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야구 시애틀 마리너즈의 이대호 선수가 오늘 시애틀 홈 球場에서 연장 10회 말 2死 상황에 代打로 나와 텍사스 레인저 투수를 상대로 투 스트라이크 후 끝내기 투 런 홈런을 쳤다. 한국인 타자가 메이저리그에서 연장 끝내기 홈런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구나 마리너즈는 5連敗 중이었다. 강속구로 유명한 좌완 투수 디크먼을 상대로 투 스트라이크까지 몰렸지만 세 번째 공을 걷어 올려 왼쪽 담장을 훌쩍 넘겼다. 이대호가 받아친 디크먼의 공은 시속 156km였다. 이대호의 타율은 2할 3푼 1리로 안타 3개 가운데 2개가 홈런이었다. 2011년과 2013년, 최희섭과 추신수가 9회 끝내기 홈런을 쳤다. 이대호 선수는 몸이 비대하지만 유연하고 늘 낙천적이라서 그런지 찬스에 강하다. 마리너즈 역사상 新人인 代打가 끝내기 홈런을 친 것은 처음이다. 이대호 선수는 홈런을 치고도 전력 질주를 하여 화제가 되었다.

거의 모든 극적 요소가 합쳐진 것이 어제 이대호의 홈런인데 메이저 리그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홈런은 1951년에 터졌다.

1951년 미국 내셔널 리그의 페넌트 레이스는 싱겁게 끝나는 것 같았다. 8월11일 현재 뉴욕의 브루클린 다저스(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前身)는 뉴욕 자이언츠(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前身)를 13.5 게임차로 리드하고 있었다. 자이언츠는 시즌 개막 직후 11連敗를 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자이언츠는 8월에 16連勝을 하면서 다저스를 추격하기 시작해 마지막 게임에서 다저스와 승률이 같아졌다. 당시엔 디비전도 플레이 오프도 없어 내셔널 리그 승자가 바로 아메리칸 리그 승자와 월드 시리즈에서 맞붙었다.

승률이 같은 두 팀을 위해 제도에도 없던 3連戰의 플레이 오프가 열렸다. 1차전은 자이언츠가 3대 1로 先勝. 보비 톰슨 선수가 홈런을 쳤다. 2차전은 다저스가 10대 0으로 승리하여 결승 3차전으로 넘어갔다. 자이언츠의 球場(구장)인 뉴욕의 폴로 그라운드에서 9회 초를 마쳤을 때 다저스가 4대 1로 이기고 있었다. 9회 말 자이언츠는 1루타, 1루타, 2루타로 1점을 얻고 「1死에 2, 3루」가 되었다. 다저스 감독 찰리 드레센은 돈 뉴캄 투수를 물리고 랄프 브랑카 투수를 내세웠다. 톰슨이 打席(타석)으로 들어갈 때 3루 쪽에 있던 자이언츠의 감독 리오 두로셔는 톰슨의 등을 향해 『치려면 지금이야』라고 말했다. 톰슨은 그 말을 들으면서 자신에게 이렇게 다짐했다는 것이다.

『기본을 지켜라. 기다리면서 지켜봐. 너무 걱정하지 마. 공격적으로 생각하라, 문제는 의지력이다. 기다려라, 기다려라.』

제1구는 정면으로 들어온 직구로 스트라이크. 제2구는 몸 쪽으로 들어온 약간 높은 공이었다. 톰슨의 방망이가 회전했고 공은 레프트 필드 스탠드를 향해 날아갔다. 315피트를 겨우 넘겨 관중석의 맨 앞줄에 떨어지는 3점 홈런. 관중들과 선수들은 잠시 멍하니 있었다. 그러다가 터진 환호, 그제야 사람들은 5대 4로 자이언츠가 기적의 逆轉勝(역전승)을 했을 뿐 아니라 내셔널 리그 페넌트를 차지한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자이언츠는 월드 시리즈에선 양키스한테 4게임 대 2게임으로 졌다.

2001년 10월3일은 이 유명한 홈런 50주년이었다. 미국 언론은 보비 톰슨과 그에게 홈런을 허용한 랄프 브랑카 투수의 近況을 소개하기도 했다. 77세의 톰슨은 종이 파는 일을 하다 은퇴했고, 75세의 브랑카는 보험 외판원 일을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뉴욕에서 서로 친하게 살아 가고 있었다. 브랑카는 뉴욕 메츠의 감독을 지낸 보비 발렌틴의 장인이기도 하였다.

그해 봄에 월 스트리트 저널紙는 폭로 기사를 실었다. 당시 뉴욕 자이언츠가 상대 팀의 사인을 조직적으로, 지속적으로 훔쳤다는 것이었다. 자이언츠가 폴로 그라운드에서 경기할 때는 센터 필드 스탠드에 박아둔 첩자가 망원경으로 상대 팀의 포수가 투수에게 보내는 사인을 훔쳐보고 불펜(투수 연습장)으로 연락했다고 한다. 부저를 한 번 누르면 직구, 두 번 누르면 변화구란 신호로.

