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斗煥(전두환) 前 대통령이 신동아와 한 인터뷰에서 5·18 당시 발포 명령자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부인하자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全 前 대통령을 거칠게 비난했다.

 우 원내대표는 원색적으로 全 前 대통령을 비난했지만, 5·18 당시 발포 명령자로 全 前 대통령을 지목하지는 않았다(못했다). 우 원내대표의 발언을 factfinding(검증)해 보기로 한다.


 “(全 前 대통령은) 입 좀 다 물으셔야 돼요”

 全 前 대통령은 시사 월간지 <신동아>(2016년 6월호)와 한 인터뷰에서 5·18 광주사태 당시 자신이 발포 명령자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그때 어느 누가 국민에게 총을 쏘라고 하겠어.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말라고 그래”라고 일축한 바 있다.

 우 원내대표는 그런 全 前 대통령을 비난했다. 그는 지난 5월1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그때(注: 5·18) 총 쏜 군인들이 알아서 쏜 것인가”라며 “몇백 명이 총 맞아서 돌아가셨는데 그럼 그때 이 평범한 군인들이 알아서 총을 쐈다는 건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5·18 직전에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마이뉴스TV> ‘장윤선-박정호의 팟짱’이란 프로그램과의 전화 인터뷰에서도 全 前 대통령을 겨냥, “그 분은 5월 달에는 입 좀 다 물으셔야 돼요”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그럼  현장에 있는 군인들이 상관의 지시도 없이 마음대로 총을 쐈단 말입니까? 우리 군대 다 갔다 왔는데… 이 실탄사격은요, 지휘관의 명령 없이는 사격을 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발포를 구체적으로 지시한 사람이 누구냐. 그렇게 말한다면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때 그들 모두다. 그때 권력을 잡고 있고 권력을 찬탈하려 했던 그들 모두가 共犯(공범)이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어디서 그런 얘기를 함부로 하십니까…> (발언 그대로 옮김)

 주목할 것은, 우 원내대표가 발포를 지시한 사람을 全 前 대통령이라고 特定(특정)하지 않고 ‘모두가 共犯(공범)’이라고 말한 대목이다. 사실 그가 그렇게 밖에 말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全斗煥이 ‘발포 명령자’란 증거 없어

 그간의 검찰 수사기록, 재판 기록 등을 보면, 全 前 대통령이 5·18 당시 발포 명령을 내렸다거나 발포를 묵인했다는 증언·물증은 나온 적이 없다. 1995년 검찰은 이 사건을 전면 再조사하면서 발포 명령자가 누구인지 정밀하게 추적했다. 결론은 발포 명령자는 없었다는 것이었다.

 1995년 서울지방검찰청과 국방부 검찰부가 작성한 <5·18 광주 사건 관련 수사 보고서>는 최초 발포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당시 계엄군의 지휘계통에 대해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 이 수사 보고서는 국가기관의 조사를 통해 나온 자료 중, 가장 정확하고 객관적인 자료라고 할 수 있다.

 ‘계획된, 의도적인 발포였다고 할 수는 없어’

 수사 보고서에 따르면, 고소·고발인들은 줄곧 ‘계획된 명령에 의한 의도적인 발포’란 주장을 해왔다고 한다. 그러나 최초 발포는 5월19일 시위대가 계엄군 장갑차에 불이 붙은 짚단을 투척하자 이를 대응하는 차원(자위권 차원)에서 발포가 이뤄졌다. 보고서의 관련 부분이다.

 <5월19일 17시경 사직공원을 수색하고 복귀하던 11공수여단 63대대 배속 장갑차가 광주고등학교 부근에 이르렀을 때 시위대가 장갑차를 포위 공격하면서 불붙은 짚단을 던져 장갑차에 불을 붙이려 했다. 장갑차에 타고 있던 한 장교가 장갑차 문을 열고 空砲(공포)를 쏘고 다시 위협 사격하는 과정에서 주위에 있던 고등학생 1명이 총격을 받아 부상한 것이었다.>

 이튿날 23시경에는 <3공수여단이 광주역 일대에서 시위대와 공방을 벌이던 중 트럭·버스 등 시위대의 차량 돌진 공격으로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守勢(수세)에 몰렸다>고 수사 보고서는 적고 있다. 그 이후의 3공수여단의 상황은 다음과 같다.

