한 핵이 미국 본토를 위협하게 되면 중국의 입장은 더욱 좋아진다. 망나니 김정은의 불장난을 걱정하는 미국이 중국에 더욱 ‘목을 매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 핵에 대응해야 하는 우리는 냉엄한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 북한의 핵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고고도미사일방어로’는 태부족이다. 완벽한 방어가 불가능하고 핵폭탄 하나만 터지면 나라가 결딴나기 때문”이라며 앞서 언급한 ‘NATO식 核해법’을 제시했다.

정리/김필재(조갑제닷컴) spooner1@hanmail.net

[원문] 中의 대북 禁輸와 나토式 核해법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우리는 북한을 싸고도는 중국에 크게 실망했고, 이런 분위기는 중국에 힘입어 역대 최강인 유엔의 대북(對北) 제재 결의안이 통과된 후에도 계속됐다. 그러나 지난 1주 동안 중국에 대한 인식이 급격히 호전되고 있다. 중국의 대북 제재가 효과를 내기 시작한 데다, 지난 31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이 긴 시간 회담하고 안보리 결의를 ‘완전하고 엄격하게(fully and strictly)’ 이행할 것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국은 제재 대상 선박의 입항 거부, 화물선 전수조사 등 통제조치를 시행했고, 지난 5일에는 석탄·철광석·항공유 등 25개의 수출입 금지(금수·禁輸) 품목을 공시해 유엔 제재 이행 절차를 구체화했다. 또, 중국 제재로 북한은행이 철수됐고, 북한 수출은 절반으로 줄었다. 북한에서는 장마당 물가가 폭등했고, 주민들 간에는 200만 명이 아사한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보다 더 큰 고난을 겪을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하지만 아직 중국에 큰 기대를 거는 건 금물이다. 안보리 결의안이 석탄·철광석·항공유 등을 금지하면서도 중국의 주장으로 생계 목적의 광물 거래는 허용했고, 중국은 밀무역 단속을 하지 않아 북한에 ‘뒷문’을 열어주고 있다는 의혹을 낳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무엇보다도 주목해야 할 점은 중국이 북한을 싸고도는 이유다. 흔히 우리는 중국이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원하고 전략적 완충지대인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기 때문에 강력한 대북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핵심이 아니다. 중국이 북한을 싸고도는 결정적인 이유는 중국이 북핵의 ‘최대 수혜자’라는 점이다.

1990년대 초 북한 핵 문제가 대두된 이후 중국은 이른바 ‘꽃놀이패’를 즐겨 왔다. 한·미 양국은 북한 핵 해결을 위해 중국에 목을 매야 했고, 중국은 이 과정에서 견제 없이 G2로 부상할 수 있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표현을 빌린다면, ‘망나니’ 북한이 핵을 들고 ‘칼춤’을 추고 있는 동안 중국은 느긋하게 한·미 양국의 ‘러브 콜’을 즐기고 있었던 셈이다. 앞으로 북한 핵무기가 늘어나도 중국은 손해날 게 없다.

북한 핵이 미국 본토를 위협하게 되면 중국의 입장은 더욱 좋아진다. 망나니 김정은의 불장난을 걱정하는 미국이 중국에 더욱 ‘목을 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유엔 제재를 두려워 않고 당당하게 중국을 비난하면서 핵 기술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중국의 이런 속셈을 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이번 유엔 제재에 적극 동참한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북한 핵에 대응해야 하는 우리는 냉엄한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 북한의 핵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로는 태부족이다. 완벽한 방어가 불가능하고 핵폭탄 하나만 터지면 나라가 결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억지력 확보가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서는 하루빨리 미국, 중국과 전술핵 도입 문제 협의도 시작해야 한다. 과거 나토(NATO)의 ‘이중결정(Double-Track Decision)’ 방식을 원용하면 된다. 3년 내 북핵 문제 해결이 안 되면 단계적으로 핵을 배치하고 북한 핵 문제 해결 시 즉각 철수토록 하면 중국에도 위협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적국으로부터 핵 공격 위협을 수시로 받고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다. 이런 처지에 지역 안정과 주변국 안보도 고려해야 한다는 중국의 주장에 귀 기울일 여유가 없다. 이제 우리도 우리의 살길을 찾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