그런 신호를 받은 불펜의 중계자는 공을 집어서 자이언츠 팀 타자를 향하여 손을 번쩍 들어보였다. 이것은 직구란 말이다. 불펜의 중계자가 공을 던져 올리면 이것은 변화구란 뜻이었다.

톰슨 자신은 그 유명한 홈런을 칠 때 그런 신호엔 신경도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브랑카는 그 惡夢(악몽)의 投球 3년 뒤 이런 사인 훔치기에 대해 알았지만 친구 사이가 된 톰슨에게는 내색하지 않았다고 한다. 브랑카는 회고했다.

『엎질러진 우유를 놓고 울어 봐야 무엇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인을 훔쳤다고 다 홈런을 치는 것도 아닌 거고요. 만약 톰슨이 사인을 훔쳐서 그 홈런을 쳤다면 그는 거짓말과 함께 평생을 살아가야 할 거고요.』

브랑카가 톰슨에게 역사적인 홈런을 허용하고 혼자서 쓸쓸히 球場을 나오니 戀人(연인) 앤 멀비가 자동차를 세워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 차에는 포덤 대학교 학장이자 예수회 신부인 패트 롤리가 동승했다고 한다. 브랑카가 말했다.

『여기 웬 일입니까?』

신부가 말했다.

『할 말이 있어서 왔네. 랄프, 하느님께서 당신을 택한 것이야. 왜냐하면 하느님께서는 당신이야말로 그런 십자가를 지고 견딜 만큼 강인하다고 판단하신 거지.』

그 뒤의 인생 역정을 보면 이 신부의 말이 的中(적중)한 것 같기도 하다. 球場에서의 敗者가 인생에선 勝者가 되었다는 말이다.

나는 야구가 축구보다도 더 드라마틱하고 복잡한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축구에선 종료 시간 5분 전에 어느 팀이 4대 1로 이기고 있다면 이를 뒤집는다는 것은 시간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야구에선 가능하다. 逆轉의 의외성과 심도가 축구보다 큰 것이 야구이다. 축구가 아날로그라면 야구는 디지털적이라고 할까.

야구에는 傳說과 神話와 抒情(서정)과 페이소스, 그리고 꿈이 있다. 야구는 눈앞에 전개되는 운동량과 속도감, 그리고 迫眞感(박진감)에서는 축구보다 靜的(정적)이지만 인간의 두뇌와 가슴 속에서 일어나는 갈등, 계산, 번민, 흥분에선 그 어떤 경기보다도 깊고 진한 맛이 있다. 야구는 보이는 부분보다도 보이지 않는 부분이 더 재미 있다. 야구는 詩的이고 축구는 散文的(산문적)이라고 할까?

나는 1996~1997년 사이 미국 보스턴 근교의 하버드 대학에서 1년 간 연수를 했는데, 보스턴 레드삭스의 球場(구장) 펜 웨이 파크에서 살다시피 했다. 이 球場은 시카고 컵스의 리그리 필드와 함께 미국에서 가장 오래 된 球場이며 가장 분위기가 좋은 곳으로 꼽힌다. 작지만 야구의 순수한 맛이 느껴지는 곳이다.

전설적인 강타자 베이브 루스는 원래 보스턴 레드삭스의 에이스 투수였는데, 뉴욕 양키스로 송출된 경우이다. 이 대실수를 보스턴 사람들은 「루스의 저주」라고 부르기도 한다. 보스턴 레드삭스가 뉴욕 양키스에게 당하기만 하는 이유를 이 저주에 돌렸다. 다분히 숙명적인 체념이었다.

1978년이 좋은 경우. 이 해 보스턴 레드삭스는 7월 중순에 2위와는 10게임차, 3위인 양키스와는 14.5게임차를 두었다. 7월 하순부터 시작하여 양키스는 희대의 역전극을 준비한다. 나머지 73게임 중 52게임을 이겨 정규 시즌이 끝났을 때 보스턴 레드삭스와 동률을 이루게 되었다. 단 한 게임으로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을 결정하게 되었다.

보스턴 레드삭스는 펜 웨이 파크에서 열린 이 게임에서 7회까지 2대 0으로 리드했다. 양키스의 공격이 시작된 7회 초 2死에 주자를 두 사람 두고 버키 덴트가 들어섰다. 그는 시즌 중 홈런을 다섯 개밖에 치지 못한 약타자였다. 그런 그가 휘두른 방망이는 플라이 볼을 레프트 쪽으로 날렸다. 다른 球場 같으면 외야 플라이 볼로 잡힐 거리였지만 펜 웨이 파크의 레프트는 아주 짧다. 3점 홈런! 양키스가 3대 2로 역전. 레드삭스는 양키스를 5대 4로 따라잡는다. 9회 말 마지막 공격에서 레드삭스는 2死에 3루 주자를 두고 강타자 야츠렘스키가 등장했지만 내야 플라이. 많은 보스턴 사람들은 버키 덴트라는 말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킬 정도였다.
그러다가 2004년 아메리컨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레드삭스는 3연패 뒤의 4연승으로 양키스를 이겼다. 미국 스포츠 역사상 최고의 역전승이었다. 월드 시리즈에서도 우승한 레드삭스는 근 100년간의 악몽에서 탈출, 지금은 양키스를 밥으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