 <3공수여단장은 경계용 실탄을 예하 대대에 전달하고, 대대장은 이를 將校 위주로 분배하여 이들이 돌진하는 차량을 항하여 發砲했다. 광주역으로 實彈을 전달하러 가던 특공지원조가 시위대와 마주쳐 진로가 막히자 위협 사격을 했다.
5월21일 다시 전남대 앞에서 장갑차, 경찰 가스차 등 시위대의 차량 돌진 공격에 대응하여 돌진하는 차량에 發砲했고, 그 와중에서 死傷者가 발생한 것이다.>
 
 수사 보고서는, <이와 같은 발포 경위에 비추어 위 발포가 광주시민들의 公憤을 고조시킬 목적으로 사전에 계획된, 의도적인 발포였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고 결론 내렸다. 사실상 발포 명령이 없었다는 뜻이다. 이어지는 내용이다.

<5월21일 전남도청 앞에서의 발포는 그동안 國會 聽聞會 등에서는 그 경위에 관하여, 시위대의 1차 장갑차 공격 후 도청에서 撤收하던 31사단 병력으로부터 공수부대가 小量의 실탄을 인수하여 將校들에게 분배한 상태에서 다시 시위대가 차량 공격을 해오자 장교들이 自衛的 次元에서 발포한 것이라고 주장되어 왔다.
수사 결과 11공수여단 61·62대대는 도청 앞·금남로에서 시위대로부터 차량 공격을 받은 후 示威가 소강상태에 들어간 5월20일 24시경 대대장 지프차 등에 통합 보관하고 있던 경계용 실탄을 대대장의 명령에 따라 危急時에만 사용하라는 지시와 함께 중대장 이상 將校들에게 1탄창(15발)씩 분배했다.
63대대는 5월21일 10시30분경 실탄을 분배함으로써, 같은 날 13시경 시위대의 차량 공격이 있기 이전에 이미 將校들 위주로 실탄이 분배되어 있었던 사실이 확인되었다.
13시경부터 시위대가 장갑차 등으로 공수부대에 돌진 공격해 오고 兵士 1명이 장갑차에 깔려 死亡하자 이에 대응하여 첫 發砲가 있었다. 다시 시위대가 장갑차와 버스 등 차량 돌진을 계속하자 공수부대 將校들이 집단적으로 발포하였다.
그 무렵 7공수여단 35대대도 撤收하던 31사단 병력으로부터 실탄을 인계받아 이를 將校들에게 분배하였다. 돌진하는 차량을 피해 人道와 인근 건물에 산개하였던 공수부대원들 중 일부가 도청 및 주변 건물 屋上에 올라가 경계를 하고 있다가 접근하는 시위대를 향하여 발포한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 보고서의 핵심은 <13시경부터 시위대가 장갑차 등으로 공수부대에 돌진 공격해 오고 兵士 1명이 장갑차에 깔려 死亡하자 이에 대응하여 첫 發砲가 있었다>이다. 발포가 명령에 의하여 이뤄진 것이 아니라 공수부대가 급박한 현장 상황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는 것이다. 수사 보고서는 다만, <총기 발사나 차량 돌진 등 軍에 대하여 직접적 위협을 가하고 있지 아니한 상태에까지 발포가 이루어진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실탄 및 사격 통제에 문제점이 있었다고 적었다.

 ‘지휘권 二元化 없었다’

 일각에서는 ‘공수부대의 지휘권이 二元化(이원화) 되어 있었다’며, (지휘계통에 있지 않았던) 全 前 대통령이 사실상 발포 명령을 내린 장본인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해왔다. 광주에 투입된 공수부대가 上級(상급) 지휘관(계엄사령관-2군사령관-전교사령관-31사단장으로 이어지는)의 정상적인 지휘계통 하에 있지 않고, 별도 세력의 事前(사전) 계획에 의해 지휘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수사 보고서는 지휘권 二元化 역시 ‘증거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공수부대를 市 외곽으로 철수시키는 등의 부대 운용에 관한 지휘를 31사단장과 전투교육사령관이 행한 사실이 인정되고 ▲특전사령관이 11공수여단과 3공수여단의 增援(증원)결정 의견을 제시하고, 수시로 광주를 방문하면서 공수여단 지휘관들을 격려했고 ▲(특전사령관이) 광주 再진입 작전인 ‘상무충정작전’을 수행함에 있어 특공부대를 선정하는 데 관여한 사실 등을 근거로 내세웠다. 부대 운용과 지휘, 증원 결정, 작전 수행 등이 정상적인 지휘체계 하에서 이뤄졌다는 것이다.

 광주에서 시위가 격화되고 있던 5월18일부터 5월27일까지 全 前 대통령은, 국군보안사령관 겸 중앙정보부장 서리(현역 육군 중장)로서 국내 정보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그가 정보 책임자로서 광주의 騷擾(소요)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겠지만, 별도의 지휘계통을 두고 공수부대의 시위 진압을 배후 조종했다는 증거는, 검찰 조사를 통해서도 밝혀진 게 없다.


 대법원, '전두환 등을 발포 명령자로 인정할 증거 없어'

 1997년 4월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관 윤관 대법원장, 주심 정귀호 대법관)는 全斗煥 피고에게 무기징역을 확정 판결했다. 대법원 역시 판결문에서 全 前 대통령이 발포 명령 하달에 관여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피고인 전두환, 황○○, 이○○, 주○○, 정○○ 등이 자위권 보유 천명이나 자위권 발동 지시에 관여한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시위 진압의 효과를 조속히 올리기 위하여 '무장 시위대가 아닌 사람에게도 발포해도 좋다'는 이른바 발포 명령이 위 피고인 등의 지시에 의해 계엄군에 하달되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 


 李熺性의 증언: “全斗煥은 5·18과 무관”

 5·18 당시 軍 지휘계통의 최정점에 있었던 이희성 前 계엄사령관의 검찰 진술(1995년 12월12일 실시) 조서를 보면 이 같은 사실이 더욱 강하게 뒷받침 된다. 李 前 사령관은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 세력이 사실상 軍權(군권)을 장악해 군을 주도한 것은 사실이나 그들이 직접 제가 진압작전을 수행하는 것에 관여해 간섭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 그는, 얼마 전 공개된 崔普植(최보식) 조선일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도 “(5·18 당시) 발포 명령을 내린 지휘관은 없었다”고 단언하며 지휘권 二元化(이원화) 등 일각의 주장이 사실 무근이란 입장을 밝혔다. 李 前 사령관은 “전두환은 12·12와 상관있지 5·18과는 무관하다”며, ‘(5·18과 관련된) 모든 책임은 계엄사령관인 자신에게 있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 


 全斗煥에 대한 비판, 더 精緻해져야 

 다수의 사람들은 5·18 광주사태 발포 명령자로 전두환 前 대통령을 지목, 그를 5·18의 主犯(주범)으로 몰고 있다. 이런 주장을 하려면 좀 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가 뒷받침 되어야 하나, 그런 결정적 증거는 공식 수사와 조사를 통해 현재까지 나온 게 없다. 全 前 대통령에게 5·18에 대한 도덕적, 정치적 책임은 물을 수 있겠지만, 그를 발포 主犯으로 낙인찍는 건 무리라는 이야기이다. 全斗煥에 대한 비판이 좀 더 精緻(정치)해져야 하고, 동시에 감정적 비난은 자제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우상호 의원은 公人으로서 신중했어야 한다●